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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을 위한 변명 본질적으로 리스크 경계심 높아 … 기업, 적극적 소통 자세 '필요'

장영규 우리투자증권 리스크&크레딧 센터장 공개 2008-09-11 13:22:22

[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8년 09월 11일 13: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모기업의 채권시장 IR 행사에서 주관기업의 담당임원이 상당히 도전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발언의 요지는 회사채시장이 조금 상황이 어려워지면 아예 유동성이 사라져 발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우려가 크다면 그에 맞는 높은 금리로라도 발행하게 해주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옳은 말이다. 시장이 기능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격이라는 조정기능을 통해 자원이 조정되는 과정을 통해 일어나므로 상황이 좋든 나쁘든 가격의 조정을 통해 거래는 이뤄져야 한다.

장기자금이라는 면에서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을 모색하거나 이미 하고 있는 기업입장에서 이런 시장의 변덕은 당연히 투덜거릴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이 사라지는 이유

그러나 이런 불만이 국내 회사채시장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면 곤란하다. 적절하지 못한 비난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인 시장의 모습은 늘 제한적인 현실에 의해 조금씩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된다.

사실 채권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 역시 ‘일정한 상황’에서는 거래가 사라지게 된다. ‘일정한 상황’이란 가격의 조정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 즉 가격에 대해 완전히 둔감해지거나 거래 상대방 간의 소위 호가(bid-offer)차이가 너무 커 조정이 안 되는 경우를 말한다.

부도에 대한 우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가격에 대한 수요의 민감도는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 경우 역시 주식시장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회사채 시장이 이 문제에 대해 주식시장에 비해 기업의 불만을 사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먼저 시장수요의 특성에 차이가 있다.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회사채시장의 경우 주식시장에 비해 하락에 대한 경계심이 훨씬 높다. 가치상승의 여지가 작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역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익이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리스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할 때 바라는 보상의 차이는 주식시장에 비해 큰 폭으로 변동하기 쉽다. 시장상황의 변동과 관련한 갑작스런 큰 폭의 변동이 나타날 경우 이를 해소할 만한 금리수준은 너무 높아져 있어 정상적인 거래가격의 모색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게 된다.

리스크의 변동에 대해 점진적인 가격하락을 받아들이며 발행하고자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갑자기 유동성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시장 자체의 유동성이 낮은 것도 변명거리가 된다. 이 부분은 원초적인 시장 내 수요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어 좀 복잡한 문제일 수 있다. 종목의 수나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수요의 일상적인 탄력성을 기대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제도적인 불편도 있을 수 있다. 수십~수백만원이면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회사채시장은 일단 기본 거래단위가 100억원으로 크다.

기업측면에서도 시장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적다. 발행시기를 조절하거나 일시적인 발행자매수(buy-back)을 통해 만기구조를 조정한다거나 지속적인 시장에 대한 설명의 노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겁쟁이들과 사귀는 방식

끝으로 시장참여자의 입장에서 들고 싶은 변명은 투명성의 이슈다. 이전에 비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시가 강화되고 기업투명성이 제고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채시장 입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상태를 분석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늘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준하는 선진시장에서의 기업 연차보고서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공시보고서의 정보량은 분석가나 투자자를 절망에 빠뜨릴 정도로 취약하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중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확인하고 물어볼 길도 그리 없어 보인다. 발행, 신고과정에서의 실사(due diligence)는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다.

정보량이 부족할 때 회사채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은 보수적인 방향이 될 수 밖에 없다. 모르는 것에 대해 베팅하기에는 위험대비 보상이 적은 시장이다. 결국 신용위험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확실성이 높다면 거래를 포기하게 된다.

겁쟁이들과 거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겁쟁이들을 욕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겁쟁이가 겁을 먹지 않게 달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슈가 발생할 때 쑥 나와 한 두번 설명한다고 겁쟁이들의 태도가 좋아지지 않는다.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갑자기 유동성이 사라지는 시장이 기업입장에서는 ‘광폭’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사실 회사채시장은 예민한 겁쟁이들의 시장이다. 겁쟁이는 베일에 싸인 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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