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런던·룩셈부르크증시 DR 상장폐지…달라진 위상 재확인 1995년 최초 DR 상장 후 30년만…'트리플 크라운' 자체 자금조달력 탄탄
고설봉 기자공개 2024-10-25 08:17:38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4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런던과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각각 상장돼 있는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폐지했다. 1990년대 자금조달을 위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발행한 DR을 약 30년여 만에 거둬들이는 셈이다.이번 상장폐지는 ‘톱3 완성차 브랜드’로 올라선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을 재확인 할수 있는 사건이다. 글로벌 신용등급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자체적으로 다양한 자금조달 창구를 활용하고 있는 현대차로선 DR 상장의 효용성이 크지 않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체급에 맞춰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24일 런던과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각각 상장돼 있는 주식예탁증서를 상장폐지한다고 밝혔다. 보통주식 2만2607주와 기타주식 315만9594주를 각각 상장폐지한다.
DR은 국내에 상장된 주식을 해외 거래소에서 유통하기 위해 발행한다. 수탁은행이 원주를 보관한 뒤 예탁증서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해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주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DR은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발행된다. 미국시장에서 발행한 경우 ADR(America Depository Receipts), 유럽시장에서 발행한 경우 EDR(Europe Depository Receipts)이라고 불린다. 미국과 유럽 등 복수시장에서 동시에 발행한 경우는 GDR(Global Depository Receipts)라고 칭한다.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은 1990년대 자금조달을 위해 DR 발행을 활성화 했었다. 당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자본력 확충이 중요한 시기였다. 그러나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화가 덜 된 상황에서 양질의 자금을 조달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또 당시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직접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역량도 부족했다. 외형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기였지만 신용등급 등 펀더멘털 면에서 선진 자본시장의 허들을 뛰어넘기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이에 따라 DR을 발행해 우회적으로 자본을 끌어모았다.
1974년 6월 국내 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한 현대차는 1995년 6월 최초로 DR을 발행하며 글로벌 자본 조달에 나섰다. 9000만달러 규모 해외 DR을 유럽에서는 공모방식으로, 미국시장에서는 사모방식으로 발행했다. 이후 런던과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후 1999년과 2000년 등 연이어 추가로 DR을 발행하며 글로벌 자본 조달을 늘렸다. 1999년 9월 발행한 DR은 발행대금 5억달러 규모였다. 당시 현대차 주식총액의 12% 규모로 컸다. GDR 발행으로 납입자본금은 917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당시 현대차는 기아차 인수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의 성장을 위해 자본력을 키우던 시기였다.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신차 개발 등에 매진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내 자본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았고 직접 현대차가 글로벌 무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엔 펀더멘털이 부족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DR은 현대차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했었다.
이처럼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 발판이 됐던 DR은 이제 더 이상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 현대차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3 완성차 브랜드’로 거듭났다.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에서 현대차그룹의 높아진 위상과 경쟁력은 펀더멘털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자체 자금조달 능력도 글로벌 톱티어다.
현대차와 기아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으로부터 모두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신용등급 A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곳은 현대차·기아,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가 전부다.
탄탄한 펀더멘털과 글로벌 위상으로 현대차는 직접 주요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 중이다. 최근 현대차는 글로벌 4대 증시로 꼽히는 인도 증시에 인도법인(HMIL)을 상장했다. HMIL은 인도 증시 사상 최대어로 IPO에 성공했다. 현대차의 달라진 위상과 조달력이 확인된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는 "GDR의 원주 전환에 따른 잔량 축소, 저조한 거래량 등 낮은 상장 효용성 대비 유지 비용 등을 고려해 관리 복잡성 해소를 위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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