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고려아연, 유상증자 '자진' 철회 가능성은"예정대로"에서 "가능성 열겠다"로 선회…정정요구 전부터 이미 달라진 분위기
허인혜 기자공개 2024-11-08 07:29:05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의 2조5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은 현재 잠정적 철회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다. 선례를 염두에 두고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와 철회를 연결짓는 시선도 적지 않다. 당국의 제제 이전부터 일각에서는 자진 철회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고려아연은 유상증자에 절차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해 '예정대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표면적으로 보면 고려아연이 내세운 유상증자의 명분도 확실하고 정관에 명시된 일반공모 방식을 채택하며 법적 부담감도 덜어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절차상의 문제까지 포함한 부담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역시 최근 시장반응 등을 토대로 철회 등 여러 가능성을 다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분위기는 금융당국이 정정신고서를 요구하기 전부터 관측됐다. 주가 하락 등 수치적으로도 확인이 가능했던 시장의 반응 때문이다.
◇연말 주주명부 확정되는데…정정 후 강행해도 촉박해진 일정
일단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청약일은 이연이 불가피하다. 고려아연은 내달 3~4일로 청약 예정일을 잡아뒀다. 12월 18일이 신주의 상장예정일이었다. 빠르게 정정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더라도 정정신고서 준비 기간과 재심사 등의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 재정정 요구 가능성도 예상해야 한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명부는 연말 확정된다. 이 기간을 넘기면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로 획득할 수 있었던 지분율 추가 효과를 3월 주총에서는 이용하지 못한다. 고려아연이 전면에 세운 명분은 '국민주'와 유통물량 확대지만 시장에서는 의결권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요청한 임시 주주총회가 12월 열리지 못하더라도 내년 3월에는 상법상 주총을 열어야 한다. 경영권 분쟁 중인 양측에게는 이 주총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결권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영풍 측이 임시 주총을 요구하며 이미 새로운 이사회를 추천했기 때문에 만약 3월 주총까지 미뤄지더라도 새 이사진 선임과 기존 경영권 수성이 맞설 것은 자명하다.
◇'법적 문제 없다'고 봤지만…법정다툼·당국제제 부담 증폭
유상증자 계획에 영풍 측의 법적 대응 예고가 나오자 고려아연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도 고려아연의 유상증자가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해석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정관상 명시돼 있는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였기 때문이다. 결의 주체가 이사회였고, 규모도 정관에 명시된 기준을 지켰다.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요구로 절차상의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 자체만으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추진 방향이 '법적으로 틀렸다'고 정의할 수는 없다. 금감원도 증권신고서의 내용이 불충분한 것으로 판단했을 뿐 법적 책임을 묻는 등의 목적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근거는 자본시장법 제122조다. 별도의 조사를 통해 불공정거래 사항 등이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이첩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법적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의미다.
또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기업의 결정 방향을 바꾼 전례가 많다. 금감원은 두산그룹의 기업구조 재편안을 두 차례에 걸쳐 정정신고서를 요구했고 두산그룹은 결국 원안을 철회했다. 초반 정정신고서에는 원안을 유지하되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고자 했지만 '무한 정정'의 굴레는 큰 부담이다.
새로운 합병비율을 제시한 증권신고서를 냈지만 자진해서 정정하고 보강할 만큼 두산그룹 내부가 바짝 긴장해 있다. 그만큼 금감원의 정정신고서는 기업에게 큰 부담이다.
◇적긴 적은 유통물량, 싸늘한 시장 반응 "모든 가능성 열겠다"
고려아연도 타이밍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았다. 그래도 강행했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시장이 받아들이는 첫 번째 이유는 경영권 지키기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유통주식 물량이다. 적어도 너무 적었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이야기다.
업계 내에서는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주식의 수량이 0.15% 수준에 그친다고까지 봤다. 고작 3만주를 조금 넘는다. 이때문에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로 넘어오는 동안 주가가 지나치게 요동쳤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강행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는 이 논리가 내부에서 힘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만약 철회한다면 이 역시 시장에 큰 폭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유상증자를 두고 '시장교란'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철회하게 된다면 같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고려아연 내부에서는 최근 자진 철회까지 염두에 뒀던 것으로 파악된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읽히면서다. 대외적으로는 유상증자 계획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내부에서는 자진 철회의 가능성을 닫아두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날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요구 이후 고려아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시와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 시장과 투자자의 우려와 오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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