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숨은 강자들]남해화학, 안정적 실적 뒤엔 '농협'…수출·신사업으로 의존 탈피①농협향 비료 매출 40% 상회…동남아 수출 확대 모색
정명섭 기자공개 2025-03-14 07:03:36
[편집자주]
석유화학은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한국의 수출을 떠받친 핵심 산업이었다. 그러나 중국·중동발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SK와 롯데, LG 등 주요그룹 화학사마저 수천억원대 손실을 기록할 정도다. 그럼에도 꿋꿋한 기업들이 있다. 업황 둔화가 무색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특정 분야에서 확고한 강점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벨은 석유화학업계의 숨은 강자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07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비료업체이자 농협 계열사인 남해화학은 우수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다년간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어 왔다. 국내 비료 공급을 좌지우지하는 농협경제지주가 든든한 매출처다. 농협향 매출은 매년 늘어 40%를 넘어선 상태다.그러나 국내 경지면적 감소로 비료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남해화학의 고민도 커졌다. 회사는 동남아 수출 확대, 반도체용 황산 사업 확장으로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국내 비료 시장점유율 압도적 1위...농협향 비중 40% 이상
남해화학은 농협 계열 화학사다. 1974년 한국 정부와 미국 아그리코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회사였으나 1998년 농협이 인수했다. 현재 농협 비금융 지주회사인 농협경제지주가 지분 56%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부문은 크게 비료·화학 사업, 유류 사업으로 나뉜다. 비료·화학 부문은 농업용 무기질 비료와 암모니아, 황산 등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생산공장은 여수산단에 있다. 비료 생산능력은 연산 136만톤, 황산 등 화학제품 생산능력은 연산 164만톤이다.
유류 부문은 정유사 에쓰오일로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을 구입해 NH농협주유소 등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사업이다. 사들인 정유제품은 여수산단 내 유류탱크와 여수, 목포 등에 있는 직영 주유소로 공급된다.

매출 비중은 비료가 42.2%(2024년 3분기 기준)로 가장 크고 유류 32.3%, 화학이 25.5%를 차지하고 있다. 캐시카우는 비료·화학 사업이다. 자산총액의 81%가 관련 생산설비에 집중됐다.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 비료화학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418억원(이익률 5.4%)으로 전체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유류 사업 영업이익은 7억원(영업이익률 0.2%)으로 이익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했다.
비료·화학 사업부문은 대체로 매년 4~5%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료 원재료인 암모니아와 요소, 인광석, 염화칼륨의 가격이 급등해 2023년엔 이익률이 1%대에 머무른 적이 있으나 2024년 들어 원재료값이 안정화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안정적인 이익의 기반은 우수한 시장 지위와 모회사 농협경제지주와의 내부 거래다. 남해화학의 국내 비료 시장점유율은 42%다. 경쟁사인 풍농(점유율 24%)과 팜한농(13%), 조비(8%), KG케미칼(6%)의 점유율을 크게 웃돈다.

남해화학 생산하는 내수 비료는 전부 농협경제지주로 향한다. 국내 농업용 비료 시장은 농협경제지주가 입찰을 받아 지역 농협-농민 순으로 공급되는 구조로 작동한다. 농협경제지주는 국내 비료 공급의 97%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화학이 농협경제지주와 거래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의 46.6%(2024년 3분기 기준)다. 2010년대 초만 해도 농협향 매출 의존도는 30%대였으나 2015년부터 40%를 넘어섰다.
재무건전성도 양호하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56.3%, 27.8%다. 최근 5년간 총차입금은 1000억~2000억원대 사이를 오갔는데 원재료 구입을 위해 유전스 차입에 나설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차입 규모가 뛰었다.

◇비료 내수정체에 동남아 수출 확대...기대주 '반도체용 황산' 작년 8월부터 양산
그럼에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 비료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년 농지면적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국내 경지 면적은 2012년 173만헥타르에서 2023년 156만6000헥타르로 줄었다. 이에 따라 비료 사용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남해화학의 돌파구는 수출 확대와 신사업이다. 현재 남해화학은 연 60만톤의 비료를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중 동남아 시장을 전략거점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인구 구조,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회사는 보고 있다.
일례로 남해화학은 태국에 연 30만톤의 비료를 수출하고 있다. 전체 수출 물량의 절반이다. 다만 현지 시장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주변국인 필리핀과 미얀마, 베트남에서도 비료 수요가 늘고 있어 해당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남해화학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은 반도체용 황산이다. 2021년 10월 ENF테크놀로지, 삼성물산과 합작설립한 NES머티리얼즈를 통해 작년 8월부터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용 황산 사업은 아직 적자(작년 3분기 말 영업손실 88억원) 상태다. 다만 남해화학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황산 사업이 중요한 수익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ES머티리얼즈는 제품 양산 전부터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공장 증설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남해화학은 농사 트렌드가 고품질·다품종 생산으로 바뀌는 것에 발맞춰 지역별 토양과 재배작물에 맞는 기능성 비료를 생산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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