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신약 로드맵]분명한 비전, 서정진 호소에도 시장은 왜 반응하지 않을까①올해 4개물질 임상 발표에도 업계 반응 무덤덤, 짐펜트라 매출·수익에 쏠린 관심
정새임 기자공개 2025-03-05 09:14:09
[편집자주]
바이오시밀러로 시가총액 38조원을 이룬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 복귀 후 통합 작업까지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에 나섰다.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신약 파이프라인이 올해 본임상에 진입한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 등 당장 현실에 놓인 과제를 지적하는 시장의 요구 속 셀트리온의 신약 여정은 순탄치 않다. 가야만 하는 길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일이 과제다. 더벨은 셀트리온그룹이 그리는 신약 방향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10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트리온이 신약을 한다.' 내부적으론 회사의 체질개선을 이룰 회심의 카드다. 그동안 정보가 제한됐던 신약 파이프라인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하지만 시장은 반응이 없다. 신약이 주가를 상승하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 후 10%대로 가라앉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이 그나마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다.
그동안 제조와 유통 법인을 따로 두면서 유지했던 영업이익률을 통합법인이 단기간 내 회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사회 의장으로 '미래'를 얘기하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달리 시장은 '현재'를 가리킨다.
◇13개 물질로 본격화하는 신약 사업, 반응없는 주가
셀트리온이 신약을 언급한 건 사실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인플루엔자를 타깃하는 'CT-P27'이라는 바이오 신약 본임상을 진행하면서다. 10년 뒤인 2019년 관련 학회에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다시 신약 카드를 꺼내든 건 렉키로나로 잘 알려진 코로나19 치료제 CT-P59의 임상에 들어가면서다. 그러나 이 역시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상업화가 불발됐다.
비운으로 끝났지만 개발까진 성공적이었던 렉키로나를 등에 업고 셀트리온은 다시 신약을 꺼냈다. 은퇴했다가 다시 돌아온 서정진 회장이 귀환하면서다. 그룹 내 주력사 3사 합병이라는 이벤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콘텐츠는 '신약'으로 채웠다. 통합 셀트리온의 새로운 비전을 신약으로 삼으면서 다시한번 셀트리온 신화를 만들어보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같은 계획이 구체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신약 물질을 대중에 공개하고 공격적인 개발 움직임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 미국에서 열린 '월드ADC(World ADC)'에 참석해 발표했다. 월드ADC는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학회다. 셀트리온은 CT-P70과 CT-P71의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구체적인 신약 개발 일정도 공개했다. 전임상 결과가 공개된 2개 물질을 제외하면 나머지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진일보한 행보다. "다양한 협업으로 신약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도였던 게 그간의 스탠스였다.

26일 발표한 2024년도 4분기 실적발표에선 2개 물질 외에도 7개 ADC, 4개 다중항체 신약 물질이 올랐다. 그 중 타깃이 공개된 4개 파이프라인은 올해 임상에 진입한다는게 목표다. 4개 물질을 동시에 본임상 실시함으로써 개발 속도를 낸다. 가장 첫 신약 모달리티로 꼽은 ADC 신약의 경우 이달 CT-P70 1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미국에 제출했다.

선언과 계획, 그리고 구체적 이행과정이 하나 둘 베일을 벗고 있지만 시장은 과거 바이오 시밀러 사업을 추진했을 때와 같이 열광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바이오 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셀트리온의 주가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통합 기대감으로 주가가 반짝 20만원을 돌파했던 2024년 1월 초를 제외하면 셀트리온의 주가는 3년 내내 10만원대 박스권에 갇혀있다. 작년 9월 말 20만원 진입으로 상승흐름이 기대되는 듯했으나 곧 힘을 잃었다.
27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 주가는 18만27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약 1000원 올랐다. 2023년 10만원대 중반에서 지난해 10만원대 후반으로 오른 점은 고무적이나 주주 입장에선 아쉬운 수준이다. 20만원선을 회복하는 것조차 좀처럼 쉽지 않으니 주주들의 불만이 쌓였다.
◇먼 미래 신약보다 매출과 수익이 도마, 시장과의 '미스매치'
주가를 올리거나 누르는 요소는 다양하기에 셀트리온의 주가가 정체된 이유를 한가지로 설명할 순 없다. 예상보다 더딘 영업이익률 회복, 미국 시장의 높은 장벽, 외국인 매도세 등 여러 이유를 추정해볼 수 있다.
다만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큰 호재로 여기는 '신약'에 있어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그다지 관심이 크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신약이 워낙 긴 호흡의 사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장은 정말 셀트리온이 정말 '신약'을 할 수 있을까에 쏠려있다.
'제약사'라는 프레임에 쌓인 상황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글로벌 약물로 진출하고 블록버스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빅파마 얀센에 기술이전한 신약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 직전까지 유한양행 주가는 10만원을 넘지 못했다. 신약과 플랫폼 기술에 대한 가능성으로 존속하는 바이오텍과 달리 제약사는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주로 평가받는다.
유한양행이 렉라자 FDA 승인 직후 10만원선을 뚫고 10만원대 중반까지 올라선 건 렉라자 글로벌 매출이 유한양행 실적으로 직결된다는 확신을 줬기 때문이다. 최근 한달간 셀트리온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던 2월 26일은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는 소식 덕분이다.
이미 대형 제약사로 발돋움한 기업에 대한 기대감은 작은 벤처가 대기업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다. 자극에 반응하는 주식시장, 특히 바이오 시장 특성상 더 큰 자극을 요하는 셈이다.
선명한 비전과 다르게 콘텐츠는 희미하다. 바이오시밀러를 하던 셀트리온이 정말 신약을 할 것이냐, 그렇다면 어떤 신약을 할 것이고 그게 정말 시장성이 있을까에 대한 당위성을 소통하는 과정을 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셀트리온이 공개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명칭과 타깃 정도에 그친다. 적응증도 최근들어서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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