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 재무점검]여천NCC, DL·한화가 떠안아도 문제…추가 재무 부담 우려①이미 '빚' 과도한 모회사들, 공동→종속기업되면 재무상태 반영
박기수 기자공개 2024-10-08 08:15:10
[편집자주]
생존을 위해 서로 투쟁하는 기업들도 이해관계만 맞으면 손을 잡는다. 치열하게 자리 싸움을 하던 경쟁사들이 손을 잡으면 때로 '1+1=2'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나기도 한다. 지분 투자를 통해 세워진 합작법인의 이야기다. 하나의 법인이지만 주요 주주들은 둘 이상이기에 합작법인의 재무 전략은 통상의 법인과 다른 경우가 많다. THE CFO는 업종별 주요 합작법인들의 경영과 재무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더불어 합작법인을 움직이는 이사회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14: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으로 재무 위험이 커진 여천NCC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올해 말 합작 계약 종료를 앞두고 통매각과 두 모회사(DL케미칼·한화솔루션)로의 분리 등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만약 여천NCC를 주주들이 떠안는다면 각 기업에 추가적인 재무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3년 연속 대규모 적자 예상…전망도 부정적
여천NCC는 DL그룹의 DL케미칼과 한화그룹의 한화솔루션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합작회사다. 1999년 12월 28일에 설립됐다. 여천NCC는 석유화학의 대표적인 업스트림 제품들인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각각 연간 228만5000톤, 128만9000톤을 생산한다. 이외 부타디엔·MTBE·벤젠·톨루엔·자이렌·SM 등 올레핀과 방향족 제품들을 생산한다.
여천NCC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불황이 찾아왔던 2022년부터 실적 고민이 깊어졌다. 2022년과 작년 여천NCC의 영업손실은 각각 3867억원, 2388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606억원을 기록 중이다.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재무구조도 악화했다. 불황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말 여천NCC의 자본총계는 1조2511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7965억원으로 36% 감소했다. 이에 부채비율도 2021년 말 181%에서 올해 상반기 말 346%로 급등했다.
수급 상황이 좋지 못한 기초화학제품 외 별다른 수익 구조가 없는 여천NCC는 현금흐름도 빠르게 경색됐다. 작년의 경우 매출채권 감소 등 운전자본관리를 통해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마련했으나 올해의 경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올해 상반기 여천NCC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78억원이다. 자본적지출(CAPEX) 등을 크게 줄였음에도 잉여현금흐름은 -553억원을 기록 중이다.
조달도 진땀을 빼고 있다. 올해 3월 여천NCC는 2년물 1500억원 모집에 2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등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내달 중순 다시 한번 회사채 발행에 나설 전망이지만 올해 6월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A) 아웃룩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향후 실적 개선의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여천NCC의 주요 생산 품목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에 대해 업황 전망으로 각각 '부진', '매우 부진'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부진'의 경우 손익분기점 혹은 소폭 적자를 낸다는 의미다. '매우 부진'의 경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이미 빚 많은 DL케미칼·한화솔루션
여천NCC는 올해 말 합작 계약이 종료돼 향후 행보가 불투명하다. 업계는 두 모회사가 여천NCC의 1~4공장을 각각 2곳씩 가져가는 방안과 기업 통매각 등 여러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만약 여천NCC의 사업을 반으로 잘라 모회사들이 떠안게 될 경우 당분간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현재 여천NCC를 '공동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만약 종속기업으로 재편입될 경우 여천NCC의 재무 부담이 각 기업의 연결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문제는 모회사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도 현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DL케미칼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이뤄내는 등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크레이튼(Kraton) 인수 과정에서 증폭된 재무 부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DL케미칼의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05%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총계 7조9633억원 중 순차입금이 4조1324억원으로 차입금에 대한 부담도 여전하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셀 시장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상반기 연결 기준 46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화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3222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이외 순차입금도 10조277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말 5조8745억원 대비 74% 증가하는 등 자체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불황이 중장기화하면서 여천NCC를 포함한 업계 전체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예보료율 인상 따른 비용 부담 확대 '우려'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후계자 준비 본격화…계열사 CEO 인선 촉각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머니무브 효과' 수월해진 자금 유치…조달 개선 기대
- 나우어데이즈 신곡 '렛츠기릿', 주요 음원차트 진입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임추위 마음 사로잡은 '성장스토리 시즌2' 프리젠테이션
- 유연성·독립성 갖춘 코웨이 코디, 시공간 제약 없어 'N잡' 가능 눈길
- [SGI서울보증 IPO 돋보기]기한 내에서 최대한 신중히...예보도 팔 걷었다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속전속결' CEO 승계 완료, 대체불가 리더십 입증
- [thebell note]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의 엇갈린 선택
- 상호금융권, 대부업 자회사 출자 '러시'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