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배당 10년]정의선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서 '5200억' 받았다7개 상장사로부터 10년간 8600억 수령…2021년 회장 승진 기점으로 배당 급증
고진영 기자공개 2025-03-17 08:24:59
[편집자주]
배당은 투자에 대한 직접적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장 기본적인 주주환원 방식이자 신뢰 구축의 수단이다. 또 배당정책은 기업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 성장 수준을 나타내는 가늠자로도 기능한다. 단순한 이익분배를 넘어 잉여현금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 주주와 경영진간 이해관계 일치를 도모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THE CFO가 지난 10년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내역과 추이 변화를 되짚고 그 재무적 배경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10시1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0년간 그룹 상장사들에서 받은 배당금이 9000억원에 육박하는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장에 오른 이후 계열사들의 씀씀이가 눈에 띄게 넉넉해졌다.이런 배당 확대는 '미완의 승계' 해소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경영권을 물려받은지 오래지만 지분 측면에선 지배력이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정의선 지분보유 상장사 7곳, 4년 새 17.3조 배당
12일 THE CFO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7개 상장사는 지난 10년간 총 27조5500억원 남짓을 배당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보통주를 기준으로 셈한 금액이다.
계열사 별로 보면 △현대차 11조7000억원 △기아 9조8000억원 △현대모비스 3조8000억원 △현대글로비스 1조5900억원 △이노션 2390억원 △현대위아 2170억원 △현대오토에버 1690억원 등의 순으로 배당액이 많았다.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2019년 이후부터 계산했다.

특히 정 회장이 취임하고 이듬해인 2021년 이후 배당규모 확대가 두드러진다. 그 해부터 작년까지 7개 계열사의 보통주 기준 배당총액은 17조3479억원에 달했다. 10년 동안 배당한 전체금액의 63%가 최근 4년에 몰려 있는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배당금이 급증했다.

이중 정의선 회장이 지분에 따라 가져간 금액은 약 3% 남짓으로 파악된다. 현재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보유 중이며 그 외엔 현대차 지분 2.67%, 기아 1.78%, 이노션 2.00%,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7.33%, 현대모비스 0.33% 등을 가지고 있다.
10년 동안 해당 계열사들로부터 정 회장이 받은 배당금은 모두 8550억원, 4년간 받은 배당금은 5240억원이다. 배당소득에서 가장 기여도가 큰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로 나타났다. 10년간 약 3470억원을 정 회장에게 밀어줘 현대차보다 많았다.

◇배당소득 기여도 1위,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의 승계 자금줄로 주목받는 곳이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자가 2000년경 15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했으며 그룹 물류를 전담하고 있다. 애초 정 회장의 지분율이 약 40%에 달했는데 2005년 말 상장하면서 32% 수준으로 축소됐다. 당시 IPO 과정에서 정 회장이 7000억원대 평가차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2015년과 2022년 두 차례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지분율로 내려갔다.
하지만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에서 얻는 배당소득이 적어지진 않았다. 지분 축소와 동시에 배당금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2014년 총 750억원을 배당했다가 정 회장 지분이 23.29%로 줄어든 2015년엔 1125억원으로 늘렸다. 정 회장의 배당소득도 덩달아 239억원에서 262억원으로 많아졌다.
그 뒤 대동소이했던 현대글로비스의 총 배당액은 2022년 다시 2000억원대로 크게 점프한다. 정 회장이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지분 3.29%를 매도한 시점이다. 2024년엔 총 2775억원을 배당해 정 회장이 550억원을 받아갔다. 줄어든 지분율과 반대로 배당수익은 늘어난 셈이다.

현대글로비스 다음으론 현대차(3050억원)와 기아(1740억원)가 정 회장에게 많은 배당금을 줬다. 지분율은 1~2%대로 작지만 배당규모 자체가 크다 보니 매년 수백억원씩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기아의 경우 최근 3년간 합산 총배당액이 6조1800억원 수준으로 현대차(6조100억원)를 추월한 상태다. 정 회장에 대한 기아의 배당 기여도를 셈하면 10년 기준으론 20%지만 근 3년만 따질 경우 25% 수준으로 높아진다.
이밖에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에서 68억원, 이노션에서 48억원, 현대위아에서 43억원가량을 각각 배당으로 수령했다. 또 현대오토에버는 2019년 상장한 이후 6년 동안 131억원을 정 회장에게 배당했다.
◇'미완의 지배력' 해법, 문제는 실탄
주목할 점은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의 경우 정 회장 지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지배력을 완성하기 위해선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7.29%뿐 아니라 현대차(5.44%)와 현대제철(11.81%) 지분까지 가져와야 한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그룹 가운데 순환출자 고리를 아직 해소하지 못한 유일한 곳이다. 대략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 → 현대모비스'로 지분구조가 이어진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지분 21.8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실질적 지주사이자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꼽힌다.
완벽한 승계를 위해 가장 단순한 길은,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을 모조리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 시총이 41조5000억원, 현대모비스가 가진 지분 가치만 9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밖에 부친 지분을 그대로 상속하거나 정 회장 지분율이 높은 현대엔지니어링(11.72%)의 IPO 추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21.27%) 활용 등이 승계 방안으로 거론된다. 관건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면서 정의선 회장이 지배력까지 확보하는 일인데, 어느 쪽이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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