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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비전 MRO]필리핀으로 물꼬 튼 HD현대중공업, 미국 항해 '준비 완료'③호위함 등 함정 수출 실적 쌓이며 'MRO 턴키' 매출 확대 기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4-07-29 09:11:41

[편집자주]

'영원한 것은 없다'는 명제를 떠올리면 제조기업에게 애프터서비스(AS)는 필수 불가결인 사업이다. 특히 방산과 선박, 항공처럼 규모가 큰 제품들은 신품 구매만큼 유지·보수·정비(MRO)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투입 자금이 많다는 의미는 또 다른 노다지 시장이라는 뜻, 국내 중후장대 기업들이 MRO에 주목하는 이유다. 국내 대표 제조사부터 제조업을 투트랙으로 운영하는 타 업권의 기업까지 새로운 꿈으로 삼고 뛰어들고 있다. 더벨이 MRO 사업을 뉴 비전으로 낙점한 기업들의 현황과 성공 스토리를 살펴보고 전망을 제시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박 수리'라는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도 상선과 특수선의 유지·보수·정비(MRO)는 결이 다른 사업이다. 특수선 MRO는 턴키(Turn Key) 사업으로 신조를 건조한 제작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사업이다.

HD현대에서 상선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 대표 주자다. 다만 또 다른 알토란으로 떠오른 특수선 분야는 잘 하는 곳이 따로 있다. 특수선 신조 건설에 '올인'해온 HD현대중공업이다.

'조함자립'이라는 다짐 아래 국내 함정 건조를 통해 쌓은 기술력은 필리핀 등의 해군 함정 수출로 이어졌다. 자체 기술력으로 해외 수출에 성공하며 글로벌 MRO 시장으로 향하는 물꼬는 자연스럽게 트였다. 지금의 방향타는 미국으로 설정했다.

◇특수선 사업부 영업이익 올릴 '키' MRO

함정 MRO는 신조와 MRO를 묶어 판매하는 패키지 형식을 취한다. 상선의 경우 주 고객인 해운사가 자체 정비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 선박 개조 등 복잡한 MRO는 외부에 맡기지만 간단한 수리는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함정은 그럴 수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함정 MRO는 정비 중에서도 완전 정비로 분류되는 창 정비(Depot Maintenance) 형태로 수주한다. 쉽게 말해 턴키(Turn Key) 방식이다. 따라서 신조 건조부터 향후 수리까지 전체 발주를 주고 원하는 함정의 형태를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신조 건조와 MRO를 떼어 계약하는 것보다 같은 곳에 맡기는 게 기술이나 보안 등의 측면에서 유리하다.

새 선박을 지어 파는 한편 향후 선체 생애주기에 걸친 MRO 수주까지 맡게 되니 일석이조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가 MRO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건 최근의 일이다. 과거에도 MRO 사업을 진행했지만 아예 한 국가의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기 시작한 건 근래의 일이다.

본격적으로 해외에 함정을 수출하기 시작하며 물꼬가 트였다.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사업부는 현재까지는 '돈을 많이 버는' 부문이 아니었다. 매출액은 수천억원 수준이지만 함정의 원가율이 높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다보니 영업이익이 수백억원대에 그친다. 지난해를 예로 들면 매출액은 4188억원인데 영업이익이 186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4.4%다.

해외에 함정을 통째로 수출할 만큼 기술력과 경쟁력이 올라왔으니 MRO를 병행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함정들을 수출하고 있는 만큼 MRO 시장에서도 우위에 서기 시작했고, MRO 매출액을 통해 파이 자체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방산 사업의 60~70%는 유지·보수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급선에서 호위함까지…해외 수출에 MRO 물꼬

시장 전망이 밝더라도 중요한 건 실제 수주 성과다. HD현대중공업은 1980~2000년대에도 해외 해군에 군용 함정을 수출했지만 주로 군수보급선이나 소형 경비함이었다. 1988년 뉴질랜드 해군에 군수 보급선을, 1995년 방글라데시에 600t급 경비함을 수출했다.

이후 베네수엘라 등에도 수주 성과를 냈지만 유의미한 군함 수출은 뉴질랜드에 인도한 '아오테아로아함'부터로 보인다. 2020년 인도한 아오테아로아함은 2만6000t급이다. 역시 군수 보급선이기는 하지만 길이 173m, 폭 24m로 뉴질랜드 최대 규모의 함정으로 꼽혔다.

'MRO 패키지'가 시작된 건 필리핀 호위함 판매부터로 분석된다.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사업부가 2019년 진수했다. MRO 사업도 진수 후 따냈다. 역시 '턴키' 방식이 주효했다. 필리핀 국방부에 인도한 선박 자체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호세리잘함과 안토니오 루나함이다보니 제작사가 MRO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2020년 5월, 2021년 2월 각각 인도된 함정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필리핀 수비크(Subic) 해군기지에 함정 군수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필리핀에 인도한 호위함 2척에 대한 MRO를 지원하고 있다. 아예 울산 본사에서 완전 정비인 창 정비도 돕는다. 지난해 호세 리잘함이 정비를 위해 울산 본사 함정 건조 부두에 입항해 진단을 받았다.
창 정비를 위해 HD현대중공업 독(dock)으로 입항한 '호세 리잘(Jose Rizal)함'. 사진=HD현대중공업
◇연간 20조원 규모 미 해군 함정 MRO 도전한다

필리핀 함정 MRO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MRO 기업으로서의 HD현대중공업 브랜드를 굳혔다. 필리핀 사업을 필두로 글로벌 MRO 사업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호주·캐나다·폴란드 등에서 대형 함정 MRO 프로젝트 수주전을 앞두고 있다.

HD현대가 그룹 차원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수주전은 미군 해군 함정 MRO다. 시장조사 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2029년 85조82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군 함정 MRO는 현재도 연간 20조원 규모가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의 무기는 자체적인 이지스함 건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함정 세종대왕함 등이 미국의 이지스함과 설계 면에서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 미국 대사 일행이 이달 울산 조선소를 찾아 함정 사업분야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HD현대중공업은 전망했다.

준비는 마쳤다. 우선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미국 필리 조선소와 함정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한화오션이 필리 조선소의 지분 100%를 사들이면서 다른 형태의 인프라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MRO 대상 함선의 작전 반경 등을 고려해 인근 정비 사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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