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플랜트 역량 점검]'끈질긴 집념' 현대건설, 뉴에너지사업부로 성과 낸다한때 3년 누적 매출순손실 3442억…'사업규모 18조'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수주 원동력
전기룡 기자공개 2024-11-04 07:32:53
[편집자주]
플랜트가 중동 산유국에서 대규모 손실액을 인식한 이래 10여년만에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력 매출원이었던 건축·주택의 수익성이 급감한 반면, 플랜트는 여전히 고른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트 역량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손질한 건설사도 눈에 띈다. 플랜트라는 사업영역이 변곡점을 맞이한 만큼 더벨은 주요 건설사들이 지닌 역량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은 일찍이 플랜트 분야에 진출했다. 1960년대 '호남비료 나주공장'을 시작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힘을 보탰다. '포항종합제철소'는 물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울산조선소' 등이 현대건설이 수행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정부가 전원개발 5개년 계획을 밝혔을 때도 주요 시공사로 참여했다.국내에서 쌓은 역량은 해외 진출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중동 산유국들이 대형 플랜트 공사를 발주하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현대건설의 첫 GTL(Gas to liquid) 공정이었던 '카타르 카란가스 처리시설'이나 '아랍에미리트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소' 등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주력 사업부문으로 자리매김했던 플랜트지만 중동 시장의 위축과 함께 외형이 축소됐다. 출혈 수주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뉴에너지사업부를 신설하는 행보 역시 보였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던 원동력으로 언급된다.
◇중동 산유국 전략적 진출, 플랜트/전력부문 비중 45.01%
현대건설은 1960년대부터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한 이력이 있다.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발맞춰 주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울산석유화학단지'와 '울산정유공장 확장공사', 울산조선소 같이 산업기반시설 위주였다. 해외에서는 1976년 '인도네시아 시비뇽 시멘트공장'으로 첫 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중동 산유국으로 눈을 돌렸다. 현대건설은 정부가 '대중동진출방안'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이란에 지점을 설치하는 등 중동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해 왔다. 산유국들이 석유파동발 경제 호황을 맞아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를 발주했을 때도 발 빠른 행보 덕에 수주고를 쌓는데 성공했다.
1979년 5월 준공된 '이란 가치사란 가스 주입시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란에 이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저변을 넓혔다. 특히 '사우디아리비아 줄루프 해상 가스오일 분리시설'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현재도 주요 발주처인 아람코(Aramco)로부터 수주한 첫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누적된 기술력에 힘입어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프로젝트도 상당수다. 대표적으로는 카타르 카란가스 처리시설이 있다. 일본·유럽 일부 업체가 독점적으로 수행해 오던 GTL 공정을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수행했다. 당시 확보한 기술력 덕에 '사우디아라비아 카란 가스 처리시설'이라는 추가 수주로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소도 빼놓을 수 없다. 해당 프로젝트는 218만㎡에 총 1600메가와크(㎿)급 신규 화력발전소와 바닷물에서 하루 23만8000톤(t)의 음용수를 생산하는 담수화 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이 2009년부터 수행해온 '물 산업 육성 프로젝트'의 첫 실적이기도 하다.
계속된 성과는 플랜트가 현대건설의 주력 사업부문으로 자리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현대건설이 2015년 별도기준 수익으로 인식한 도급건설계약액 9조9888억원 가운데 45.01%에 해당하는 4조4961억원이 플랜트/전력부문에서 나왔다. 뒤를 이은 건축/주택부문(2조9171억원), 인프라/환경부문(2조5757억원)과 격차가 상당하다.
◇역마진 구조 탈피, 초대 수장에 최영 전무 선임
오랜 기간 현대건설의 실적을 뒷받침한 플랜트다. 하지만 2010년대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수주텃밭인 중동 시장에서 경쟁입찰 방식이 보편화됐다. 국내 건설사간 출혈 수주가 빈번해지자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더라도 부실화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현대건설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조원을 상회하는 미청구공사를 인식한 배경이다.
원가율 부담은 역마진 구조로 이어졌다. 플랜트/전력부문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3442억원 수준의 매출총손실을 인식했다. 2020년 흑자 전환했지만 매출총이익이 47억원에 머물렀다. 2017년 당시 1549명에 달했던 플랜트/전력부문 임직원 수도 2022년 1280명까지 매년 줄었다.
현대건설도 플랜트/전력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채비에 들어갔다. 돌파구 모색 차원에서 지난해 플랜트사업본부 내 신재생에너지 파트를 뉴에너지사업부로 분할·신설했다. 뉴에너시업부 산하에는 에코원사업실과 원자력사업실이라는 전문 조직이 배치됐다. 현대건설 내 원자력 전문가로 통하는 최영 전무가 초대 수장을 맡았다.
당시 결정은 올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내 1100㎿급 원전 2기를 추가·신설하는 게 골자다. 사업규모는 17조~18조원에 추정된다. 올 하반기에는 발주처인 불가리아 원자력공사와의 설계계약 체결도 앞두고 있다.
다시금 수익성도 담보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플랜트/전력부문(1조9034억원)의 매출총이익률은 7.36%다. 건축/주택부분(5조7248억원)의 매출총이익률인 3.43%보다 3.93%포인트 높다. 건축/주택부문이 지속된 금융·원자재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반면 플랜트/전력부문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직원 수도 2022년 1280명에서 2023년 1439명, 올 상반기 1637명으로 지속 상승하는 추세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프로젝트', '샤힌 프로젝트' 등 대형 프로젝트들도 실적에 보탬이 되기 시작했다. 기술연구원 산하 플랜트연구팀을 주축으로 다방면의 연구개발(R&D)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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