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12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모두 전염성이 있다. 10억원을 투자하는 것보다 인재 1명이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의 운명이 상당하다."최근 만난 벤처캐피탈(VC) 관리역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근래 들어 업계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소식이 있다. 인사(HR) 전문가 채용을 진행하거나 검토하는 VC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리쿠르터'이다. 하우스 내부 인력 관리를 위한 목적이 아니다. 오롯이 포트폴리오 기업의 물밑 지원을 위해서다.
몇몇 VC가 스타트업 채용의 '백조의 발'을 자처한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트업 대표 대부분은 가장 큰 난제로 '인재 확보'를 꼽는다. 신생기업일수록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지만 인지도가 낮아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한 탓이다. 부족한 시간도 발목을 잡는다. '챗GPT 아버지' 샘 알트만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선 업무 시간의 약 25%를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당장 눈앞의 과제가 산적한 스타트업에겐 높디높은 벽이다.
채용은 스타트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인건비는 양면적인 특성이 있다. 성장을 위한 투자이면서도 조직의 복잡성과 소통 비용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채용은 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일단 팀에 사람이 많아지면 방향을 바꾸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재무적 부담이 커지는 결과도 낳는다.
실제 많은 스타트업이 채용 전략 수립에 실패해 고꾸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펀딩 전략으로 자금을 수혈한 기업들은 공격적인 인재채용에 나섰다. 특히 수요가 몰린 개발인력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평균 연봉 상승률은 20%를 웃돌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상승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직방, 클래스101, 뱅크샐러드 등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쓴맛을 봤다.
이는 VC의 관심사를 인사 분야까지 넓히는 배경이 됐다. 재무적 지원만으로 포트폴리오사의 밸류업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공유되면서다. 모범 사례도 회자되기 시작했다. 쿠팡, 배달의민족, 토스 등을 발굴하며 국내에서 '유니콘 제조기'로 통하는 미국 VC 알토스벤처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알토스벤처스는 2019년부터 HR 전문가를 내부에 두고 포트폴리오사를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메이크스타는 알토스벤처스의 지원으로 채용 전략을 수립했다. C레벨을 포함해 인재 채용에 성공한 메이크스타는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매출을 1000억원까지 불렸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국내 VC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사 전문가를 직접 채용하며 피투자기업의 '백조의 발'을 자처한 상황이다. 백조 같이 우아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물 밑 지원을 이어가자는 취지다. 앞으로는 더 많은 물길질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찬 발차기를 도움닫기 삼아 '날아오를 백조'들이 늘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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