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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ction Radar]미 생산기지 키우는 효성중공업, 'AI 수요+관세 대응' 다잡는다2020년 인수 멤피스 공장 2차 증설 검토중…미 변압기 시장 연평균 7.8%씩 성장

정명섭 기자공개 2025-03-12 07:27:28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07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초고압 변압기 생산공장 증설을 결정한 효성중공업이 또 한차례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에서 노후화한 전력기기 교체 수요와 인공지능(AI)·반도체발 전력기기 신규 수요가 겹치면서 관련 산업이 초호황기를 맞이해서다. 미 생산공장 증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으로 평가된다.

◇미 변압기 공장 2차증설 검토...노후화 교체 수요·AI발 신규 수요 맞물려 '슈퍼 사이클'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초고압 변압기 생산공장의 2차 증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효성중공업이 2020년 일본 미쓰비시로부터 4650만 달러(약 500억원)에 인수한 공장으로 100MVA급 이상의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한다. 이같은 대형 변압기는 미국 송배전 전력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당시 효성중공업은 현지 노후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확대되는 점에 착안해 이 공장을 인수했다. 현재 미국에 설치된 초고압 변압기의 70%가 25년 이상 된 노후 설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은 2023년 생성형 AI 등장으로 신규 전력기기 수요까지 커지는 '예상 밖 호재'를 맞이하자 작년 6월 멤피스 공장의 1차 증설을 결정했다. 4900만 달러(약 669억원)를 들여 변압기 생산능력을 연 160대(현재 100대 미만) 수준으로 2배가량 키우는 투자다.

효성중공업 주력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

멤피스 공장의 주요 매출처는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매출 비중 27.2%), 에버소스 에너지(28.2%), 웨스코 인터내셔널(15.6%), 엑셀(Xcel) 에너지(9.4%) 등 미국 민간 전력청이다.

효성중공업이 2차 증설까지 검토하는 배경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있다. 트럼프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선포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National Energy Emergency)'는 에너지 가격을 낮춰 미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드는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낮추고 석유와 천연가스, 원자력 같은 전통 에너지원을 앞세운다.

이는 미국 전역에 전력망 구축이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 인사이트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미국 변압기 시장 규모는 2023년 11억2000만 달러에서 2032년 22억3000만 달러로 연평균 7.8%씩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전력기기만으로는 현지 수요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에너지, 전력 스페인 에너지기업 이베르드롤라가 지난해 미국에서 순이익이 2023년 대비 50% 증가하고 프랑스 전선기업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도 미국 내 공장을 확장하거나 신규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트럼프 2기 관세 장벽까지 대응

효성중공업의 멤피스 공장 증설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도 대응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산 전력기기를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결정한 건 아니다. 다만 과거 1기 체제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효성중공업에 37.4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어 안심하긴 아직 이르다는 평이다.

투자업계는 당장은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관세 부과 카드를 꺼냈는데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중 전력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서다.

2014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미국 변압기 생산자물가지수(PPI) 추이(출처=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제도은행)

2023년 기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50억 달러 규모다. 이 중 전력기기가 차지하는 규모는 약 30억 달러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기기의 실질적인 대미 수출 규모는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반덤핑 관세의 경우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내수 판매보다 수출 판매 가격을 크게 낮춰 이득을 취해야만 성립할 수 있는데 현재 미국 현지 전력기기 판매 가격은 역대급 수요에 전세계에서 가장 높게 형성돼 있는 상태다. 실제로 미국의 전력 변압기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21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3분기 평균 변압기 PPI는 429ppt로 2020년 1월 대비 약 68% 상승했다.

이외에도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최근 체결하고 있는 수출 계약에 비용 증가분을 판가에 연동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넣고 있는 점도 관세 리스크에 대한 안전장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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