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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돌 맞은 CJ ENM]영화콘텐츠 '산업화' 선구자, 국내 넘어 '해외'로①영화 넘어 종합콘텐츠, 피프스시즌 딜리버리도 '정상화' 전망

김혜중 기자공개 2025-02-10 07:57:00

[편집자주]

문화 산업에서 CJ ENM의 위상은 괄목할 만하다. 문화의 불모지에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고 자체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해 산업을 선진화시켰다는 평가다. CJ ENM은 미디어콘텐츠를 넘어 플랫폼과 음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고, 이제는 '글로벌 영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더벨은 30년간 CJ ENM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현 분위기와 청사진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6일 07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1~2번씩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 CJ그룹이 문화사업에 진출할 당시 품었던 꿈이다.

1995년 CJ그룹이 문화사업 진출의 첫 타깃을 영화로 설정할 당시 한국 연간 영화 관객 수는 5000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연간 제작된 영화도 63편에 그쳤다. 아직 ‘영화판’으로서 산업의 선진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상 문화의 ‘불모지’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CJ그룹의 문화사업은 과실을 맺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을 증명하기도 했다. 오마주의 ‘주체’에서 ‘대상’으로 한국 영화는 발전했다. 그 중심엔 무에서 유를 쌓아 올린 CJ그룹이 있었다.

◇CJ그룹 명운 바꾼 ‘영화사업’ 진출

CJ그룹이 문화사업 투자의 첫 타자로 선정한 건 ‘영화’다. 1995년 CJ그룹은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한 종합식품회사를 넘어 ‘생활문화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필두로 당시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던 '드림웍스 SKG'에 3억달러(당시 환율로 23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파격적으로 문화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1995년 드림웍스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출처=CJ뉴스룸

투자 주체는 CJ제일제당이다. 문화사업을 총괄할 조직으로 CJ ENM의 전신인 멀티미디어사업부를 만들고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했다. 당시 드림웍스에 투자한 2300억원은 CJ제일제당 연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문화사업에 대한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 영화산업은 ‘산업’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였다. 당시 한국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5억원 정도였고, 할리우드 평균 제작비는 160억원 수준이었다. 1995년 한해 제작된 영화 역시 65편에 불과했다. 자본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였고 제작·배급 시스템 역시 영세하고 불투명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특정 분야가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화 △투명한 자금 흐름을 기반으로 한 투자-수익 선순환 구조 구축 △제도·정책적 기반이 요구된다. CJ그룹이 자본을 기반으로 영화판에 진출하면서 규모의 경제화와 투명한 자금 흐름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투자를 단행한 드림웍스를 통해 영화 제작 및 배급 등의 신규사업에 대한 노하우도 축적했다.

우선 영화 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제작과 배급,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의 토대를 만들어 정산 투명성도 제고하면서 자금 흐름을 명확히 했다. 2013년에는 CJ ENM이 메인 투자·배급을 하는 영화 작품에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기로 결정하며 산업을 선진화시켰다.

출처=CJ ENM

그 결과 영화산업은 30년에 걸쳐 눈에 띄게 성장했다. 1995년 한국 영화 관객 수는 연간 5000만명 미만이었으나 2019년 2억2669만원으로 늘었다. 2010년 이후에는 ‘1000만 관객’ 타이틀을 단 영화만 31편에 이른다. 문화산업 규모 자체도 처음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57조원에서 2023년 말 151조1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영화 넘어 종합 콘텐츠로, ‘글로벌’ 영토도 정조준

CJ그룹의 문화콘텐츠 산업은 비단 영화에만 그치지 않았다. 콘텐츠 제작 능력이 고도화되던 2016년 드라마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출범시켰다. 전문 프로듀서들이 기획, 제작, 포트폴리오 관리 전반을 관리해 효율적인 제작구조를 확립했다.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은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나의 아저씨> 등 히트 IP를 대거 배출했다.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크고 작은 인수합병도 단행했다. 2016년에는 영화 제작사 JK필름을 인수했고 2019년에는 드라마 제작사 ‘본팩토리’와 ‘지티스트’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자체 IP를 통한 성공방정식을 찾은 만큼 글로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힘을 주기 위한 의도였다.

2022년에는 약 9300억원의 거금을 들여 미국 대형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옛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했다. 미국 현지에서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유통까지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과 유통망을 확보해 선진화된 스튜디오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전진기지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와 함께 OTT 플랫폼 중심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스튜디오 ‘CJ ENM 스튜디오스’를 같은 해 설립했다.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피프스시즌, CJ ENM 스튜디오스로 이어지는 멀티스튜디오 삼각편대 체제를 완성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및 기획 역량을 보유하게 됐다.

단순히 완성된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콘텐츠 제작 및 기획개발에 참여하거나 투자하며 전세계에 K콘텐츠 성공 방정식을 이식시키는 방법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아쉬운 ‘수익성’은 고민거리, 피프스시즌 흑자 유지 ‘관건’

CJ ENM의 사업부문은 △미디어플랫폼 △영화드라마 △음악 △커머스로 나뉜다. 다변화된 사업구조 속 콘텐츠 제작과 기획, 유통을 담당하는 영화드라마사업은 2024년 3분기 기준 CJ ENM 전체 매출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고민을 안고 있다. 2024년 3분기까지 영화드라마부문에서는 총 4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행히 증권가에서는 2024년 4분기 영화드라마부문이 1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해 연간 적자 폭을 줄일 수는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그동안 영화드라마부문의 적자를 견인한 건 2022년 인수한 피프스시즌이다. 현지 작가·배우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원했던 인수 효과를 기록하지 못했고, 작품의 딜리버리가 지연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작품 제작에는 비용이 투입됐지만 이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인식하지 못한 영향이다.

다만 2024년 4분기 들어 8회, 6회 등의 TV 콘텐츠 외 영화 6편도 공급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피프스시즌은 2024년 총 14작품을 공급했다. 올해에는 공급 작품 수를 확대해 넷플릭스, 애플TV+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7개 이상의 TV 시리즈를 비롯, 영화·다큐멘터리 등 약 20여개의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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