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SK 메모리 투자 전략]치킨 게임 옛말, 낸드 소극적 기조 계속된다③팹 전환 중심으로만 자금 운영 예정, eSSD 라인업 확대
노태민 기자공개 2024-11-21 08:42:12
[편집자주]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공세가 매섭다. CXMT, YMTC 등 기업들이 레거시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대응해 레거시 메모리 페이드아웃 전략을 내놨다. HBM을 위시한 LPDDR5, DDR5, eSSD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전환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양사의 투자 계획은 다양한 면에서 차이가 있다. 양사의 내년 투자 전략과 영향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낸드 시설투자(CAPEX)는 소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엔터프라이이즈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제외한 낸드 수요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공급 과잉을 억제하기 위해서다.특히 양사는 낸드 투자 중에서도 라인 전환 위주로 자금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낸드 팹 내 장비 이설, 장비 개조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낸드 관련 장비 투자는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K, 낸드 라인 전환 집중…장비 이설·개조 작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소극적인 낸드 투자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PC와 스마트폰 응용처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3분기 낸드 전체 매출 중 60%를 eSSD가 차지할 만큼 타 응용처의 매출 성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서버부터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응용처에서 저장장치로 쓰인다.
양사는 업황에 맞춰 낸드 투자의 경우 팹 전환 위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구형 낸드 생산 라인을 200단급, 300단급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86단 낸드 생산을 위한 라인 전환을,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 양산을 위한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28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으며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321단 낸드 양산을 준비 중이다.
양사가 D램에 이어 낸드에서도 팹 전환 위주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선언한 만큼 내년 장비 투자는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서 장비 개조와 장비 이설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며 "기존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라인 전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낸드 업계의 이러한 투자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낸드 사업 체질 강화를 위해 첫째 수익성, 둘째 투자 최적화 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시황 악화 시 선제적으로 투자를 조정할 수 있도록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기존 라인에서 V8, V9 낸드로 전환을 가속해서 수요 모멘텀이 강한 선단 공정 기반 고부가가치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2026년 400단급 낸드 양산 목표
양사 모두 보수적 투자 기조는 이어가지만 차세대 제품 개발에는 힘쓰고 있다. 낸드 회복 사이클 진입 시 시장 지배력을 늘리기 위해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36.9%), 2위 SK하이닉스·솔리다임(22.1%), 3위 키옥시아(13.8%), 4위 마이크론(11.8%), 5위 웨스턴디지털(10.5%) 순으로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2026년 400단급 낸드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286단 낸드를 생산 중이다. 400단급 낸드에는 웨이퍼 본딩, 극저온 식각 등 신기술도 대폭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부분의 낸드 기업들은 한 개의 웨이퍼에 페리페럴(로직)을 만든 뒤 셀을 적층하는 형태로 낸드를 만들고 있다.
낸드에 웨이퍼 본딩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한 개의 웨이퍼가 아닌 두 개의 웨이퍼를 이용해 칩을 만들 수 있다. 각각의 웨이퍼에 셀과 페리를 만든 뒤 적층하는 방식으로 낸드 고단 적층에 유리하다. 이미 중국 YMTC, 일본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등 기업이 양산 공정에 적용 중인 만큼 공정 안정성도 높다.
SK하이닉스도 웨이퍼 본딩 도입을 준비 중이다. 김춘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올해 1월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4에서 "3D 낸드 400단급 제품에서 웨이퍼 본딩 기술을 채택해 경제성을 만족하고 양산에 유리한 차세대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내년 상반기 321단 낸드 양산을 목표하고 있는 만큼 400단급 낸드 양산은 이르면 2026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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