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글로벌 신동맹]50년 제철 패권 '경쟁' 트럼프가 '공생'으로 돌려놨다②제2종합제철소부터 당진제철소 인수까지…대미 투자로 수평적 관계 완성
이호준 기자공개 2025-04-22 07:09:08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든 관세 장벽은 산업 구분 없이 들이닥쳤다. 위상도, 체면도 아무 소용없다. 국내 철강 1위 포스코와 완성차 1위 현대차가 손을 맞잡은 건 그래서다. 두 회사는 미국 현지에 제철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분이나 투자 규모는 미정이지만 이들의 연대는 상징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지형을 흔든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산업 질서의 민낯이다. 더벨은 이 협력의 핵심과 의미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14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현대차그룹의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립에 투자자로 나선다. 두 그룹의 공조는 2021년 수소사업 제휴 이후 처음이다. 철강업계를 이끄는 두 축이 쇳물 생산을 함께하는 건 단순한 제휴를 넘는다. 전략적 동맹으로 읽힌다.양측은 철강업이 막 자리 잡던 1977년 제2종합제철소 추진부터 2010년대 H형강 시장 경쟁까지 줄곧 견제와 맞대결을 이어왔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공급망 재편이 결국 두 그룹을 협력의 길로 돌려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을’의 설움에서 시작된 현대의 반격…50년 철강 경쟁사
양사의 경쟁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그룹(현대그룹)은 당시에도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철강 수요가 큰 계열사를 여럿 거느렸다. 선박용 후판과 자동차용 강판을 받을 때마다 제철회사에 을이 되는 구조였다.
1977년 현대중공업은 제2종합제철소 설립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듬해 인천제철을 인수하며 제철사업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 지원 없이 건설비를 조달하고 그룹 내 기술과 인력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공공성을 이유로 포스코의 손을 들어줬다. 포스코는 이 사업권으로 광양제철소를 세웠다. 세계 최대 제철소를 품게 된 배경이다.
2000년대에도 경쟁은 이어졌다. 2004년 한보그룹의 당진제철소 인수전에 두 회사가 뛰어들었다. 같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현대하이스코와 손잡은 현대제철이 종업원 승계와 임금 인상 등을 포함한 종합 점수에서 앞서 인수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은 이 설비를 바탕으로 2010년 일관제철소 체제를 완성했다. 철광석을 밀폐 컨테이너로 이송하고 돔형 저장고에 보관하는 친환경 시스템도 갖췄다. 고로를 가동하며 포스코 중심의 자동차강판과 후판 공급 구조에 정면으로 맞섰다. 과거 포스코의 열연강판 공급 거부로 촉발된 법정 다툼 등 흔들렸던 과거를 극복한 전환점이었다.
이후 양사의 관계는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굳어졌다. 2010년대 중반부터 고부가 강종에 쓰이는 바나듐 확보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이 장악하던 건자재용 H형강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분기점은 '수소 MOU'…대미 제철소 투자로 수평적 공생 구조 완성
분위기가 달라진 건 최근이다. 2021년 2월 포스코가 현대차그룹에 수소 사업 협력을 제안했고 현대차가 응했다.
당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포스코와 현대제철 경영진이 포항 포스코 본사에서 손을 맞잡았다. 부생수소 생산량을 2025년까지 10배로 늘리자는 목표에 합의했다. 제철소 내 차량 1500대를 현대차 수소전기차로 전환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업계는 이 MOU를 분기점으로 본다. 과거 거래와 경쟁에 머물렀던 관계가 수소를 매개로 미래 산업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포스코가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사업에 투자자로 나선 건 이 변화의 흐름이 더 확장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글로벌 철강업계는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부활시킨 관세 장벽도 부담이다. 기존 생산 거점만으론 대응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 협업은 공생 관계로의 전환을 알리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포스코는 오랜 숙원이던 미국 철강시장 진출의 발판을,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기의 핵심인 자동차 강판은 물론 이차전지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루이지애나 제철소엔 8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그간 선언에 머물렀던 수소 사업 MOU와 달리 실제 자금이 오가고 공급망 공동 운용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구조 자체가 다르다. 업계 전통의 라이벌이 전략과 리스크를 함께 나누는 수평적 공생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구조 변화로도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포스코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를 넓히고 미래 모빌리티와 전동화 리더십 기반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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