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현장력'은 필수요소…삼성 '기획통'의 사외이사 도전기한솔아이원스 김용수 사외이사 인터뷰…22년 삼성전자 기획 경험 살려 산업 전문가로 활약
이돈섭 기자공개 2025-02-24 08:08:17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7일 15시34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이사회에서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현장에 강한 인사를 기용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솔그룹의 한솔아이원스(옛 아이원스)는 삼성전자에서 30년 넘게 기획 업무를 맡아 온 김용수 전 총괄(사진)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김 사외이사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사의 이사회 진출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용수 사외이사는 반도체 산업에 오랜 기간 몸담아왔다. 중앙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장교 전역 직후 1990년부터 2012년까지 22년간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약 1년여 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2014년 코스닥 상장 반도체 제조기업 네패스에 합류, 경영총괄 임원(기획조정실장·전무)으로 2023년까지 근무했다. 퇴직 후 한솔아이원스 측과 인연을 맺고 2023년 이 회사 이사회에서 첫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획'이다. 1997년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산업단지 구축 기획 업무를 맡아 다양한 채널을 오가며 실무를 주도했다.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은 국내 주요 반도체 생산거점 중 하나로 꼽힌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그룹 일본 본사 사업추진실 소속 주재원으로 일하던 시절에는 사업 협력과 교류 역할 등 업무를 맡아 도시바 측과의 파운드리 사업 협력 기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네패스에서는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삼성전자에서 삼성증권으로 적을 옮겨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2013년 이병구 네패스 회장을 만났는데, 당시 실적 부진 등으로 고민이 많던 이 회장으로부터 네패스 면면을 분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며칠 뒤 이를 보고서 한 장으로 정리해 전달한 것이 스카우트 제의로 이어졌다. '활동 반경을 넓히고 소통 채널을 확대하다 보면 아이디어와 기회가 생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2023년 합류한 한솔아이원스 이사회에서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산업 전문가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솔아이원스는 한솔그룹이 신사업 추진 차원에서 2022년 인수한 반도체 부품 가공 기업이다. 김 사외이사는 "기획 총괄을 맡아 최고경영자 옆에서 추진력 있게 일을 해온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면서 "삼성전자에서 쌓은 경험을 네패스에서 성숙시킨 셈이고 이것이 지금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사외이사가 생각하는 사외이사의 가장 큰 책무는 소속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 회사 밖에서 기용된 사외이사는 내부 환경 등에 휩쓸리지 말고, 그간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조언해야 한다. 김 사외이사는 "특정 안건에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그간의 경험과 새로운 공부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솔아이원스 경영진이 제시한 매출 목표치에 꾸준히 다른 의견을 덧붙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김 사외이사는 경영진이 제시한 목표치에 이견을 제기했다. 올해는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그간 투자해 온 시설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는 시기라고 판단, 내년은 돼야 투자 재개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 한솔아이원스는 반도체 생산 기업의 장비 투자가 이뤄져야 매출이 커진다.
김 사외이사는 "매출 성장률을 높이려면 그에 따르는 자본 투입이 이뤄져야 하는데, 시장 부진으로 매출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으면 결국 투입된 자본만큼 이익이 작아지기 마련"이라면서 "목표치를 세울 때는 그에 따른 액션 플랜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김 사외이사 의견은 목표치 수정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검토가 다시 이뤄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는 일본 주재원 시절 네트워크를 살려 반도체 소재 분야 신사업 분야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솔아이원스 경영진은 2027년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치를 지난해 수준에서 2배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신사업을 통한 볼륨 확대가 필요하다. 최근 수 년간 부채 비율도 낮춰 현금 창출력을 끌어올린 것 역시 신사업 추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워밍업이었던 셈이다.
김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라는 자리는 결국 회사 바깥사람이 제한된 정보를 통해 경영에 목소리를 낸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거버넌스가 잘 구축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사외이사가 자기 목소리를 내면 불편해하곤 했는데, 지금은 외부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것이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활동이라는 게 이해관계자 모두가 잘 되자고 하는 것이니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시니어 고용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도 했다. 영화 인턴에서 일흔의 나이로 인턴으로 재취직한 전직 전략 컨설턴트 밴 휘태커(Ben Whittaker, 로버트 드니로 분)가 현실 속에서 없으리란 법은 없다. 김 사외이사는 "각 산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아 온 경험은 기업 의사결정 판단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면서 "기업 재교육 제도를 체계화해 경험 많은 시니어를 가볍게, 넓게 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Red & Blue]'코스닥 새내기' 클로봇, 공모가 회복했지만 실적 변수
- [i-point]투비소프트, 기업수요 맞춤형 훈련사업 참여
- [보험경영분석]현대해상, 4분기 적자 전환…무·저해지 해지율 타격
- [보험경영분석]DB손보, 보험이 끌고 투자가 밀어 '최대 실적' 경신
- [보험경영분석]한화생명, 킥스비율 내실 관리…내부모형 도입 추진
- 정진완 행장 '내부 결속' 다진다, 우리은행 '기수별 연수' 진행
- [이사회 분석]하나금융도 운영위 폐지, BNK금융만 남았다
- NH농협캐피탈, 미래 성장 이끌 '키맨'은 박정균 부사장
- 우리금융, 흔들렸던 지배구조 안정 되찾는다
- [새마을금고 생크션 리스크]첫 이사장 직선제 돌입, 부실·방만경영 종식될까
이돈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사외이사의 '이사회 무용론'
- [thebell interview]'현장력'은 필수요소…삼성 '기획통'의 사외이사 도전기
- 삼화콘덴서그룹, 신규 사외이사에 주거래 은행 출신 재선임
- [베테랑 사외이사 열전]경영과 정계 섭렵…김주성 한화손보 이사의 노익장
- [이슈 & 보드]한미그룹 분쟁 일단락…이사회 규모 정상화 과제
- [이슈 & 보드]티웨이항공 이사회 격변 조짐…사외이사 엑시트에도 관심
- [2025 이사회 리뉴얼]하림그룹 '실용주의'…팬오션에는 교체 수요
- [이슈 & 보드]영풍, 고질적 저평가 도마 위…사외이사 재선임 촉각
- 거래소 주주보호 정책, 빙그레 지주사 전환에 '브레이크'
- [2025 이사회 리뉴얼]소유분산 KT, 현대차 추천 사외이사 후임 진입에 촉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