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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소명부터 CI까지 새 단장, 오너 4세 공식 데뷔 [총론]①100주년 기점으로 세대교체 준비 본격화, 변화 주도 방향성 제시 눈길

정유현 기자공개 2024-10-29 07:48:39

[편집자주]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며 '보수적'이라 평가 받아왔던 삼양그룹이 100주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룹의 성장 로드맵에 '혁신'을 키워드로 추가했다. 미래 준비의 선봉장으로 오너 4세를 내세운 점도 관전 포인트다. 더벨은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 준비에 나선 삼양그룹이 제시한 키워드를 살펴보며 성장 방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5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이 3대를 넘어 생존하는 비율은 5% 이하에 불과하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 비해 장수기업이 적은 한국에서 3대를 넘어 경영이 이어지고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삼양그룹이다.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며 사업을 펼친 것은 안정적으로 경영이 이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됐지만 보수적이고 혁신에 소극적인 그룹이라는 평가를 얻게 된 단초가 됐다. 이에 따라 삼양그룹은 오너 3세인 김윤 회장이 취임한 2004년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서며 체질 개선에 나섰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삼양그룹은 창립 100주년을 명분 삼아 또 한 번의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김윤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4세인 김건호 사장이 '새로운 삼양(NEW SAMYANG)'의 변화를 이끄는 선봉장으로 나섰다. 김 사장은 100년 연륜에 걸맞은 그룹 이미지를 구축하고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미션을 부여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00주년 TF 기업 정체성 홍보 주력, 김건호 사장 '새 비전' 발표

삼양그룹은 1924년 10월 1일 설립된 삼수사가 뿌리다. 올해가 그룹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삼양그룹의 가치와 정체성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유명 유튜버와의 협업뿐 아니라 100주년 기념 로고, 온라인 역사관 등을 오픈했다.

석유, 화학, 바이오, 패키징 등 B2B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일반 소비자들에게 '삼양' 이라는 브랜드가 각인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룹사의 주요 제품인 '큐원', '상쾌환' 등 개별 브랜드 인지도는 높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삼양하면 라면 회사인 삼양식품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

5월부터 뮤지션 장기하를 모델로 이례적으로 기업광고가 진행된 배경이다. 그동안은 개별 브랜드를 알리는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아우를 수 있는 기업광고를 추진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디지털 광고 방식을 추진하면서 MZ 세대와의 소통에 주력했다.

100주년 기념의 화룡점정은 '뉴 삼양'을 선언한 창립 기념식과 임직원을 초청해 진행한 '뉴삼양 페스티벌'이다. 재계 주요 인사들과 고객사, 전현직 임직원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 김건호 전략총괄 사장이 데뷔 전을 치렀다.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삼양홀딩스 김건호 전략총괄 사장이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14년 삼양사에 입사해 오너 4세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24년 정기 인사를 통해 경영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성장 전략과 재무를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 사장은 100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새로운 소명으로 '생활의 잠재력을 깨웁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꿉니다'를 제시했다. 이전까지의 소명은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업'이었다. 과거와 달리 한발 앞서 변화를 주도하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특징으로 읽힌다.

여기에 '스페셜티 소재와 솔루션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글로벌 파트너'라는 미래 비전도 발표했다.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은 김 사장이 중장기적인 사업의 목표 차원이 아닌 앞으로의 100년을 이끌 장기 비전을 발표한 것이 포인트다.

삼양그룹은 5년마다 중장기 목표를 발표한다. 현재까지 △스페셜티(고부가가치)사업 강화 △현금 흐름 중심 경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키워드로 제시 '비전2025'를 이행하고 있고 향후 '비전2030'이 정립할 예정이다. 넥스트 비전의 중심에는 김 사장이 서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CI 교체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그룹사 기업가치 제고도 과제

삼양그룹이 올 한 해 동안 100주년 기념을 위해 가장 힘을 준 부분은 역시나 그룹 이미지다. 경영 시험대에 선 김건호 사장이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CI와 함께 서체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CI 작업을 함께한 타이포 그라피 디자이너인 네빌 브로디(Neville Brody)의 인터뷰를 담았는데, 이 영상에는 김건호 사장이 CI의 의미를 직접 설명한다. R&D를 통해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담대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밸류업 활동을 통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는 코스피 300위 밖에 위치한다. 휴일이었던 창립 기념일 다음 날인 10월 2일 종가 기준으로 6540억원에 불과하다. 코스피 356위다.

같은 날 기준 그룹의 핵심 회사인 삼양사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424위다. 올해 초 VIP자산운용이 행동주의에 나섰던 삼양패키징은 672위다.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IR과 동시에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면서 그룹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룹 이미지 제고를 위해 대기업 집단으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삼양그룹은 100년 역사가 무색하게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재계 65위다. 대기업으로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은 2020년이다. 64위를 기록한 후 2021년 65위, 2022년 60위, 2023년 67위를 기록했다.

1960년대는 재계 톱 플레이어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혁신 기업의 등장으로 많이 밀린 상태다. 미래 비전의 핵심 축인 김건호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삼양그룹 측은 "뉴삼양 페스티벌은 100주년 TF가 실무를 진행하고 행사 전반적인 부분은 그룹의 주요 경영진이 함께 참여했다"며 "이번 뉴삼양 선포를 통해 앞으로의 100년을 이끌 그룹의 장기적인 비전과 소명을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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