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 정보 비대칭의 함정]'사라진 데이터', 정보제공의 맹점과 감독의 사각지대② 단체·전관구매 티켓 빠졌나, 공연법 '빈틈' …예매처 오류 가능성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4-09-13 08:14:47
[편집자주]
뮤지컬 시장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부가 공연법을 개정하고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까지 만들었지만 정보 비대칭은 여전하다. 소량의 정보는 폐쇄적 네트워크 안에서만 돌고 그마저도 신뢰성과 객관성에 의문점이 많다. 대중음악과 비교해 뮤지컬 시장의 정보 접근성은 왜 유독 떨어질까. 투명성은 언제 개선되는 걸까. 정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비대칭이 만드는 문제는 뭘까. 더벨이 뮤지컬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 현상과 원인, 그로 인한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뮤지컬 시장의 공연정보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KOPIS에 수집되는 공연정보가 뮤지컬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티켓 판매량보다 적게는 수천 장에서 많게는 수만 장까지 차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뮤지컬 시장 데이터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KOPIS를 운영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원)는 물론 정보제공의무자인 뮤지컬 제작사, 정보전송의무자인 티켓예매처도 공연정보가 누락된 지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KOPIS가 생긴 지 10년, 제작사와 예매처가 의무적으로 공연정보를 제공한 지 5년이 됐지만 여전히 데이터 수집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업계는 공연법의 구멍을 의심하고 있다. 전산 예매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제작사에서 직접 티켓을 단체구매한 수량이 누락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혹은 예매처에서 KOPIS로 공연정보가 전송되는 과정에서 허점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제작사, 공연법 예외조항 악용?…전관구매로 쏠리는 의혹
11일 뮤지컬업계에 따르면 공연법 예외조항을 제작사들이 이용하면서 KOPIS와 실제 뮤지컬 공연정보 간 차이가 크게 벌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연법 제4조에 따르면 △공연장운영자 △공연 입장권을 판매하는 자 △공연을 기획 또는 제작하는 자는 KOPIS에 공연 명칭, 시간, 시간, 예매와 결제 금액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공연정보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조작하지 않고 KOPIS에 제공해야 한다.
다만 전산 예매 시스템에 의해 티켓이 발권되지 않은 경우, 예외적으로 해당 공연정보를 KOPIS에 보내지 않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예경원은 이런 예외 사례가 많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20인 이상 단체가 뮤지컬 공연 티켓을 구매할 때에는 전산 예매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뮤지컬 제작사나 기획사가 직접 티켓을 발권처리해서 판매한다”며 “이렇게 판 티켓은 KOPIS 공연정보 제공 의무 대상에서 빠진다”고 말했다.
단체구매 사례가 누적되면서 KOPIS와 실제 공연정보 간 차이가 벌어졌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런 사례는 대극장 뮤지컬 공연에서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대형 뮤지컬 작품일수록 전관구매, 단체판매 사례가 많은데 이런 수치가 KOPIS 집계에서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관구매는 특정 공연의 한 회차, 전 좌석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마케팅을 위해 자주 활용하는 수단이다. 특정 시간의 공연을 대상으로 전관구매를 진행한 뒤 자사 고객에게만 티켓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식이다. 주로 전관행사라는 명칭으로 이뤄진다.
대극장 공연은 한 회차만 해도 좌석 수가 1000석이 넘는 데다 평균 티켓 가격도 10만원을 웃돈다. 이에 따라 전관행사를 추진하는 주체도 티켓 판매 대행사 외에 카드사, 은행 등 대기업이 많다. 대기업이 뮤지컬 제작사와 직접 협상한 뒤 전산 예매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전관구매를 진행한다는 말이다.
주요 뮤지컬 제작사가 만든 대극장의 인기 공연은 대부분 전관행사가 이뤄졌다. EMK뮤지컬컴퍼니의 <프랑켄슈타인>, 에스앤코의 <하데스타운>, OD컴퍼니의 <일테노레>, 신시컴퍼니의 <시카고>, 쇼노트의 <헤드윅> 등이 예시다. 다만 전관행사로 판매된 티켓 정보가 KOPIS에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티켓 예매처, KOPIS 데이터 전송에 허점 있나
또다른 가능성도 있다. 티켓 예매처에서 KOPIS에 전송되는 공연정보가 누락됐을 수도 있다. 대표적 티켓 예매처로는 인터파크티켓, 티켓링크, 예스24티켓이 있다.
KOPIS에 공연정보가 전해지기까지 대부분 두 구간을 거친다. △공연장, 공연 제작사 등 ‘정보 제공 의무자’가 △‘정보 전송 의무자’인 티켓 판매, 예매처로 공연정보를 전송하는 게 1차 구간이다. 그리고 △‘정보 전송 의무자’가 KOPIS에 공연정보를 전송하는 게 2차 구간이다.
공연장, 공연 제작사 등 정보 제공 의무자가 직접 KOPIS에 공연정보를 전송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극장 공연은 대부분 티켓 예매처를 거친다.
KOPIS가 예매처에서 수집하는 공연정보에는 유료티켓 외에 무료티켓, 초청권 등도 포함되어 있다. 예매처 관계자는 “공연장, 제작사에서 넘어오는 데이터 대부분을 KOPIS에 전송하고 있다”며 “예매처가 중간에서 공연정보에 손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예경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예매처가 KOPIS에 보내지 않아도 되는 공연정보는 △무료판매상품 △캠핑 △코레일 승차권 △패키지상품 △거래처 상품 등뿐이다.
◇감독 사각지대+제작사 무관심 겹쳐, KOPIS 공연정보 누락 부채질
문체부와 예경원은 현재까지 공연정보가 누락된 지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KOPIS는 최종 공연정보만 수집할 뿐 공연장, 제작사에서 최초로 생성되는 공연정보는 수집하지 못해서다.
이는 공연장, 제작사 등 '정보제공의무자'가 예매처 등 '정보전송의무자'에게 전하는 공연정보를 문체부와 예경원이 감독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체부와 예경원의 공연정보 점검범위는 예매처에서 KOPIS로 통하는 구간에 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예경원은 KOPIS 데이터 오류는 뮤지컬 제작사가 예매처와 직접 논의해 수정해야 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제공의무자인 뮤지컬 제작사는 KOPIS 공연정보를 관리하는 데 소홀하다. 일부 제작사들은 KOPIS에서 자사의 공연정보를 확인하는 방법도 모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뮤지컬 제작사들이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티켓 판매량 등이 KOPIS에 공개되는 것에 반대했다”며 “그러나 KOPIS 데이터에 무관심해서 이를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공연법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은 공중이 전산 시스템을 이용해 관람객 수를 알 수 빠르고 정확히 알 수 있도록 KOPIS를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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