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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오너가 분쟁|신동국-소액주주 좌담회]'배신자' 시각의 오류, '한미 정신' 살리는 소방수였다①오버행 막아 주가 방어, 가족화합 노력했지만 요원…해외매각 막아 등돌린 임종훈

사회=최은진 부장/ 정리=정새임 기자공개 2024-10-14 13:04:52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향 형님 따라 투자해 주식대박이 난 '행운아', 오너 갈등 속 판을 뒤흔든 '캐스팅보터', 형제 편을 들었다가 모녀 편으로 돌아선 '배신자'. 한미약품그룹 오너 분쟁의 핵심인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붙는 다양한 수식어. 그러나 그 누구도 신동국을 모른다.

분쟁 이전까지만 해도 사적 교류 없었던 형제, 언론 앞에 서고 싶어하지 않는 은둔형 경영자, 그간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기에 신 회장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단편적이고 추측성일 뿐이다.

더벨은 오너일가를 제외한 한미약품그룹의 핵심인물이자 개인 대주주인 그의 생각이 듣고 싶었고 7월부터 석달간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극구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언제나 기자의 질문에 답변은 명쾌했다. 한미약품을 위하는 길에 대한 고민.

신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더이상의 오해와 억측을 막겠다는 의지에서다. 더벨과의 만남과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고 제안도 했다. 소액주주측도 함께 만나고 싶다는 것.

7일 오후 한남동 모처에서 신 회장이 더벨 그리고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이준용 대표와 한 테이블에 앉았다. 개인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첫 만남이 성사됐다. 신 회장은 수행직원이나 조력자도 없이 홀로 기자와 소액주주측이 제기하는 우려와 의혹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장장 5시간의 대화. 더벨은 사회와 기록자의 역할을 맡았다. 주요주제에 따라 총 3편으로 정리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배신'했나? "한미 매각 막는 일, 배신 아닌 당연한 일"

사회: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형제(임종윤·종훈)의 편에 섰다가 모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편으로 돌아선 행보를 두고 신 회장이 개인 이득에 따라 편을 오간다는 시선이 있다.

신동국: 이종 타기업과의 통합에 반대한 건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을 다른 기업에 넘기는 딜 구조를 대주주의 한사람인 내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시엔 저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딜의 주체가 모녀가 아니라 형제였어도 같은 결정을 했을거다.

그때 임종윤·종훈 형제가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고 내 지분을 보탰다. 사실 그 전까지 얼굴만 알고 형제들을 잘 알지 못했다. 식사도 한 적 없다. 이종 타기업으로 넘어갈 위험이 있는 딜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형제와 뜻을 함께했을 뿐이다. 형제 편에 선게 아니라 이종 타기업으로의 매각을 막는 길을 택한거다.

이후 모녀와 연합을 맺은 건 또 다른 문제다. 모녀 주식을 매입할 수밖에 없었던 건 주가가 계속 떨어질 위험을 막기 위해서였다. 마진콜로 인해 오너 지분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는 오버행, 그렇게 되면 나도 주주들도 다 죽는데 보고만 있어야 하나.

만약 그때 내가 모녀 주식을 매입하지 않았다면 주가가 어디까지 폭락했을지 상상을 해봐라.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걸 막기 위한 일이었다. 당시 임종훈 대표도 "어머니를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오너 한사람의 오버행 이슈를 막지 못하면 그 여파로 가족들 지분 모두가 와르르 무너진다. 3자 연합으로 모녀는 상속세 문제도 해결했고 주가 급락도 막았다.

사회: 그래도 형제 입장에선 신 회장이 '배신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신동국: 지금까지 나의 기준은 늘 한결같다. 한미약품그룹의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결정인지 여부다. 기업가치를 해칠 수 있는 결정엔 동의할 수 없다.

3월 정기주총 이후 임종훈 대표가 M사 등 투자기관과 자리를 마련해 해외투자 유치 설명을 한 적이 있다. 들어보니 외국회사에 그룹이 넘어가는 구조였다. OCI 딜 때와 다를 게 없다고 판단했고 그런 식으로는 안 한다고 했다. 장남인 임종윤 사장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반대라고 했다.

임종훈 대표는 내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배신은 내가 아니라 형제들이 했다. 내 동의없이 내 주식 매각을 조건으로 딜을 하려고 했고 내가 따질 때까지 아무 상의도 없었다. 한미라는 회사의 이해관계를 위한 결정을 하는 일에 왜 '배신'이라는 말이 붙나.
9월 한미약품 본사를 찾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30년간 한미 '소방수' 역할, 경영 전면에 선 이유 "경영 정상화"

사회: 갑자기 이사회 참여 등 경영 전면에 서려는 이유가 있나.

신동국: 3월 주총 후 형제들에게 바로 모친인 송 회장을 찾아가서 인사하고 화합하라고 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송 회장 대표이사 해임 등 많은 일이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형제들을 끌어안고자 몇 번의 기회를 더 줬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30년 전 고(故) 임성기 회장과 의형제를 맺은 연으로 나는 오랜기간 한미의 조력자였다. 한미약품의 동신제약 인수, 미국 스펙트럼 투자 등에도 힘을 보탰다.

손실이 나기도 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나의 역할은 한미약품그룹이 성장하는데 일조하는 것이었다. 누구의 편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오너가가 싸우지 않고 화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다.

그런데 해결이 안되고 있다. 누군가는 상황을 정리하고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 화합을 얘기하면서 임종훈 대표에게는 물러나라고 하고 있다.

신동국: 처음에는 몰랐는데 형제들이 상속세 부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속세를 뛰어넘는 개인부채가 더 있었다. 임종윤 뿐 아니라 임종훈도 부채가 상당하다. 주식담보대출 외 다른 부채들이 더해져 전체 부채가 얼마인지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자신의 부채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회사 경영을 할 수 있겠나. 오너가 일원이라는 정당성을 떠나 개인부채가 너무 커 제대로 회사 경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클린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을 하는 건 무리가 있다. 내가 계속 주장하는 건 전문경영인 체제다. 냉정하게 이들이 자신들의 개인부채를 해결할 방도가 있을까. 나 역시 궁금하다.

더욱이 회사가 지금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되고 있는가. 누구편이냐에 따라 전산을 막고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경영에 대한 불안감이 확전되고 있다.

사회: 현재 흘러가는 양상은 화합이 멀어지는듯 하다. 한미약품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대표를 고발하고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신 회장을 해임하겠다고 한다. 지금도 화합을 해야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나.

신동국: 아니다. 형제들을 달래고 기다리며 기회를 줬지만 묵묵부답을 유지하다 결국 건너선 안 될 강을 건넜다. 이제는 가족 간의 화합은 요원하다고 본다. 내가 경영참여를 결심하게 된 것도 빠른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임종훈 대표는 외자유치를 하겠다고 하지만 개인부채가 상당한 상황에서 목적이 회사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히지 않겠나. 이 지점은 동의할 수 없다.

그간 한미약품그룹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소방수 역할을 한 것처럼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나의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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