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한국물 '역대급' 발행…500억달러 훌쩍 넘었다[KP/Overview]사상 최대 실적 경신…정국 혼란속 내년초 '안개속'
이정완 기자공개 2025-01-02 09:00:51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1일 10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은 매분기 뜨거운 열기를 지속했다. 발행 비수기로 여겨지는 4분기에도 여러 기업이 시장을 찾았다. 이 덕에 올해 한국물 발행 규모는 500억달러를 훌쩍 웃돌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내년과 내후년에도 코로나19 저금리 시절 발행한 한국물 차환 물량이 도래할 예정이라 시장을 찾는 발길이 분주할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연초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디.
◇민간기업 '뉴이슈어' 조달 눈길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4년 공모 한국물 발행액은 511억달러로 2023년 496억달러에 비해 3% 증가했다. 올해 한국물 시장은 3분기까지 매분기 100억달러 넘는 발행을 이어왔다. 1분기 180억달러를 시작으로 2분기 123억달러, 3분기 137억달러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발행량이 소폭 감소했다. 71억달러를 기록해 92억달러를 나타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발행 움직임이 주춤했다. 통상 4분기는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 일정을 고려해 일찍 문을 닫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발행사가 있었다면 사상 최초로 호주 시장에서 캥거루본드를 찍은 대한민국 정부였다. 지난 3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프라이싱을 실시해 10일 4억5000만호주달러 조달을 마쳤다.

올해 최대 발행 주체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였다. 올해만 116억달러 규모 외화채를 발행했다.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금융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조달 행보도 덩달아 바빠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신용도가 개선되면서 A급 등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발행을 원활하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한국물 터줏대감인 특수은행도 명성을 이어갔다. 한국수출입은행은 55억달러, 한국산업은행은 53억달러를 공모 한국물 시장에서 확보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한국물 발행사 중 처음으로 SSA(Sovereign, Supranational and Agency) 스타일을 택하며 선진국형 발행 물꼬를 텄다. SSA 스타일 발행사로서 꾸준히 시장을 찾아 투자자와 신뢰를 이어갔다.
수출입은행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핵심통화로 꼽히는 파운드화와 엔화 발행을 오랜만에 재개했다. 10년 만에 스털링본드(파운드화 표시 채권)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6년 만에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을 택하며 발행 영토를 다변화했다.
민간기업 새 얼굴도 눈에 띈다. 그동안 한국물 시장은 국책은행이나 공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여럿 등장했다. LG전자는 지난 4월 2012년 스위스프랑채권을 발행한 지 12년 만에 공모 한국물 시장에 돌아왔다.
현대카드 역시 한국물 시장을 떠난 지 17년 만에 복귀해 사실상 데뷔전을 치렀다. 현대차그룹 계열 카드사라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았다. 이밖에도 6월에는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인 크라카타우포스코(PT Krakatau POSCO)도 자체 신용도로 조달에 성공했다. 지난 7월에는 DL그룹 석유화학 자회사인 크레이튼, 8월에는 한화솔루션 유럽 신재생에너지 자회사인 큐에너지가 각각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보증을 받아 외화 자금을 확보했다.
◇내년 초 등판 미루는 발행사 등장
한국물에 대한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뜨거운 관심은 중국 경기 부진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중국 기업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한국물 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2020년대 초반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물 발행 비중은 10% 초반 수준이었는데 올해 21%까지 늘었다. 반면 중국기업의 발행 비중은 2020년 50%에서 올해 40%까지 위축됐다.
내년에도 한국물 발행사는 글로벌 자본시장에 더 자주 등판해야 할 전망이다. 2024년 406억달러였던 한국물 상환 물량은 2025년 468억달러, 2026년 556억달러까지 늘어난다. 상환액이 500억달러를 넘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저금리가 익숙하던 시절 발행 규모를 대폭 키운 영향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몸을 사리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통상 1월에 시장을 찾던 SK하이닉스와 포스코는 내년 초 발행 일정을 받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만큼 이 때까진지 섣불리 조달에 나서기 어렵다는 기조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관세 부과와 감세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통화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개입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내년 초 발행을 조심스럽게 만드는 이유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까지 통과되면서 해외에서도 국내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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