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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대미투자 31조]미 일관 제철소 '승부수' 현대제철, 강관 동반 '미지수'⑪현대스틸파이프 주목…현재 기준 자동차, 강관은 후속으로도 가능

이호준 기자공개 2025-03-27 13:39:12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미국발 관세전쟁 해법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made in USA’로 문제를 풀어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를 투자한다. 완성차와 철강 등 제조업은 물론 자율주행과 로봇 등 신기술 산업 생태계를 미국에 구현한다.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첫 번째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의 투자 내역과 중장기 미국시장 성장 전략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6일 15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 계획을 대략적으로 설명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부분이 많다. 특히 연간 철강재 생산량 270만톤의 실질적 활용 방안이 불분명해 하공정 자회사들이 동반할지 여부도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유정용 강관 수요 증가를 근거로 현대스틸파이프의 동반 진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이번 제철소 건설은 현대차그룹의 현지 완성차 생산체계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후속 투자에 대한 증권가 실망도 여전해 지금 단계에서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대스틸파이프 동반 진출 여부 주목…미국 내 강관 수요 '배경에’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전날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콜 방식의 기업설명회를 열고 루이지애나 제철소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설명은 10분 남짓에 그쳤고 질의응답 없이 준비된 PPT 두 장을 읽는 자문자답 형식이었다.

이 때문에 세부 내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대제철은 연간 생산능력을 270만톤으로 제시했지만 자동차 강판 180만톤과 함께 열연 65만톤, 일반 냉연 25만톤 정도로만 간략히 언급했다. 업계 특성상 이들 제품은 추가 가공이 전제돼 있어 어떤 완제품이 생산될지, 후공정 설비가 마련될지는 알 수 없다.

이처럼 구체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관심을 끄는 건 자회사들의 동반 진출 여부다. 통상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생산기지가 해외로 나가면 부품과 소재 계열사도 함께 나가 현지 조달 체계를 만든다. 현대제철도 후공정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현대스틸파이프의 진출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현대스틸파이프는 유정용과 송유관용 강관을 주로 생산한다. 현대제철이 미국에서 열연을 자체 생산하면 이를 공급받아 현지에서 강관을 제조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이 경우 원가와 납기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 내 강관 수요 흐름도 나쁘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금 업황이 급변하진 않았지만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가 부과된 이후 판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제품을 판매하기만 해도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용 강관 수요가 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업계는 이를 현대스틸파이프가 진출하고 후속 투자를 단행할 근거로 보고 있다.
현대스틸파이프 울산1공장(좌), 스테인리스 강관(우)
◇당장은 자동차, 강관은 후속으로도 가능…"밝힐 수 있는 내용 없어"

다만 짚고 넘어갈 건 이번 투자가 그룹 차원의 전략이라는 점이다. 전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내 완성차 생산능력을 120만대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이번 제철소 건설은 완성차 소재 내재화를 위한 결정으로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넥스틸과 휴스틸 등 강관사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언급하며 지금이 진출 타이밍이라는 주장도 내놓지만 후발 주자로서 나설 명분은 약하다. 이들 투자도 트럼프 1기 시절에 시작돼 이제서야 성과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장에 어필하기 어려운 결단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 제철소에 8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혀 재무 부담이 커진 상태”라며 “여기에 강관 설비까지 더해지면 시장은 이를 추가 부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가 공개된 25일 현대제철 주가는 7%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 현대제철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다만 여지는 확실히 남아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하고 착공에 들어가 2029년 완공 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반면 강관 설비는 1~2년이면 구축이 가능하다. 시너지가 분명한 만큼 지금 결정하지 않고 후속 투자로 넘겨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유리한 관세 조건을 명확히 내놓고 그 환경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 같다면 동반으로 진출하는 게 그룹 입장에서도 합리적”이라면서도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남은 시점에 결정을 내리는 건 이르다”고 했다.

한편 현대스틸파이프는 관련 시장 전망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아직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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