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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NH증권의 사장, 메리츠증권의 고문

양정우 자산관리부장공개 2025-04-21 08:25:53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07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선두 증권사로 도약하려는 메리츠증권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사업 확장의 속도부터 전략의 스케일까지 메리츠다운 보폭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변화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카드로는 단연 정영채 상임 고문의 영입이 꼽힌다.

증권업은 결국 사람 장사다. 리빌딩의 주축인 IB와 WM 사업은 특히 맨파워에 좌우되는 비즈니스다. 메리츠증권이 경쟁사 키맨과 실무진을 스카우트하는 데 사력을 다하는 이유다. 정 고문은 국내 자본시장에 한 획을 그은 상징적 인물이다. 그의 합류만으로도 메리츠행을 선택하려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메리츠증권의 스카우트 명단엔 NH투자증권 임직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고문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으나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설득이 손쉬울 수 있다. 이미 신디케이션 파트의 사업부 대표가 합류하기로 했고 전통 IB 영역에서 얘기가 오가는 인력들도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파트에서는 영업팀 자체를 빼오려다가 소동 끝에 무산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인력 이동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정 고문 입장에서는 영입 전쟁을 놓고 곤두선 두 증권사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할 듯하다. 물론 그는 채용 전담이 아니라 스카우트 대상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친정에 누를 끼칠까 봐 우려하는 기색이 엿보인다.

윤병운 사장을 비롯해 과거 동료와의 관계가 신경이 쓰이는 것도 당연하다. 그의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는 정 고문이 NH증권 커버리지 파트를 언급하면서 이들을 데려오면 윤 사장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냐는 속내를 밝혔다고 말한다. 농협중앙회와 첨예한 갈등 속에서 윤 사장이 수장에 오르기까지 정 고문의 기여가 컸던 건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이제 메리츠증권의 정 고문으로 자리가 바뀌면서 오히려 대척점에 서게 됐다.

커리어 정점에서 레거시를 남긴 조직을 떠난다면 심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물론 오너가 아니라면 새로운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머물렀던 시간만큼 얽히고 설킨 사정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전직장의 시장점유율을 뺏어오는 게 상도의에 어긋날 수는 없지만 자칫 냉정해보인다면 뒷말이 나올 수 있다.

메리츠증권이 정 고문에게 기대하는 건 평범한 조언이 아니다. 전통 IB 사업의 기틀은 물론 신사업 전반의 기반을 닦아주기를 바란다. 흔한 고문직처럼 명함용 자리가 아니다. 상임 고문으로서 무게감 있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 이 임무는 그의 전공이지만 단순히 앞만 보고 내달릴 여건이 아니기에 그만의 해법이 필요해보인다.

물론 주변을 의식해 머뭇거리는 건 그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메리츠증권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흥미롭다. 벌써부터 정 고문의 부회장 내정설이 돌고 있다. NH증권에서 쌓은 업적을 지키면서도 메리츠증권이 부여한 과업을 완수하는 혜안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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