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꽤 앞선 데까지 지도를 그렸던 두산 3사의 길눈이 갑자기 흐려졌다. 계엄 사태의 나비효과로 분할·합병 대상 계열사들의 주가가 요동쳤고 결국 무산됐다. 다음 길목을 준비하던 두산 3사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심정이다. 아쉽다기보다 허탈하다에 가깝다.두산 3사는 분할·합병안을 재수했다. 공격하는 쪽이든 수비하는 쪽이든 열과 성을 다했던 과정을 지켜봤다.
산업부 기자로서는 두산 3사와 더 바투 레이스를 달렸다. 두산밥캣의 가치 평가가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비율을 조정했다. 법망 안에서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숱한 검토를 거쳤다. 당국의 허들을 넘으며 일부 정당성도 획득했다. 주가도 받쳐줬다. 두산그룹 내에서는 승산에 대한 자신감이 읽혔단다.
적어도 한해를 꼬박 준비한 분할·합병안이다. 의안의 옳고 그름은 최소한 표결에 부쳐 결과로 나왔어야 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의 주주서한처럼 "너무도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아쉽지만 떨치고 나아가는 것 외에 또 다른 길이 있을까. 남은 기회가 많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명제는 로비스트를 둔 어느 기업이든 새기고 있는 말이다. 두산그룹도 여느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산그룹은 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두산중공업이 휘청였던 시기 알토란이던 두산인프라코어와 상징적이었던 두산타워를 팔았다. 조단위의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1년 11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조기 졸업하자 시장은 '부활'이라는 수식어를 썼다.
재원마련 방안은 고심해야겠지만 원전 르네상스가 국내에 국한한 흐름이 아니라는 점은 두산그룹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모자관계 시너지보다는 효율이 높지 못하더라도 글로벌 네트워크 공유 등으로 협업을 모색할만 하다. 로보틱스는 주요 사업 자체가 미래 먹거리다.
친환경 에너지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솟은 전기료에 각국이 원전을 다시 짓고 있다. 스웨덴과 이탈리아, 스위스 등이다. 트럼프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주목했고 아마존 등 굴지의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SMR에 뛰어들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체코 원전 수주도 두산에너빌리티 등 두산그룹의 찬스다.
체코 산업국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은 두산그룹과 그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을 낮춰준다. 토마스 엘러 국장 대행은 "계획대로 2025년 3월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계약 체결을 목표로 기술·상업적 측면에 협상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정세와 산업의 흥망을 떼놓을 수 있겠냐만 결국 기술 경쟁력이 승산을 만든다. 다시 표지판을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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