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vs 라인메탈]뚜렷한 이원화 vs 오너·전문경영인 파트너십[경영진과 이사회]⑤'경영·이사회 분리' 라인메탈, '오너 리더십·전문성' 혼합 한화에어로
허인혜 기자공개 2025-05-19 07:58:03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15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의 주식회사와 한국의 기업은 경영진·이사회의 구성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독일은 경영과 관리감독이 철저히 분할된 이원 이사회 방식을 차용하고,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이 차이는 당연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라인메탈에도 반영된다. 두 기업간 가장 두드러지는 대비점이다.오너일가 중심, 전문 경영인 체제나 혹은 두 요소를 결합한 방식은 독일과 한국 모두에서 흔히 보인다. 다만 한화에어로와 라인메탈은 이 지점에서 다른 모습을 띈다. 라인메탈은 엔지니어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C레벨에 전문 경영인을 배치해 뒀다. 한화에어로는 김동관 부회장과 손재일 대표, 마이클 쿨터 대표가 함께 이끈다.
한화에어로는 오너 주도 체제를 통해 방산 기업에게는 꼭 필요한 '강력한 리더십'을 갖췄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병행하고 있는 데다 김 부회장도 방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집행도 김 부회장 체제 아래에서 가능하다. '한화의 DNA'로 불리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가 가능한 배경이다.
◇강력한 경영·이사회 분리, 전문 경영인 선임한 라인메탈
라인메탈과 한화에어로는 모두 경영진과 감독 이사회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다만 독일은 이 두 그룹 간의 경계선이 아주 명확하다.
경영 담당의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와 감독이사회(Supervisory Board)를 구분해 뒀다. 국내의 경우 사내이사가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지만 독일은 경영과 감시·감독 역할을 명확하게 나눠둔 셈이다. 감독 역할의 이사회도 구성원에 따라 다시 두 분류로 갈린다. 독일 증권회사법(AktG)과 공동결정법(MitbestG)에 따라 아예 이원화 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라인메탈도 이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라인메탈은 집행이사회에 모두 전문 경영인을 배치해 뒀다. 아르민 파퍼거 CEO와 르네 간자우게 최고운영책임자(COO), 클라우스 노이만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노사관계 담당이사 우르슬라 박사가 포함돼 있다.
아르민 파퍼거 CEO는 공학 전문가로 1990년 라인메탈에 합류해 방위 품질 분야 전문가가 됐다. 무기와 탄약, 차량 시스템 등의 부문 감독을 모두 거친 후 대표가 됐다. 르네 간자우게 COO는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2005년부터 라인메탈에 몸담았다. 클라우스 노이만 CFO는 경영공학을 전공하고 세무 컨설턴트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다. 2012년 라인메탈에 합류했고 이전에는 KPMG에서 일했다.
감독이사회는 다시 주주대표 8인과 노동대표 8인으로 나뉜다. 피어그룹 CEO나 정·관계 인사 등이 포진해 있다. 복잡한 체계를 요약하자면 라인메탈의 의사결정 체계는 매우 독립적이고 이사회의 견제기능도 강력하다.
지배구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라인메탈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가 분산소유해 지배주주가 없다. 기관투자자가 지분의 57%를 보유했다.
◇김동관·손재일·마이클 쿨터, 전문 영역별 리더십
한화에어로는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과 이사회 모두 참여하고 있다. 명확하게 오너 중심의 경영 체계로, 여기에 전문 경영인 체제를 병행한다. 김동관 부회장(전략부문 대표)과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 마이클 쿨터 글로벌 디펜스 대표의 3인 체제를 구축했다.
김 부회장은 오너 3세이지만 이력 등을 톺아보면 전문 경영인으로 분리하기에도 무리는 없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그룹에 입사해 태양광 에너지 계열사 한화큐셀 등에서 전략과 영업을 총괄했다. 한화솔루션의 대표이사도 거쳤다. 한화그룹의 실질적 총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룹의 구심점이자 미래 사업인 방산과 항공우주는 김 부회장 아래로 집결돼 있다.
손재일·마이클 쿨터 대표와 안병철 사장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김 부회장과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다. 손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한화테크윈과 한화디펜스 등에서 대표이사 등의 굵직한 역할을 역임했다. 2022년말 한화에어로 산하에 방산 계열사를 통합하며 대표로 취임했다. 마이클 쿨터 대표는 전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 출신이다.
이사회는 단일 이사회 구조로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4명의 사내이사와 5인의 사외이사 9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에는 3명의 대표와 안병철 전략부문 총괄사장이 포함됐다. 이사회의 의장은 안병철 사장이 맡고 있다. 이사회 내에는 집행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 등을 마련해 뒀다.

◇오너이자 방산 전문가 김동관, '중장기적 비전' 제시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의 장점은 강력한 리더십과 그에 따른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경영 정책 수립이다. 특히 한화그룹이 공격적인 투자 결정과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불려왔던 것을 떠올리면 오너 중심의 경영체계는 필연적이다.
2022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직후 김 부회장의 한화에어로 산하로 방산 계열사가 집결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한화디펜스와 한화시스템 방산 부문이 통합됐다. 2023년에는 ㈜한화 방산부문을 흡수 합병했고 같은 해 한화오션 인수로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수출과 투자도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2023년 폴란드향 패키지형 수출 계약, 호주 레드백 수주전 승리와 호주 현지 공장 설립도 김 부회장의 영향력이 컸다. 필리조선소, 오스탈 지분 인수로 미국과 호주의 현지 거점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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