[K조선업 슈퍼사이클]왜 '초호황기'라 부를까…달라진 지표들①짧아진 교체 주기·공급자 우위 부추기는 수요 포트폴리오…시장이 먼저 알아본 주가 반등
허인혜 기자공개 2024-08-29 14:19:19
[편집자주]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은 늘 반복돼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초호황기 뒤 예고된 불황기를 똑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첫 시즌으로 점쳐진다. 수주 확대에만 기댄 호황이 아니라서다. 2007년도, 2024년도 호황기지만 그 사이 우리 조선업계의 태도도 포트폴리오도 변했다.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기술을 묵묵히 쌓아온 조선업계는 선별수주로 불황기 터널의 등을 미리 밝혀두고 있다. 기업이 어려운 시황을 헤쳐나가는 하나의 길은 쌓아둔 곳간일 터, 조선업계는 어떤 자산들을 비축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을까. 더벨이 초호황기에 들어선 조선사와 유관기업의 현황과 포트폴리오, 재무 상황 등을 살펴보고 앞으로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7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업계의 호·불황기를 '사이클'로 표현하는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호황기 뒤에 늘 따라붙는 장기 불황과 줄어든 수주잔고에 다시 일어나는 수요 사이 순환을 일컫는다. 수주 시기와 매출 반영 사이 간극이 긴 것도 사이클이라는 표현에 한 몫을 한다.때문에 조선업계는 늘 시차를 두고 시장을 보게 돼 있다. 과거의 수주 레코드와 앞으로의 원가 지표, 한 사이클 뒤에 찾아올 반대 상황 등이다. 불황기를 미리 대응하는 건 조선사의 미래 향방을 좌우하는 키다. 우리 조선업계에게 지난 불황이 특히 혹독했던 건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톱티어인 데다 선별보다 규모를 키운 수주를 해온 탓이다.
이번 시즌은 달라 보인다. 호황기 중에서도 우호적인 지표를 보이고 있다. 교체 주기가 빨라졌고 신조선가도 최대치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수요도 고부가가치와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전과 달라졌고 고기술을 요하는 선박은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 중이다. 신조선 판매 후의 유지·보수 영역까지 사업군을 넓혔다.
좋은 기세는 시장이 먼저 알아보는 법, 2007년 이후 내려앉았던 조선3사의 주가도 꿈틀대는 중이다.
◇왜 '초'호황기일까
조선업계의 호황기를 가늠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간단한 지표는 신조선가 지수다. 신조선가 지수는 이미 2008년 호황기에 근접할 만큼 높아졌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12일 187.78포인트(p)를 기록했다. 최대 호황기였던 2008년 9월의 191.6p와 3.82p차이다.
선가 지수는 44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역대 최대치는 당연히 넘고 그 이상 얼마까지 오를 지에 주목한다. 국내 조선사들이 사실상 신조선가를 좌우하고 있는데 조선3사가 이미 넉넉한 수주 잔량을 쌓았기 때문이다. 염가의 신조선 수주 물량을 받을 이유가 없다.
달라진 건 교체 주기다. 선박의 기대수명은 약 30년이다. 선사들은 약 25년간 선박을 이용하다 교체하곤 했는데 이번 사이클은 20년 안으로 주기가 빨라졌다. 2008년 인도된 선박들의 수명 마감을 예상하고 지금 수주를 맡기고 있다. 시장도 변하고 규제도 발전한 덕이다.
또 다른 좋은 지표는 물동량이다. 중국발 물동량이 늘면서 신조선 수요는 더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유럽연합(EU) 등 주요 항로의 운송비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EU행 컨테이너 운송비는 7월 전년과 비교해 212.2%나 올랐다. 미국 동부와 중국, 일본 등도 모두 오름세다.
◇좋은 시황은 시장이 알아본다…반등하는 주가
호황기는 시장의 시선을 바꾸고, 달라진 시각은 주가로 증명된다. 2007년 초호황기 고점을 찍고 꾸준히 우하향했던 조선3사의 주가 그래프가 좋은 예다.
HD한국조선해양의 2008년 6월 주가는 40만원대에 근접했다. 지금 주가는 1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 초반을 오간다. 딱 반토막이 난 셈이다. 2007년 높은 주가를 자랑했던 HD한국조선해양은 이후 등락은 있었지만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이 흐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2020년 3월 6만4000원대까지 뚝 떨어졌었다. 20만원은 2007년의 주가 대비 낮지만 최근의 동향을 보면 두 배 이상 오른 몸값이라는 이야기다. 한화오션도 2007년 7월 6만원을 기록했던 주가 대비 현 주가인 3만3000원은 낮지만 연초 대비 주가가 상승했다.
주가의 재료인 전망이 좋고 실적도 고공행진한 결과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6155억원, 영업이익 37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21.3%, 428.7% 증가한 수치다.
삼성중공업도 10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길 만큼 선전했다. 한화오션은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수요, 유리한 한국 조선사들
교체주기가 짧아졌지만 선사들은 10~20년 이상의 운항을 기대하고 신조선 건조를 맡긴다. 오래 쓸 새 배일수록 너무 비싸지만 않다면 더 최신 사양에 맞추길 원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규제 강화와 그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는 우리 조선업계에는 호재다. 중국 조선사들도 수요를 소화하고 있지만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 중국 조선소의 수주량은 10척 중 6척에 이를 만큼 높지만 포트폴리오를 보면 중소형 컨테이너선 등 가격이 높지 않은 선박이 주를 이룬다.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도 집중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이 고부가가치 선박의 카테고리에 포함되고, 초대형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된다. 척당 가격만 봐도 당연한 결과다. 선종별 1척 가격은 17만4000m³이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2억6250만달러, 초대형 유조선(VLCC) 1억2900만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 2억7200만달러였다.
조선업 호황의 나비효과로 중견사와 선박엔진, 유지·보수(MRO) 기업들도 각각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대형 조선사와 거래 비중이 높은 선박엔진 회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보인다. 한화엔진과 현대힘스, STX중공업 등이 선박엔진 유관 기업이다. MRO 분야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승세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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