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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엔 왜 '루키리그'가 없을까 [thebell note]

황원지 기자공개 2024-11-12 11:38:48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나 벤처캐피탈(VC)업계엔 루키리그가 일반적이다.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를 뽑을 때 신생 운용사끼리만 경쟁할 수 있는 리그다. 투자실력이 있지만 트랙레코드가 없거나 운용규모(AUM)가 작아 배제됐던 신예를 발굴하는 차원이다. 2020년대 들어서는 축소되는 추세지만 군인공제회나 캠코 등 일부 기관을 통해 명맥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일반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루키리그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형에서는 책임투자형, 액티브형, 배당주형, 가치형, 중소형주형, 장기성장형, 대형주형까지 8개 섹터에서 위탁운용사를 선정한다. 이중 신생운용사 리그를 따로 운영하는 섹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연기금 중 규모에 따라 위탁운용사를 나눠 선정하는 곳은 노란우산공제 정도다.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VC나 PEF 업계는 루키리그를 두고 신생사를 키우는데,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자산운용 업계엔 올라갈 사다리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루키리그 없이는 신생 운용사가 정량 평가 점수에서 대형사를 이기는 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가 길지 않은 운용사들은 대부분 정량평가에서 탈락한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최근 선정한 장기성장형과 책임투자형 위탁운용사는 모두 대형 금융그룹 산하 운용사다. 중소형 운용사들은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기엔 정량점수를 뛰어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유형에 따라서는 아예 처음부터 지원하지 않는 운용사도 종종 등장한다.

물론 연기금 입장에서는 정량기준을 높여잡는 게 안전하다.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과 같은 공적 기관은 손실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운용사 검증을 수차례 진행하고 정량 기준도 높여 잡는 편을 선호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소형 운용사에 종종 기회가 돌아왔지만 최근에는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률을 높인다는 출자사업의 이유를 다시 생각한다면 운용사 풀 확대가 필요하다. 대형 종합운용사가 아니더라도 수익률로 실력을 증명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많다. 검증이 문제라면 정량평가 기준을 높이는 게 아니라 직접 방문해 운용과정이나 내부관리체계를 점검하는 게 맞다. 다양한 플레이어가 들어와 성과로 승부를 가릴 수 있도록 기관들이 문턱을 낮추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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