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23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시장은 기형적이다.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이 발생한 대출채권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어차피 신용보강 기관이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니 사업성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대형 증권사에서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과 식사 자리에서 나온 설명이다. 그의 설명대로 한국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사업성은 그리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건설사와 금융사, 신탁사 중 최소 한 곳이 신용을 보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보강 기관이 어디인지가 PF 투자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신용보강이라는 구조가 생각보다 부실하다는 점이다. 신용을 보강한 건설사들이 공사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약정을 지키지 못한 건설사는 채무를 전액 인수해야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된 이들에게 인수자금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다만 이같은 사례가 소수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뒷단에서 신용을 보강한 증권사와 신탁사 등이 이중 안전장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한계는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다수의 사업장에서 시공사 채무인수 약정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증권사와 신탁사가 수많은 사업장의 PF채권을 모두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수해야 하는 채무의 규모가 임계점을 돌파하면 금융기관이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 신용보강이라는 생각보다 취약한 연결고리가 부동산PF 대출채권 시장의 허점인 셈이다.
다행히 몇년간 PF시장을 괴롭혔던 신용보강 리스크는 최근 들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치솟았던 금리가 인하될 기미를 보이고 서울을 중심으로 건설경기가 회복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는 PF대출채권 시장의 허점은 여전히 그대로다. 아직도 많은 투자자들이 사업성보다는 신용보강 기관의 우량도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쉬운 길을 선택하고 있다. 약정 미이행 우려가 대두되면 언제든 다시 시장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오늘도 수많은 기관들이 연대보증과 인수약정 등의 신용보강을 앞세워 PF채권을 찍어냈다. 이렇게 발행된 채권은 불특정 다수에게 다시 매각될 예정이다. 바뀐 것은 상황뿐, 허점은 그대로다. 신용보강에만 의존하는 안일한 판단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한번쯤 숨을 고르고 사업성에 바탕을 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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