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하나벤처스]'후기딜 전문' 조경훈 상무, 남다른 투자 안목 빛봤다투자 성과 바탕으로 연초 '이사→상무' 승진…3본부 이끄는 중추로 자리매김
이기정 기자공개 2024-11-05 08:31:29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벤처스는 상대적으로 초기투자 비중이 높은 하우스다. 다만 후기 라운드에서도 임팩트 있는 투자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에이피알의 세컨더리 투자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이비엘바이오 메자닌 투자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조경훈 하나벤처스 상무(사진)는 하우스에서 후기 라운드 투자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증권사 IB 출신으로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의 성공 여부를 알아보는 남다른 안목을 자랑한다.
조 상무는 이같은 투자 실력을 인정받아 연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현재 투자 3본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하나벤처스를 다른 4대 은행(KB·신한·우리) 계열 벤처캐피탈(VC)을 넘어서는 명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성장 스토리: 금융투자업계 경력 17년…증권사 IB 업무 섭렵
1980년생인 조 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신한금융투자(현재 신한투자증권) IB 본부에 입사했다. 이듬해 교보증권으로 이직해 약 6년동안 근무하며 IPO, 증자, M&A(인수합병) 등 업무를 담당했다. 이어 유안타증권 IB 본부에서 1년 더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투자업계로 뛰어들었다.
증권사에서 투자업계로 진로를 변경한 이유는 트렌드의 변화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가 사회 생활을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증권사 IB가 가장 촉망받는 직업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직접 투자를 하는 직업군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마침 투자에 대한 열망도 있었던터라 과감하게 이직을 결정했다.
조 상무는 "증권사에서는 대한전선의 첫 번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업무를 담당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유안타증권에서는 중국 상해 합자법인장을 지내면서 해외 IB 업무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금융투자업계에 오랜시간 몸 담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증권사에서는 직접 투자가 어렵다는 것을 어느순간 깨달았다"며 "JLK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투자업계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조 상무는 2017년 사모펀드 뉴마진캐피탈코리아에서 본격적인 투자 업무를 시작했다. 약 1년 뒤 서울투자파트너스에 합류하면서 VC업계에 입문했다. 하나벤처스 합류 시기는 2020년으로 이사로 시작해 올해 상무로 승진했다.
그가 하나벤처스에 합류한 시점에는 김동환 전 대표가 하우스를 이끌고 있었다. 김 전 대표는 그로쓰 분야로 투자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었는데 조 상무를 적임자로 낙점했다.
다만 하나벤처스는 이후 그로쓰 본부를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 실제 하우스는 투자 1~3본부를 두고 있는데 본부별 투자 섹터나 단계 구분이 없다. 조 상무 역시 현재 후기 투자 비중이 높지만 초기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투자철학: 성장 단계별 판단 기준 상이…포트폴리오엔 '친구' 같은 투자사
조 상무는 투자를 할 때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먼저 초기 기업의 경우 대표이사와 팀이 어떤 인연으로 맺어졌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이들이 얼마나 큰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지가 향후 성장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IPO가 임박한 기업은 밸류에이션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 지배력과 해외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기업가치가 적정한 수준에서 형성됐는지 분석한다. 높은 기업가치의 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시장에서 관심은 덜 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투자 후에는 포트폴리오 기업 대표들과 깊은 관계를 쌓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사가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힘들 때 가장 먼저 찾는 친구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조 상무는 "아무래도 증권사 출신이라 그런지 투자를 검토할 때 지표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초기 기업은 매출 등 재무 지표보다는 기술력 등을 우선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기 단계 기업의 경우 약점은 있지만 이 부분만 보완하면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을 좋아한다"며 "기업이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성공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 1: 승진 이끈 '에이피알' 구주 투자…조력자 면모 두각
조 상무는 현재 하나벤처스에서 가장 후기 투자 전문성이 뛰어난 심사역으로 꼽힌다. 하우스 내 15명의 심사역 가운데 유일한 증권사 출신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투자 성과를 써내려가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가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이다. 에이피알은 지난 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하나벤처스는 에이피알 설립 7년차인 2021년부터 투자를 진행해 상당한 성과를 기록했다. 구체적인 수익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 멀티플 5배 이상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상무는 이 성과로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하나벤처스 투자 이전 에이피알은 공동 대표의 지분 구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조 상무는 이 문제만 극복하면 회사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에 2022년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2개의 블라인펀드펀드를 비히클로 총 162억원을 베팅했다.
실제 에이피알은 이듬해 프리IPO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3월 프리IPO에서 기업가치 7000억원을 인정받으며 80억원을 조달했고 6월에는 CJ온스타일에서 밸류에이션 1조원을 인정받았다. 회사는 공모가 25만원 기준 기업가치 1조8960억원을 인정받아 증시에 입성했다.
조 상무는 "회사가 첫 IPO 도전에 실패하고 의기소침한 상황에서 공동대표 지분 인수 딜을 지속적으로 제안했다"며 "회수 성과도 좋았지만 회사의 약점을 보완해 성공을 보조한 뜻 깊은 트랙레코드"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어릴 적부터 피부에 관심이 많아 에이피알의 사업 모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며 "시장 수요가 충분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트랙레코드 2: 하우스 옮겨가며 투자한 '리디', IPO까지 '완주' 확신
조 상무는 또 하나의 트랙레코드로 전자책 구독 서비스 기업 리디를 꼽았다. 리디는 그가 서울투자파트너스 시절부터 시작해 하나벤처스에서도 투자한 포트폴리오다. 아직 리디의 IPO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기대감은 다른 어떤 포트폴리오보다 큰 편이다.
조 상무는 서울투자파트너스에서 2019년 리디의 구주 12억원가량을 인수했다. 이어 2020년 하나벤처스 합류 후 프로젝트펀드를 만들어 60억원을 추가로 베팅했다. 리디는 2022년 유니콘에 등극하며 조 상무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는 "투자 당시 국내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리디는 관련 시장 1위 업체로 사업 확장 준비가 완료돼 있었다"며 "회사는 웹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2022년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기업가치 1조6000억원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부분 회수를 진행했지만 아직 엑시트가 마무리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불황기가 찾아와 어려움이 있지만 쌓아 놓은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IPO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 모든 투자 단계 통달 목표…후배 육성 총력
후기 투자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조 상무는 현재 초기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 모든 투자 단계를 통달한 달인이 되겠다는 포부다. 실제 에이지엘(글로벌 골프테크), 브이디컴퍼니(서비스 로봇), 오렌지스퀘어(올인원 선불카드), 그린웨일글로벌(친환경 바이오테크) 등에 투자하면서 유의미한 트랙레코드를 축적하고 있다.
유망 투자 섹터로는 바이오·헬스케어를 꼽았다. 현재 해당 섹터 투자심리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고 바라본다. 특히 최근 국내 주력 사업이었던 반도체 섹터가 흔들리면서 이같은 생각이 확고해지고 있다.
회사 임원으로서는 하나벤처스를 다른 은행 계열 VC와 경쟁할 수 있는 하우스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이를 위해 본부 관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조 상무가 수장으로 있는 투자 3본부는 하우스 내 주니어 심사역 비중이 가장 높다.
조 상무는 "회사 구성원들이 하나벤처스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자부심을 갖기를 바란다"며 "심사역들이 업계에서 영향력을 쌓아 하나벤처스가 향후 'VC 사관학교'라는 평가를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하나벤처스가 국내 스타트업 및 자본주의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업계 구성원 모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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