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아쉬운 '경영성과 지표' 삼성전기, 주주환원도 미흡[Weakness]③경영성과 지표, 평점 1.9점…매출·영업이익 성장률 부진
백승룡 기자공개 2024-10-18 07:40:12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07:3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기 이사회는 ‘경영성과’ 지표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나머지 이사회 평가지표에서는 5점 만점 대비 4점 내외의 양호한 평점을 받았지만, 유독 경영성과 지표에서는 평점 1.9점으로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다.전방 산업인 정보기술(IT) 업종이 수요 부진을 겪으면서 삼성전기의 경영실적이 역성장을 나타낸 영향도 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치나 배당수익률 등 전반적인 주주가치 제고 성과도 미흡했다. 특히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는 사내이사만으로 구성, 사외이사는 경영 활동에서 배제돼 ‘들러리’ 역할에 그치는 아쉬움도 남았다.
◇ 시장 평균치 못 미친 주주환원 정책…넉넉한 현금성자산으로 재무건전성 ‘우수’
더벨은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삼성전기의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 대비 170점으로 산출됐다.
삼성전기 이사회는 6대 평가지표 가운데 ‘경영성과’ 지표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 평점으로는 5점 만점 대비 1.9점이 산출됐다. 경영성과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지표에서 평점이 3.6~4.1점 사이에 비교적 균일하게 분포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는 삼성전기의 이사회 육각형 평가모델이 오각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난 이유이기도 했다.
경영성과 지표는 큰 틀에서 △주주가치 제고 △경영성과 △재무건전성 등 세 가지 요소를 평가했다.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PBR은 1.2배 수준에 그쳐 시장 평균치(KRX300 비금융업종)인 2.38배를 큰 폭 밑돌았다. 배당수익률도 KRX300 비금융업종 평균은 1.42% 수준이었지만, 삼성전기는 0.75%로 절반 수준이었다. 삼성전기의 주가수익률(15.6%)과 총주주수익률(16.5%)도 시장 평균치(각각 25.7%, 27.6%)에 미치지 못했다.
경영성과 측면에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성장률(-5.47%)과 영업이익성장률(-45.94%)이 마이너스(-) 값을 나타내면서 각각 최저점이 부여됐다. 삼성전기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30% 이상을 삼성전자 계열이 차지하는데,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을 겪자 삼성전기도 역성장에 빠진 것이었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7%, 총자산이익률(ROA)은 3.98%였다. KRX300 비금융업종 평균치는 각각 ROE 6.82%, ROA 3.76%였다.
재무건전성 평가에서는 비교적 선방했다. 보유 현금성자산(1조7000억원)이 차입금(1조6000억원)을 웃도는 ‘실질적 무차입’ 구조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5.2%,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0.08배 등으로 나타나 각각 최고점이 부여됐다. 다만 이자보상배율은 9.45배로 시장 평균치(KRX300 비금융업종)인 9.72배에 미치지 못했다.
◇ 경영성과 지표 개선 과제에도 불구, 경영위원회에선 사외이사 ‘배제’
삼성전기 이사회는 총 7명으로, 사내이사 3인(장덕현·김두영·김성진)과 사외이사 4인(김용균·여윤경·이윤정·최종구)으로 이뤄져 있다. 이사회 의장은 김용균 사외이사가 맡고 있지만, 경영·재무 관련 사안은 소위원회인 경영위원회에게 위임할 수 있다. 경영위원회는 경영 일반과 재무 관련사항 등을 심의하고 결의하는 소위원회다. 실질적으로 삼성전기 경영활동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삼성전기 이사회의 취약점으로 꼽힌 ‘경영성과’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주체도 경영위원회다. 다만 삼성전기의 경영위원회는 장덕현·김두영·김성진 등 사외이사 3명으로만 구성돼 사외이사는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사내이사 중심의 폐쇄적인 운영 방식으로, 부진한 경영실적이나 주주환원 정책 등에 대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들이 견제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경영위원회를 사내이사로만 구성하는 것은 삼성그룹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그룹 핵심 계열회사인 삼성전자도 전체 이사회 10명(사내이사 4인, 사외이사 6인) 중에서 한종희·노태문·박학규·이정배 등 사내이사 4인으로만 경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삼성SDS, 호텔신라 등 주요 삼성그룹 계열회사들도 동일하게 경영위원회는 사내이사로만 이뤄져 있다.
이는 국내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가 미래전략위원회를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SK그룹 이사회의 미래전략위원회는 연간 경영계획 수립, 중장기 미래전략 수립 등의 권한을 갖고 있어 삼성그룹의 경영위원회와 실질적으로 같은 조직이다. SK텔레콤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9명 전원이 미래전략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포스코홀딩스도 유사한 조직인 재정위원회를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하고 있다.
삼성전기 측은 "현재 경영위원회가 사내이사로만 구성돼 있는 것은 맞지만, 경영위원회 개최 후 결의서와 의사록 등을 전체 이사회에 공유하고 있다"며 "해당 안건에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이사회에서 재심의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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