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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장, 정보 비대칭의 함정]KOPIS 10년, 200억 들인 공연산업의 '미완성 지도'⑤막대한 예산 불구 데이터 부정확 문제 지속…공연산업 지속가능성 영향

이지혜 기자공개 2024-10-02 10:24:01

[편집자주]

공연예술산업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익도, 티켓 판매량도 드러나지 않는다. 정보는 알음알음 한정된 인맥 사이에서만 돌고 정보의 신뢰도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 정부가 나서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만들고 법을 개정했지만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정보의 투명성과 비대칭성 개선은 투자자의 저변을 확대해 산업 성장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제반 조건이다. 이에 더벨은 파편처럼 흩어진 공연예술산업의 데이터를 퍼즐처럼 맞춰 공연의 실제 티켓 파워를 가늠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출범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정부가 KOPIS를 세운 목표는 뚜렷하다. 공연예술산업의 투명성 제고해 데이터 기반으로 공연예술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KOPIS가 공연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 KOPIS는 정부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와 예매처 등이 KOPIS에 공연정보를 의무적으로 전송하도록 법제화했지만 실제 공연정보와 KOPIS 데이터의 괴리는 여전하다. 법규의 충돌, 감시 제도의 미비, 업계 반발로 KOPIS는 설립 취지를 아직까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KOPIS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KOPIS를 구축하는 데 쓴 유·무형 비용까지 고려하면 십여년간 수백억원을 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정부가 업계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KOPIS를 구축하는 데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쓰인 셈이 될 수 있다.


◇공연정보 통합 위한 KOPIS, 10년간 국민 세금 219억 썼다

30일 예경의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KOPIS를 운영하는 데 총 20억원을 쓸 예정이다. 공연예술 진흥기반 조성하기 위해 편성된 예산으로 KOPIS 운영자금은 문체부 등 정부가 모두 지원한다.

KOPIS의 올해 운영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예경은 지난해에도 KOPIS 운영경비로 20억원을 썼다. KOPIS를 운영 주체인 예경의 한해 운영비가 53억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예경은 지난해 운영 경상비로 12억원, 운영 인건비로 41억원을 썼다. KOPIS가 전체 공연예술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용 비중이 적잖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체부 등 정부가 KOPIS 운영비로 연간 20억원씩 지원한 건 2020년부터다. KOPIS 운영비는 2019년 4억9000만원이었지만 2020년 20억원으로 늘어나더니 올해까지 이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 즉 2019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105억원이 KOPIS 운영비로 투입됐다는 얘기다.


KOPIS 설립 시기부터 따지면 운영비 규모는 훨씬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KOPIS 설립 첫해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연간 10억원에 못 미치는 운영비가 들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다 2017년, 2018년 운영비가 각각 49억원, 4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금액까지 합치면 올해까지 KOPIS 운영비로 투입되는 세금은 총 219억원에 달한다.

다만 해당 금액이 확실치는 않다. 예경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에 해당하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e-나라도움 보조금통합포털, 문체부 국정감사 자료, 문체부 기금운용계획 자료 등 파편화한 정보를 수집해서 KOPIS에 투입된 비용을 추산할 수 있었다.

KOPIS 설립을 논의하고자 2011년부터 관련 포럼이 이뤄졌으며 법 개정을 위해 수년간 수차례 공청회를 진행했고 이를 위해 각종 연구용역까지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유, 무형적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확한 시장정보는 생존의 문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KOPIS는 여전히 난관에 봉착해 있다. 운영된 지 10년, 유·무형 공적 자금이 수백억원 들었는데도 실제 공연정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연 관계자는 물론 투자자에게도 KOPIS 데이터는 여전히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KOPIS 데이터의 부정확성이 단순 예산낭비나 신뢰의 문제에서 끝난다면 다행일 수 있다. 진짜 위기는 공연예술산업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탓에 적절한 법적, 제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민간 투자 활성화까지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공연예술산업은 지속가능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2018년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관련 법제도 공청회』에서 신문철 당시 레오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이사는 "공연산업에서 정확한 시장정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부정확한 정보 탓에 시장성 없는 공연을 기획하고, 보수적인 투자를 하고, 단발적 정책적 지원에 그치고, 어떤 공연을 봐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공연산업의 전체 시장규모가 얼마인지, 관람객이 몇 명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KOPIS가 공연예술계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고, 무엇을 피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지도’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KOPIS를 통해 공연예술산업의 지도를 그리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거대한 제작사라도 암초를 만나 좌초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망망대해에서 배가 가라앉는 순간 육지 위 보험사의 손길은 멀기만 한다. 마찬가지로 위기의 순간 정부의 지원을 제때 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의 예측가능성,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KOPIS의 중요성은 크다”고 말했다.

◇KOPIS 데이터 개선, 투명성이 시장을 키운다

KOPIS 공연정보 정확도 개선은 단순히 국민 세금 낭비를 방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KOPIS가 제기능을 발휘한다면 공언업계가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현재 공연예술산업은 △작품의 공급과잉 △관객 정체 △고비용 구조 △정산 불투명 △투자 부족 △수익성 약화 등 문제를 안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런 문제가 하루이틀 사이 발생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안성아 추계예술대학교 영상비즈니스과 교수는 2018년 열린 당시 공청회에서 “수요는 늘지 않는데 공급자가 증가하면서 작품 수가 과잉되고 공연장과 스타배우는 적어 고비용 구조가 형성되면서 작품의 질이 떨어졌다”며 “정산 불투명성은 투자사를 망설이게 하고 관객들은 작품의 품질에 대한 지표가 없어 티켓 구매를 주저한다”고 지적다. 그는 이런 문제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KOPIS 공연정보의 정확도 개선은 명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익예측을 가능케 해 투자자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기획사는 작품 개발부터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예술가적 직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진행할 수 있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직접 관람하기 전까지 만족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뮤지컬의 불학실성을 KOPIS 데이터를 활용해 크게 줄일 수 있다.

투자 활성화, 작품의 질 제고, 관객의 유입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뮤지컬 시장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뮤지컬 제작사 측은 여전히 쏠림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인기있는 작품에만 관객이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놓고 안 교수는 “쏠림현상은 시장 밖의 잠재관객을 끌어오는 부가효과가 있다”며 “신규관객의 관심이 점차 신작으로 옮겨가며 장기적으로 시장의 다양성을 키우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예경 관계자는 “향후 KOPIS 예산과 관련해 공개하기 어렵다”며 “현재 KOPIS 데이터 개선과 관련해 어떻게 진행할지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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