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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신약 새 판 짜는 제이인츠바이오]조안나 대표 "신약개발도 비용 효율화, 빠른 자생력 필요"③제이인츠바이오 방향성 제시, 빅딜 후 플랫폼 기반 구축 매진

정새임 기자공개 2024-11-08 09:12:23

[편집자주]

설립 3년된 신생 바이오 벤처 제이인츠바이오는 국내 대형 제약사 유한양행에 4000억원대 기술이전(L/O) 성과를 내며 유명세를 떨쳤다. 글로벌 신약으로 거듭난 유한양행 '렉라자'의 성공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가 제이인츠바이오에서 재현되리라는 기대감이 불거지면서다. 제이인츠바이오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학·연·정 각계별 최고 전문가를 모아 차세대 폐암 신약 라이브러리 구축이라는 국내 첫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더벨이 제이인츠바이오의 새로운 도전을 담아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유한양행에 43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L/O)을 낸 성과만으로도 제이인츠바이오는 상당기간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신약 개발 판도를 바꿔보자는 일념으로 모험을 택했다. 3년이라는 시간을 할애해 회사의 전력을 투입키로 했다.

원동력은 뭘까. 조안나 제이인츠바이오 대표(사진)는 '바이오는 바이오 답게'라는 말에 반기를 든다.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는 바이오텍은 빠르게 매출을 내 자생력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라고 봤다.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 하고 실패하더라도 곧바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일, 제이인츠바이오가 거대 라이브러리 플랫폼 구축에 나선 이유다.

◇바이오텍은 R&D만 강하면 된다? 자생력 키울 방안 고심

더벨은 4일 제이인츠바이오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다안 암 연구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화학연구원(KRICT)이 맺은 'AI 기반 신약 개발 산업 교류와 활성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식'에서 조안나 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는 제이인츠바이오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지만 스스로를 '은둔형'이라 칭할 정도로 외부활동을 잘 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시장으로부터 "제이인츠바이오 실질 주인이 따로 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유한양행과의 빅딜 이후에도 한번도 언론 앞에 나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조 대표는 누구보다 제이인츠바이오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빠르게 행동으로 옮긴 인물이다. 그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비용 효율화로 회사의 자생력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는 뚜렷한 주관을 표출했다.

조 대표가 신약 개발 바이오텍을 창업한다고 할 때 모두가 "바이오는 바이오다워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긴 시간 매출을 못내고 적자가 쌓이는 한이 있더라도 바이오텍은 연구개발(R&D)이 강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투자 상황이 좋을 때는 더없이 좋은 말일지 몰라도 시장이 좋지 않을 땐 결국 기업이 죽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자식(신약후보물질)이 언젠가 하버드대학교를 갈 것이란 믿음 하나로 끊임없이 자원을 투입하는 건 무모한 경영이라고 본 조 대표는 적은 비용으로도 효율적으로 매출을 낼 방안을 고민했다. ADC, TPD 등 새로운 신약 모달리티가 트렌드로 떠오르는 와중에도 저분자화합물을 택한 것도 비용 대비 효율을 고려한 결정이다.

조 대표는 "저분자화합물은 생산단가가 낮고 미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당국도 리뷰 경험이 많아 빠르게 검토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도 창업을 하다보니 초기부터 투자받기가 쉽지 않았던 점도 빠른 매출을 추구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AI와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폐암 신약 라이브러리 구축에 나선 것도 핵심 파이프라인이 중도 실패 시 빠르게 신규 물질로 대체하기 위해서다. 신약 개발에 있어 속도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빅파마는 임상 실패를 대비해 비슷한 물질 여러개를 동시에 임상하기도 한다. 바이오텍은 동시 임상을 진행할 여력이 되지 않지만 미리 플랫폼을 구축해놓음으로써 빠르게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조 대표는 "100개의 신약후보물질 중 90개는 도중에 탈락하기 일쑤고 전임상에서 효능이 좋아도 임상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파이프라인 하나 하나 늘리는 것보다 대규모 라이브러리를 만들어 여러 신약 물질을 빠르게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 수요 담아낸 신약개발전략 초점

조 대표는 창업 전 글로벌 빅파마 머크에서 임상 및 메디컬 총괄, 글로벌 CRO 최고전략책임자 등을 두루 거치며 얻은 깨달음이 있었다고 말한다. 신약 개발을 R&D나 임상적 시선으로만 바라봐선 안된다는 것. 끊임없이 임상의와 소통하며 '시장의 시선'을 함께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신생 바이오텍이 R&D 인력에 전력을 다하는 것과 달리 창업 초기부터 R&D, 임상, MSL(Medical Science Liaison) 인력을 함께 둔 이유다. MSL은 의료 현장과 제약사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하지만 영업·마케팅과 역할이 다르다. 주로 현장 임상의들과 소통하며 최신 치료 지견, 케이스별 치료 방향 등에 대한 견해를 나눈다.

소속 회사의 치료제 전략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반대로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확인해 본사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얻는 미충족 수요는 차후 연구자 주도 임상이나 신약 개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품이 팔리는 소매 시장을 돌며 최근 트렌드를 파악하듯 치료의 트렌드를 확인하려면 임상의들과 많은 소통을 해야 한다. 충분한 시장조사를 통해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듯이 치료 현장의 수요를 잘 파악해야 좋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지론이다.

조 대표는 "대표인 나와 R&D 총괄 이튼 부사장 모두 임상 3상과 시장 론칭을 하던 사람들이라 뒷단에 중점을 두고 전임상부터 임상까지 디자인한다"며 "시장을 이해해야 신규 약물이 추후 시장에 나올 때 자연스럽게 다른 치료제와 함께 '애드온' 되어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임상의들과 소통하며 핵심 파이프라인의 개발 전략을 수정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 8개월 만에 JIN-A02 물질 임상시험계획(IND) 신청도 마쳤다. 신약 개발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빠르고 제대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조 대표는 "개발 초기부터 실패율을 최소화 하는 것, 더 많은 신약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가 살아남는 길"이라며 "특정 한 사람이 잘난 것이 아니라 조직이 움직였을 때 산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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