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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임원 배제' HMM, 한진해운 출신 CEO 등장할 수 있을까 임원중 맏형 박진기 부사장 한진해운 출신 한계...'산은·해진공'의 경영관리 의지 강해

고설봉 기자공개 2025-03-12 13:22:06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14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임 HMM 대표이사(CEO) 선임에서 내부출신 인사들이 배제된 이유는 무엇일까.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주도로 진행된 사장 선출 작업은 외부인재 영입으로 막을 내렸다.

HMM이 호실적 기반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경영안정성을 회복했음에도 여전히 채권단 관리체제가 확고한 모습이다. 산업은행 등이 경영 관리자를 파견하는 형태로 CEO를 선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HMM 내부출신 CEO가 배출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부 후보군 부재다. 기업개선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임원들이 대다수 퇴사하면서 내부 고위급 임원이 크게 줄었다. 또 인력구성 특성상 옛 현대상선과 옛 한진해운 출신들간 미묘한 경쟁심리도 내부출신 CEO 선임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임원 맏형 박진기 부사장…한진해운 출신 꼬리표

HMM 내부인사 중 차기 사장에 가장 근접했던 임원은 박진기 부사장(사진)이었다. 그는 2022년 2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HMM은 김경배 사장 취임이 예정된 상황에서 ‘총괄 부사장’직을 신설하고 박 부사장에 직을 맡겼다. 그는 직전까지 HMM 컨테이너사업총괄 부사장을 지내고 있었다.

박 부사장은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된 뒤 컨테이너, 전략·재무, 벌크(건화물), 해사 등 4개 사업부문 가운데 해사를 제외한 3개 사업 부문을 종합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임 CEO 취임 전 장기계약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박 부사장이 내부에서 중심을 잡고 권한을 행사했다.

박 부사장은 한진해운 출신으로 2019년 3월 HMM에 합류했다. 컨테이너와 벌크 등 해사운송 전문가로서 HMM 합류 뒤 컨테이너사업을 이끌었다. 옛 한진해운 시절 네트워크를 활용해 HMM이 해운동맹 ‘디(The)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박 부사장은 최종 관문을 넘지 못했다. 현대상선 출신이 아니란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경쟁 관계였다. 현대상선 기반으로 재출범한 HMM 조직 특성상 한진해운 출신 CEO 선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출신간 미묘한 신경전

과거 한진해운은 국적선사 맏형이었고 현대상선이 도전하는 위치였다. 그러나 채권단 주도로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현대상선이 유일한 국적선사로 정부 지원을 받아 살아남았다. 해운재건이 진행되면서 한진해운 출신 임직원 일부가 HMM에 합류했다.

HMM에서 한진해운 출신 임직원들은 소수다. 2024년 말 기준 총 약 1800여명이 근무 중이다. 대다수 직원들이 현대상선 출신이다. 한진해운 출신 직원은 2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비율로는 10% 안팎이다. 해상직을 제외한 육상직으로 좁혀봐도 한진해운 출신 임직원 비율은 20% 수준으로 작다.

HMM으로 국적 원양선사가 단일화돼 있지만 내부에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대상선 출신들이 주류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한진해운 출신들은 소수그룹으로 분류된다. 박 부사장의 경우 한진해운 출신들 임직원 좌장 역할을 해왔다.

HMM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HMM 내에 생각보다 많은 한진해운 출신들이 포진해 있지만 소수그룹"이라며 "대표성 측면에서 내부임원 CEO 발탁은 현대상선 출신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신 HMM 전무와 이정엽 HMM 전무.

◇차기 리더 후보군 김신·이정엽…2년 후엔 가능할까

신임 CEO의 임기가 만료되는 2년 후 HMM 내부출신 CEO는 탄생할 수 있을까. 현대상선 출신 임원들은 CEO 후보군에 오를 만큼 직급이 높지 않다. 현대상선 출신 가운데 가장 높은 위치에 도달한 임원은 김신 전무와 이정엽 전무다.

김신 전무와 이정엽 전무는 현대상선 출신으로 좌장 역할을 하는 임원들이다. HMM 내부에서 차기 CEO가 배출된다면 이 두명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다. 김 전무와 이 전무는 지난해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다. 김 전무는 승진 직전까지 컨테이너사업부문장을 역임했다. 이 전무는 미주권역장으로 있었다. 승진과 동시에 김 전무와 이 전무는 서로 보직을 맞바꾸며 시험대에 올랐다.

1968년 생인 김 전무는 한양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상선에 입사했다. 주로 컨테이너 관련 조직에 몸담았다. 동서남아본부, 컨테이너항로 영업관리본부, 컨테이너전략영업 관리본부 등을 거쳐 컨테이너사업총괄을 역임한 뒤 미주권역장으로 발탁됐다.

1970년 생인 이 전무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조럽해 1996년 현대상선에 입사했다. 구주영업부, 컨테이너항로기획팀, 구주항로관리팀장, 컨테이너마켓분석팀장, 컨테이너기획본부장, HMM 미주권역장을 거쳐 컨테이너사업총괄을 수행 중이다.

올해 이 전무는 신임 최원혁 사장과 함께 사내이사로 발탁됐다. HMM은 핵심 사업부문인 컨테이너사업부문장을 CEO와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경영에 참여시키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경영안정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내부출신 CEO에 대한 바람이 있다"며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진공 입장에선 민영화 등 과제가 남은 상황에서 외부 CEO를 인선해 채권단 관리체제 때처럼 지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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