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 사각지대]민간 주도 감정 서비스...화랑협회 등 3강 구도 형성②진위 여부 판단, 감정위원 다수결 방식이지만 기준 비율 차이
서은내 기자공개 2024-11-15 07:37:50
[편집자주]
미술품 물납제 시행, 미술품 담보대출 수요 등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감정 서비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술품 감정은 미술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인프라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미술품 감정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업계의 오랜 난제로 되풀이되는 중이다. 때마침 감정 관련 법이 개정되며 정부가 감정체계 손질을 예고하고있다. 더벨은 현재 미술품 감정과 관련된 업권의 논쟁과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고 제도 변화의 방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14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품의 감정은 크게 진위감정과 시가감정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미술품 감정 서비스는 정부가 아닌 민간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대표적인 감정기관으로 한국화랑협회의 감정위원회(이하 위원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이하 센터),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하 시가감정협회) 등 세 곳이 3강 구도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위원회와 센터가 진위감정, 협회가 시가감정 선두
진위감정의 영역에서는 위원회와 센터가, 시가감정 분야에서는 시가감정협회가 최고 기관으로 꼽힌다. 이 세 곳은 이건희 컬렉션의 감정을 담당했던 기관으로 더 주목을 받았다. 위원회가 사단법인인 한국화랑협회 산하에 소속돼 있고,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도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데에 반해 센터는 주식회사 형태를 갖추고있다.
그밖에도 수십여개의 감정기관들이 감정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정확한 통계는 없다. 미술품 감정서비스 시장이 아직 너무 작고, 감정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제도가 갖춰있지 않다.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시가감정의 경우 부동산 감정평가사 출신들이 법인 형태로 일부 미술품 감정에 진출하기도 했다.
현재의 3강 구도가 형성된 건 2019년부터다. 이전까지는 국내 핵심 감정기관으로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과 시가감정협회를 꼽았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둘로 나뉘어진 것이 현재의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다. 시가감정협회는 2008년 설립됐다.
◇ 갤러리스트 중심 '위원회' vs 미술관 출신 다수 '센터'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20여명의 감정위원이 모여있으며 동양화 서양화로 분야가 나뉜다. 각각 절반 정도 비중으로 나뉘며 동양화 감정위원장에 윤용철 윤갤러리 대표가 서양화 감정위원장에 표미선 표갤러리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화랑협회 내부 인사가 중심이며 외부 인사들도 있다.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기혜경 홍익대 교수도 그 중 한명이다.
한국화랑협회는 감정위원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외부 공개 필요성을 논의 중이긴 하나 의견 합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 의뢰인이 진위의 감정과 관련해 감정위원에게 연락을 취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한국미술감정연구센터는 감정위원들을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근현대 서양화 분야 10명, 고미술 7명 정도가 있다. 또 감정자문위원 3명, 협력감정인(Co Appraiser)으로 샤론 크러스트(Sharon Chrust) 미국감정가협회(AAA) 회장, 사비네 윌슨(Sabine Wilson) AAA 이사 등이 올라있다. 사안별로 또다른 전문가가 감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근현대 서양화 분야 위원으로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호숙 전 효성그룹 아트사업부 실장, 김상균 누보레스토레이션 대표, 박여숙 박여숙화랑 대표,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드 대표(전 서울옥션 경매사) 등이 올라있다. 정준모, 이호숙 감정위원은 센터의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고미술, 한국화 분야 대표 감정가로는 유병국 유아트스페이스 대표(전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 홍선표 전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이원복 전 부산박물관 관장, 고금관 전 케이옥션 고문 등 고미술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체부 인가를 받은 미술품 감정기관이다. 김영석 전 아미화랑 대표가 만든 한국미술시가감정연구소에서 시작됐다. 김영석 전 대표가 현재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술품 분야별로 5~10명 정도의 평가위원이 구성돼 있으며 40여명의 위원이 시가평가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진위감정 기본 다수결 방식, 만장일치 전까지 재논의도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의 진위감정은 통상 진, 위, 보류로 구분된다. 감정 의뢰가 들어오면 각 건별로 해당 분야 감정위원들이 모여 의견을 취합한다. 위원회에서 진품으로 감정소견을 내기 위해서는 전체 위원들 중 '진'으로 의견을 낸 위원의 비율이 정관으로 정해놓은 일정 기준을 넘어서야 한다.
기준 비율은 건마다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60%가 기준인 사안에는 10명 중 6명 이상이 '진' 소견을 내야 진품 소견서가 나간다. 위원 중 1명이 '위'라고 했다고 해서 전체 의견이 위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또 위원들 의견 취합시 '판단이 애매한' 경우라면 '보류' 결정을 내린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진위감정의 기본 방식도 크게보면 위원회와 비슷하나 일부 차이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감정업계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다수결의 방식이긴 하나 감정기관마다 기준 비율의 차이는 있다"라며 "어떤 곳은 위원들 간 의견이 갈리면 최대한 만장일치를 이룰 때까지 하나로 의견을 모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술품 시가평가는 진위감정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유명 작가의 경우 경매 등 리세일 이력을 참고한다. 리세일이 잘 안되는 작가 작품은 전시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작가 역량 활동을 감안해 가격을 산정한다. 시가감정은 목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보험가 등 자산가치 평가가 아닌 거래 목적의 경우 보다 타이트한 가격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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