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05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창업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커뮤니티가 필요합니다."최근 취재 중에 만난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가 한 말이다. 루트임팩트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창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2014년 서울 성수동에 둥지를 틀고 창업가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 왔다. 민간 투자기관을 끌어들이고 소셜 벤처 창업가가 모일 수 있는 오피스를 조성했다. 정부의 창업 지원 기관들도 모여들었다. 성수동은 530여곳 '소셜 벤처밸리'로 거듭났다.
지방 창업 생태계 육성 관점에서 성수동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논하는 데 늘 지적되는 문제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벤처투자를 받은 국내 스타트업 82.3%(2877개)가 수도권에 위치해있다.
정부는 지방 창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015년부터 권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면서 지방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창업경진대회, 기업설명회(IR), 투자사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런저런 노력에도 지방 창업 생태계의 자생력이 높아지지 않은 배경은 '풀뿌리'가 약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지방 자본을 통한 발굴·투자의 경험치를 축적하고 지역의 기관과 대학이 협력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커뮤니티가 우선 조성돼야 한다. 수도권 투자사와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하거나 수도권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개방적 협력)을 추진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유상훈 JB벤처스 대표는 "스타트업 생애주기는 창업, 성장, 완성 단계로 나뉠 수 있다"면서 "지역 생태계 주체들의 경우 초기 창업 단계에선 역할을 하지만 성장·완성 단계에서는 수도권에 있는 민간자본의 역할이 커지면서 지역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자체 벤처펀드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지점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026년까지 벤처펀드 1조원 결성을 선언하며 출자예산 1000억원을 확보했다. 대전광역시는 이달 공공 벤처캐피탈(VC) 대전투자금융을 출범하며 운용자산을 5000억원까지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짧고 가는 수많은 풀뿌리도 하나로 뭉치면 굵고 튼튼한 나무로 자랄 수 있다. 자본이 있는 곳에 창업가가 모이는 법이다. 민간 투자사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창업가를 끌어들였던 성수동의 사례처럼 말이다. 다양한 '로컬 벤처밸리' 탄생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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