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급업계 지각변동]CJ ENM, '베테랑2'에 명운 달렸다최근 흥행작 발굴 번번이 실패, 새로운 성장 전략 수립…하반기 성과 중요
황선중 기자공개 2024-09-11 07:35:49
[편집자주]
국내 영화 배급시장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업계 최악의 불황이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다. 대다수 배급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숨고르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형 배급사의 몫이었던 배급업계 '왕좌'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다. 그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일부 배급사들은 한층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더벨은 국내 주요 영화 배급사의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9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ENM은 수년간 흥행작 발굴에 실패하면서 그간의 성장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른바 본립도생 자세로 과거의 문법을 버리고 새로운 문법을 쌓아가고 있다. 특히 다작 아닌 대작 위주로 성장 기조를 바꿨다. 새로운 성장 전략의 성과는 지금부터 판가름 난다. 이번 주 개봉하는 <베테랑2>가 포문을 연다.◇CJ ENM, 영화 배급 문법 '재점검'
국내 영화 배급업계에서 CJ ENM 위상은 과거에 비해 위축된 상태다. 이를 단번에 보여주는 지표가 영화진흥위원회가 매년 산정하는 영화 배급사 시장 점유율 순위다. 최근 10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CJ ENM은 2020년까지는 줄곧 3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1년 기점으로 흔들리더니 올해 상반기는 무려 7위까지 밀려났다.
그도 그럴 것이 CJ ENM은 수년간 흥행작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외계+인 2부>, <도그데이즈>,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등을 내놨지만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역시 <유령>, <더문>, <천박사퇴마연구소> 등이 모두 흥행 불발하며 체면을 구겼다. 마지막 흥행작은 2022년 9월 선보였던 <공조2>다.
이로 인해 CJ ENM은 그간의 성장 전략을 하나씩 점검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CJ ENM은 지금까지 500만 관객 수준의 중박영화와 1000만 관객 수준의 대박영화를 고루 노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른바 다작 속에서 대작을 찾는 전략이었다. 계열사 극장(CJ CGV) 상영작을 최대한 다채로운 영화로 채워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전략을 바꿨다. CJ ENM은 이제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확실한 흥행이 가능한 작품만을 엄선하고 있다. CJ ENM이 영화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은 아니냐는 소문이 도는 배경이다. 실제로 CJ ENM이 올해 신규 투자한 영화는 신작 <어쩔수가없다> 하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 이병헌·손예진 주연의 대작이다.
나아가 사소한 관행 하나하나까지 점검하는 모양새다. 예컨대 그간 국내 영화업계에서 상업영화는 주로 수요일에 개봉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상업영화의 경우 으레 공식처럼 수요일에 개봉했다"면서 "개봉 첫 주 관객 수에 따라 차주 극장 스크린 수가 정해져 개봉일을 금요일에서 목요일, 그리고 수요일로 앞당기는 경쟁이 펼쳐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CJ ENM은 이제는 수요일 개봉 효과가 사라졌다고 판단해 오는 13일 개봉하는 신작 <베테랑2>를 금요일에 선보인다. 또한 과거처럼 성수기·비성수기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작품의 성격과 장르에 따라 개봉 일정을 정한다. 신작 <하얼빈> 개봉 시기가 12월인 이유도 단순히 성수기여서가 아니라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의도라는 설명이다.
◇홈런타자 <베테랑>으로 반전 만들까
또 하나의 전략은 영화 <범죄도시> 같은 시리즈물 발굴이다. 최근 영화업계 불황 속에서도 <범죄도시> 시리즈가 3편 연속 '천만관객' 행진을 이어가는 괴력을 보이면서 영화 배급사들은 분주하게 흥행 보증수표를 찾고 있다. 시리즈물은 검증된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만큼 흥행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CJ ENM이 내세운 카드는 <베테랑>이다. 이 영화는 2015년 개봉해 무려 1340만 관객을 불러 모은 대표작이다. 국내 상영 영화 중 역대 8위에 해당하는 관객 규모다. CJ ENM이 배급한 영화 중에서는 4위다. CJ ENM이 9년 만에 원작의 뼈대를 갖춘 후속작 <베테랑2>를 내놓는 이유로 분석된다. 만약 후속작이 흥행하면 <범죄도시>처럼 3편, 4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CJ ENM은 <베테랑2>를 기점으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다. 흥행 요건은 갖춰졌다. 원작처럼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황정민이 주인공을 맡았다. 원작이 워낙 큰 성공을 거둔 만큼 후속작 기대감까지 존재한다. 개봉 시기도 추석 연휴와 맞물린다. 심지어 다른 배급사는 추석 연휴에 대작을 선보이지 않아 별다른 경쟁작도 없다. 손익분기점(350만명)도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다.
<베테랑2> 다음 타석도 이른바 '4번타자'들이다. 우선 <엑시트>로 900만 관객을 달성했던 이상근 감독이 5년 만에 내놓는 작품 <악마가 이사왔다>가 내달 개봉한다. 연말에는 <내부자들>로 유명한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이 출격한다. 이 영화의 제작사가 <서울의봄>을 만든 하이브미디어코프라는 점도 기대를 모으는 요인이다.
대작으로 꼽히는 세 작품이 모두 기대만큼 성과를 낸다면 CJ ENM은 단숨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 전략에 입각한 세 작품이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CJ ENM 영화 투자 움직임은 한층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 CJ ENM 영화 성적표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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