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직랜드 상장 그후]TSMC '국내 유일' 파트너, 한국 디자인하우스의 '쾌거'①에이디테크놀로지 대신 진입, AI 반도체 등 공략
김도현 기자공개 2024-09-09 08:02:36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상장한 에이직랜드. 반도체 불황기였지만 TSMC 협력사라는 기대 속에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다. 기대와 달리 올 상반기 고객 일정이 밀리는 등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AI 반도체 고객 확보, SSD 컨트롤러 계약 등 올 하반기 반전 드라마를 쓰기 직전이다. 대만 법인을 세워 TSMC와의 접점을 늘리고 미국, 중국 등 공략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상장 1주년을 앞둔 에이직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5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분업 체제가 강화되면서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와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한다. 설계 지원, 후공정 연계 및 운영 서비스, 공급망 관리 등을 맡는다.파운드리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디자인하우스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모든 고객을 직접 케어할 수 없기 때문에 디자인하우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최근에는 디자인하우스가 자체 고객을 유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디자인하우스가 활약 중이다. 대부분 삼성전자와 협업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일하게 TSMC와 손을 잡은 디자인하우스가 있다. 바로 에이직랜드다. 국적이 달라 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TSMC의 한국 비즈니스에서 에이직랜드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이점도 갖고 있다.
◇에이직랜드가 택한 길 'VCA' 함의
에이직랜드는 2016년 이종민 대표가 세운 곳이다. 5명도 안 되는 직원수로 소박하게 출발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삼성 출신이 아니다 보니 TSMC 파트너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국내 기업에겐 '난제'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TSMC는 가치사슬협력사(VCA)라는 조직을 꾸리고 있다. 글로벌유니칩(GUC), 알칩 등 유수의 디자인하우스가 포함된다. 에이직랜드 설립 당시에는 에이디테크놀로지가 국내 유일 VCA로 활동 중이었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존재로 에이직랜드가 TSMC와 거래를 트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이 대표는 일단 TSMC 공정을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GUC에 하청을 선제안했다. GUC는 워낙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일부 용역을 맡겼는데 에이직랜드가 이를 자청한 것이다.
이때부터 에이직랜드는 TSMC와 교류하면서 관련 노하우를 쌓았다. 그러던 중 행운이 찾아왔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TSMC에서 삼성전자로 고객 전환을 추진하면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VCA와 유사한 디자인하우스파트너(DSP)라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에 TSMC는 새로운 한국 파트너를 물색했고 GUC를 통해 연을 맺은 에이직랜드가 낙점됐다. 특히 이 대표가 설계자 출신으로 전공정부터 후공정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창업한 지 3년도 지나지 않아 만들어낸 성과다.
TSMC 입장에서도 에이직랜드가 필요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형성된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에이직랜드는 사피온, 디퍼아이 등을 유치하면서 TSMC에 힘을 보탰다.
이외에도 에이직랜드는 고객 다변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전까지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메모리 등을 다루는 중소 및 중견 팹리스와 가까웠다면 AI, 오토모티브 등 분야를 타깃으로 삼은 상태다.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개발하는 SK하이닉스, LX세미콘 등 대기업 계열사도 공략 대상이다.
궁극적으로는 해외 진출이 목표다. 대형 팹리스가 즐비한 미국, 수천 개의 팹리스가 존재하는 중국 등을 노린다. 최근 대만 법인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이직랜드 관계자는 "대만은 세계 반도체 산업의 핵심 허브로 TSMC 생태계를 통해 우수한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춘 나라"라면서 "대만의 지리적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도 해외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기업 성장 및 사업 고도화를 위해서는 한국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디자인하우스 GUC의 벽
TSMC는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파운드리사다. 그만큼 VCA도 다양한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다만 경쟁도 치열하다. VCA에는 GUC와 알칩은 물론 미국 알파웨이브세미, 중국 차이나IC디자인, 일본 토판 등이 있다. 파이가 크지만 나눠야 할 몫도 많다는 의미다. VCA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GUC다. TSMC와 같은 국적으로 근거리에서 협력한 영향이다.
실제로 GUC는 TSMC의 굵직한 과제를 독점하다시피 한다. 알칩을 제외한 VCA들은 비교적 작은 프로젝트만 수행하고 있다. '대만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셈이다.
한국 VCA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도 GUC로 넘어간 바 있다. 과거 에이디테크놀로지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설계를 지원했다면 에이디테크놀로지가 DSP로 이전하면서 GUC가 대신하게 됐다. 에이직랜드는 아직 SK하이닉스와 거리가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에이직랜드가 대형 프로젝트를 맡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의미있는 교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이직랜드는 국내외 고객 발굴을 이어가는 동시에 추후에는 SK하이닉스라는 빅플레이어도 사로잡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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