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수출(L/O)은 규모가 작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자체 개발한 핵심 기술을 더 큰 기업에 넘기는 계약이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1조~2조원의 비용과 평균 10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지만 성공률은 10%가 채 안 된다. 그마저도 경험이 적은 바이오텍은 1% 남짓으로 뚝 떨어진다. 심장과 같은 기술을 빅파마에 넘겨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껴야 한다.L/O도 계약에 따라 질이 나뉜다. 따라서 바이오텍이 빠르게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L/O의 질적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해야 어린아이가 쑥쑥 자라는 이치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L/O 질적 성장의 정석을 보여준 예다. 리가켐이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첫 L/O 계약을 맺은 건 2015년. 중국 한정으로 맺은 바이오베터 계약임을 감안해도 총 계약규모가 200억원에 그쳤다. 이후 한동안은 리가켐의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물질을 개발하는 소규모 딜 위주로 계약이 성사됐다. 아직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이 무르익지 않아서다.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올려 L/O 사례를 늘렸다. 5년 뒤쯤부터 성과가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자체 발굴한 후보물질을 3000억~4000억원대로 계약을 맺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후보물질의 임상 단계를 높여 전체적인 딜 규모를 확장했다. 그렇게 지난해 12월 글로벌 빅파마 얀센과 2조원대 빅딜이 성사됐다.
리가켐은 또 한 번의 질적 성장을 도모한다. 물질 하나만 파는 것이 아닌 플랫폼 기술을 함께 파는 '패키지 딜'을 추구한다. 거래규모뿐 아니라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도 확대할 수 있다. 실제 10월 오노약품과 패키지 딜을 맺으며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했다.
리가켐의 사례는 바이오 사업개발(BD) 전략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잘 만든 신약과 기술을 잘 파는 것도 크나큰 경쟁력이다. 리가켐은 채제욱 부사장이 미국 현지에서 딜을 주도한다. 연구자 출신으로 파이프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뿐만 아니라 L/O 전략을 수립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외부에서 이름높은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겼다.
물론 연구개발 만으로도 생존이 버거운 바이오텍이 L/O의 질까지 고민하는 건 분명 버거운 일이다. 이쯤에서 리가켐 경영을 총괄하는 박세진 사장이 건넨 글 중 한 문구를 공유한다.
'리더는 깃발을 꽂는 사람이다. 그 깃발이 위대할수록, 일관성을 유지할수록 사람들은 깃발 밑으로 모여든다.' 리가켐이 뼈를 깎으며 사업 피봇(방향전환)을 단행하고 기술이 반환되는 고비를 겪으면서도 BD 강화와 L/O의 질적 성장을 고민한 이유다. 국내 바이오업계에도 충분한 귀감이 되리가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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