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공사가 져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변제순위도 공사비 채권이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채권보다 뒤에 있는데 채무인수 의무도 제공해야 하는 것은 기형적인 구조다."최근 만난 건설사 재무담당자의 푸념이다. 그의 말대로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시공사에 부과되는 책임은 사실상 무한하다. 준공이 단 하루만 늦어져도 PF대출채권을 전액 인수해야 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면 공사계약 수주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책임준공 약정의 본질은 대주단의 미준공 리스크 관리 수단이다.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건축물이 준공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책임준공 조항이 상당히 터프하다는 점이다. 천재지변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만 공사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화물노조 파업 등 정상적인 공사가 불가능한 상황도 예외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공사 책임이 아니어도 좌우지간 공사기한이 도과됐다면 금융기관은 채무인수를 요구할 수 있다. 수일 내에 준공이 예정돼 있어도 약정서에 기재된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사업성이 낮아 분양률이 저조한 상황에도 금융사는 채무인수 요구를 통해 투자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
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리스크는 통상 2개다. 사업성이 낮아 발생하는 미분양 리스크와 시공사 신용도 문제가 야기하는 미준공 리스크다. 미분양 리스크에 대한 책임은 사업성을 검토하고 투자금을 제공한 대출약정기관이, 미준공 리스크에 대한 책임은 도급계약을 한 시공사가 지는 것이 옳은 구조다.
하지만 기형적인 책임준공 약정 관행으로 인해 사실상 시공사가 두 리스크를 모두 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는 분양률이 낮은 사업장의 경우 대주단이 의도적으로 공사 진행을 방해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행히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방안에는 책임준공 약정서를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공사 책임이 아닌 경우 공사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기한 도과시에는 채무인수가 아닌 PF대출 이자 등 실제손해만 배상하는 내용이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뀐 표준계약서는 2025년 발표될 예정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기대이익과 위험도가 정비례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는 포석이다. 다양한 업권의 의견을 두루 반영해 부동산 개발업계의 리스크 쏠림 현상이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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