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07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최근 만난 A금융지주사 CFO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때문에 타기업 인수를 고심했다. '염가매수차익'이 필요했다. 밸류업은 자본이 많을수록 유리한 게임인데 단번에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유상증자 아니면 이런 이벤트성 이익 뿐이라는 설명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게 아닌가’ 하면서도 밸류업 시대에 부응해야 하는 담당자의 고심 또한 무겁게 느껴졌다.#. B은행 CFO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때문에 내년 대출 성장률을 어느 범위까지 제한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지주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해선 계열사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은행에서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은행의 대출 성장은 한 해 장사와 다름이 없다. 해당 임원은 본업과 밸류업 사이 적절한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
올 한해 금융권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밸류업’이다. 만년 제자리걸음이던 은행주(KRX은행지수)는 밸류업 바람을 타고 올 들어서만 35% 상승하는 등 역대급 고공행진을 했다.
화답하듯 금융지주사들은 연신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용은 비슷했다. 총주주환원율 제시, 일정 수준 CET1비율 이상의 잉여자본을 주주환원에 사용, 배당성향 제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대동소이했다.
다만 CET1이 은행 주주환원력의 핵심이 되는 상황 속에서 은행들의 ‘자본의 쓰임’을 놓고 일각에선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보다는 주주환원에 사업 계획이 치중된 모습 때문이다. 불과 1~2년 전 금융지주사들의 IR을 들어보면 M&A나 해외진출, 이종산업간 지분투자 등 다양했지만 밸류업 바람 이후 주 관심사가 쏠린 분위기다.
자본은 한정적이다. 공격적 자산 성장과 활발한 투자, 통 큰 주주환원은 모두 함께 손잡고 갈 수 없다. 현재 금융지주사의 밸류업이 단기에 PBR·ROE를 높일 수 있는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률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근본적 은행 경쟁력 강화를 통한 밸류업은 소외될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
밸류업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가치 극대화다. 주주환원 대신 오히려 재투자가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도 있다. 과도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매몰돼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없다면 기업 성장이 저해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는 낮아진다.
“적정 수준의 자본이 과연 얼만큼일까요.” 과거 한 금융지주 CFO가 던진 질문이 떠올랐다. 심플했지만 투자와 유보 사이 밸런스가 참 어렵다는 본질이 담겼다. '적정 수준'이라는 데는 정답이 없다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것이 적정 수준이었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다. 금융지주사들이 한정된 자본 속 적정 배분을 통해 슬기로운 밸류업 시대를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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