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공개매수로만 3.2조 썼는데…뾰족한 수 없는 지분 차이차입·이자·기회비용 소진 중…승기없는 장기전 전망
허인혜 기자공개 2024-10-29 08:21:55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8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과 영풍 측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지분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로만 3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출했지만 어느 쪽도 승기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개매수 전과 후의 지분 차이가 약 1%에서 3%로 벌어졌고 앞선 곳도 달라졌다.하지만 3%의 지분 차이로는 목표인 이사회 장악과 최종 단계인 경영권 확보까지 갈 길이 멀다. 수조원을 쏟아 붓고도 승자없이 게임 1차전이 마무리된 셈이다. 차입과 이자비용, 사업적 기회비용까지 환산하면 지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도 큰 동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쪼그라든 유통주식 속 우군 쟁탈전도 심화될 전망이다.
◇각각 얼마 썼나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사주 규모는 28일 공시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고려아연은 예정 주식수 414만657주 중 233만1302주(56.3%)가 청약해 응모주 전량을 사들였다고 알렸다. 주당 가격은 89만원으로 매수 수량으로 환산하면 약 2조750억원을 지출했다.
고려아연은 백기사 베인캐피탈과 함께 공개매수에 나섰다. 확보한 물량 11.26% 중 고려아연이 9.85%의 자사주를, 베인캐피탈이 1.41%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이 확보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주환원의 측면과 영풍 측이 흡수할 물량을 줄였다는 의미가 있지만 의결권 있는 지분 확보로만 보면 고려아연은 2조원 이상의 돈을 들여 1.41%의 우군을 만들게 됐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측 대비 청약 물량도 적고 공개매수 가격도 낮았기 때문에 지출 금액은 9173억원이다. 투자자들이 영풍 측이 응모 분을 전부 소화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거나 공개매수가 더 높은 고려아연 쪽으로 더 쏠려 청약률은 5.34% 수준이었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약 9173억원을 썼다.
영풍정밀도 있다. 고려아연 측은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영풍정밀 549만2083주를 샀다. 예정 주식수인 551만2500주 중 대부분이 청약했다. 이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1922억원이다.
공개매수에 따른 절대적인 지출액만 고려할 수는 없다. 빠르게 경영권 쟁탈전이 이어진 탓에 보유 현금이 아닌 차입금으로 싸우는 구조가 됐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에 금리 5.7%로 1조5785억원을 차입했다. 영풍 측과 MBK의 사모펀드에서도 자금을 떼왔다.
고려아연은 차입과 최윤범 회장 일가의 개인 자산 등을 활용 중이다. 고려아연은 3조930억원 중 약 2조5000억원을 빌렸다. 메리츠증권에 금리 연 6.5%로 1조원을,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1조1635억원(연 5.5%·변동 4.67%), 한국투자증권에 약 3436억원을 조달했다. 양측이 만기까지 차입하면 이자비용만 2100억원을 쓰게 된다.
◇줄어든 유통물량 영향은…140만까지 치솟은 주가
공개매수에 따른 지출금이 양사 합산 약 3조2000억원, 이자비용으로는 최대 2100억원이다. 3조4000억원이 든 '머니게임'이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수조원을 들인 싸움에서 누구도 승리 선언을 할 수는 없게 됐다. 지출액과 달리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 따져보면 유통물량을 양쪽이 흡수했을 뿐 실질적인 방어·공격 효과가 컸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각 전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35.4%·영풍 측이 38.5%, 소각 후에는 각각 40%와 43%가 전망돼 약 3% 수준에 그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시기를 기준으로 볼 때 양사의 지분 차이는 약 1% 수준이었다. 고려아연이 34%, 영풍 측이 33%로 공개매수 후에는 영풍 측이 지분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판도가 바뀌긴 했다.
이제 유통물량은 5~6% 수준으로 점쳐진다. 공개매수 전 유통물량이 약 22~23%로 예상됐었고 영풍 측이 공개매수로 5.34%를 챙겼다. 고려아연 측이 베인캐피탈과 합해 약 11.26%를 가져갔다. 유통물량은 너무 적고 가격이 높아져 공격적인 지분 매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물량이 너무 적어졌기 때문에 셈법도 더 복잡해 졌다. 고려아연은 28일 장중 139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전일 대비 10% 넘는 상승세 속 아직 동력도 잃지 않은 상태다.
주당 139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1% 지분에 해당하는 20만7033주를 확보하기 위해 약 2878억원을 써야 한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합류하기 직전인 지난달 12일 주가는 55만6000원으로 같은 양을 확보하기 위해 1151억원만 지출하면 됐었다.
◇'묘수' 다툼도 견제 속 깜깜이…우군 지키고 뺏을 수밖에
양쪽은 지속적으로 '묘수'를 들고 나오고 있지만 서로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고려아연의 기보유 자사주 2.41%를 두고 백기사 매각과 우리사주조합 처분 등의 방법이 시장 안팎에서 들리지만 영풍 측이 법정 공방을 예고해 쉬운 길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공시하는 한편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14명의 이사 선임의 건을 의안으로 제시했다. 영풍의 임시주총은 고려아연 측이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최종 목적지를 염두에 두면 우군 쟁탈전이 핵심적인 판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가장 중요한 캐스팅보터지만 정공법 외의 전략을 세우기가 마뜩찮다.
이해관계로 움직일 수 있는 기업은 두 곳 모두에게 공략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으로서는 집토끼를 지켜야하고 영풍 측은 한 기업이라도 돌아서 준다면 사실상의 승기다. 현대차그룹(5%)과 한화(7.8%), LG화학(1.9%), 트라피구라(1.5%) 등이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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