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4]"중동부 유럽 대표하는 CIB로 도약 목표"[thebell interview]②권용일 KDB유럽 법인장 "신디케이션 주선 전문기관으로 특화"
부다페스트(헝가리)=조은아 기자공개 2024-10-17 12:34:55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 특히 서부 유럽을 제외한 중동부 유럽은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땅이다. 새롭게 진출해 처음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인들이 겪는 고충은 말할 것도 없다. 멀고 익숙하지 않은 곳일수록 우리 금융기관의 도움이 절실한 이유다.KDB유럽을 이끌고 있는 권용일 법인장(사진) 역시 KDB유럽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그는 "동유럽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초기 자금을 지원해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올 수 있는 수준까지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부 유럽에서 신디케이션 주선 전문 CIB로 자리매김할 것"
권 법인장은 2023년 2월부터 KDB유럽을 이끌고 있다. 직전까지는 산업은행에서 3년 동안 IDT본부장을 맡았다. IDT본부는 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DT)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IT본부의 이름을 바꿔단 곳이다. 최근 몇 년 국내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가 디지털 전환이었다는 점을 볼 때 상당한 중책을 오랜 기간 맡은 셈이다. 이전까지는 기업금융, 국제금융, IT기획부서 등 다양한 부서에 몸담았다.
그는 "기업이 새로운 지역에 신규로 진출해 공장을 건설하고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지기까지 최소 몇 년 동안은 제대로 된 재무제표 숫자가 나오기 어렵다"며 "이런 경우에 시중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자금 차입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KDB유럽은 리스크가 가장 큰 초기에 자금을 지원해 어느 정도 운영이 되는 수준까지 돕고, 추후 시설 확장 등의 과정에선 시중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권 법인장은 대표적 사례로 신흥SEC를 꼽았다. 신흥SEC는 삼성SDI 헝가리법인의 주요 1차 협력사다. 신흥SEC 헝가리법인(원통형 배터리셀 제조)의 경우 2019년 KDB유럽의 시설자금 지원 아래 헝가리에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공장을 확장할 때엔 다른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권 법인장은 KDB유럽의 전략적 지향점에 대해 "중동부 유럽 대표 CIB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특히 신디케이션 주선 전문기관으로 특화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실제 KDB유럽은 유럽에 진출한 다른 시중은행들이 현지 주요 금융기관이 주선하는 신디케이트론에 단순 참여하는 것과 달리 신디케이트론을 성공적으로 주선한 경험이 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신디케이트론 금융 주선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부 유럽에서 우량기업 관련 딜을 계속 발굴한다는 목표 역시 세워두고 있다. 사업성과 수익성이 양호한 딜을 산업은행 네트워크 및 한국계 금융기관에게 주선해 중동부 유럽에서 신디케이션 주선 전문 CIB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기업처럼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대한 고민 역시 당연히 있다. 권 법인장은 "기업대출 및 채권에 집중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무역금융(Trade Loan)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특히 선진국 대비 신용등급이 낮은 중동부 유럽 특성을 감안해 국제금융기구(IFC, EBRD, ADB 등)와 협업을 통해 업무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관성 떨어지는 정책…"법인장, 유연성도 갖춰야"
현지에 진출한 금융기관은 물론 국내 기업들이 모두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사람을 쓰는' 문제다. 우리와는 노동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상당히 다른 탓이다. 권 법인장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모든 일에 있어서 한국보다 빠르지 않다"며 "한 시간에 100km를 달리다가 갑자기 50km로 달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부임한 뒤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 중 하나가 한국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1년 반이란 짧은 기간에 우리 조직문화가 많이 개선됐지만 기대한 만큼은 여전히 아니다"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기 문화가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최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지에 맞는 전략이 가장 최선의 전략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점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법인장은 해외법인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법인장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물었다. "당연히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관리능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현지직원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공유하고 동시에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경제, 사회, 언어, 문화 등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에서는 제도만 숙지하고 금융당국이 이미 발표한 정책을 충실히 따르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신흥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신흥국은 안정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맞는 영업 및 관리 전략을 수시로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며 "법인장에게 필요한 역량에 유연성이라는 항목을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헝가리 법인세는 9%로 EU 국가 중 가장 낮지만 준조세라 할 수 있는 횡재세, 자산세 등이 따로 있고 일관성도 없어 세율이 갑자기 바뀌는 일도 잦다. 당연히 영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인장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조직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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