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쌓는 롯데, 유진證·오비맥주 노리나 계열사 동원 7500억원 조달…금융·유통, 신구 주력사업 강화 해석
이 기사는 2008년 09월 19일 1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공격적 외형 확장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동성 위기설이 도는 유진그룹의 두 계열사 유진투자증권과 하이마트의 동시 인수 가능성이 당장 거론되고 있다.
이달 들어 롯데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선언한 자금의 규모는 7500억원을 넘는다. 롯데그룹 측은 순수한 운영자금 성격이라고 주장하지만 풍부한 자금사정을 고려할 때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향후 유통, 금융 등 신·구 주력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위해 실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세를 얻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하이마트 외에도 오비맥주나 민영화 대상 공기업이 인수대상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제2의 롯데월드 건립 자금이 필요해 계열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풍부한 현금창출력, 대규모 차입 이유 없어
호텔롯데는 오는 22일 110억엔(1113억원 상당) 규모의 3년 만기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한다. 표면적 이유는 인천공항면세점 사용료와 단기차입금 상환 등 운영자금 용도다. 호텔롯데는 지난 6월 기준 715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무차입 상태가 지속돼 지난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19.9%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단기차입금 상환분 210억원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태.
호남석유화학과 롯데제과는 사업 특성상 원재료 구입 결제 자금으로 외표채 발행을 결정했다. 각각 2년 만기 210억엔(2125억원)과 3년 만기 110억엔(1132억원:발행일 기준) 규모다. 롯데쇼핑과 롯데기공도 각각 110억엔(1195억원:18일 환율 기준), 300억원 규모의 외표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 전반적으로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외표채 발행이 주를 이루지만 원화채 발행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경우 외화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롯데캐피탈은 이달 말께 600억원 규모의 원화채를 계획하고 있고 롯데건설은 오는 29일 2년 만기 원화채 900억원과 외표채 20억엔(217억원:18일 환율 기준)을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일과 환율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지만 단순계산으로 총 7582억원에 달하는 액수를 끌어 모으고 있는 셈.
현재 롯데그룹은 대규모 차입 없이 충분한 현금성 자산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42조4970억원, 자본은 28조7194억원이다. 현금성 자산만 4조원이 훌쩍 넘어간다. 부채 규모는 13조77775억원 수준으로 부채비율 역시 48%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음식료, 유통, 호텔 등 내수 비중이 높아 계열 전반적으로도 우수한 영업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공화국 완성의 마지막 숙제 ‘증권’
그렇다면 롯데 계열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증권사 M&A를 통해 금융업을 차기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한다.
롯데그룹은 카드, 캐피탈, 보험, 자사운용 업계에 이미 진출한 상태여서 증권업 진출 욕구가 누구보다 크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를 계열사로 보유한 롯데그룹은 지난 6월 투자자문사인 코스모투자자문 인수를 통해 자산운용업에까지 진출했다. 최근까지 한양증권과 물밑 협상을 벌이다 인수가액이 맞지 않아 무산한 전례가 있는 롯데그룹에게 증권사 인수는 언젠가 풀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증권사 한 크레딧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의 경우 일본롯데와의 끈끈한 관계로 엔화 자금을 통한 안정적인 저리 자금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에 M&A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자금확보 차원의 조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진그룹의 유지투자증권에 대한 지분율은 24.1%. 대략 지분가치는 1700억 정도다. 시장 관계자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도 2000억 내외면 인수 가능하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유진투자증권뿐 아니라 제2의 대형 M&A까지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고 분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조원에 달하는 그룹의 현금성 자산과 현재 차입 규모롤 볼때 유진투자증권만으로는 계산이 안 나온다. 유통사업 강화를 위해 하이마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이런 조합이 완성될 경우, 롯데그룹은 한 번에 금융과 유통이라는 신·구 주력사업을 강화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유진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재무구조 하에서 리파이낸싱을 통해 하이마트를 끌고 가기는 어렵다”면서 “현금흐름 창출과 금융비용의 실질적인 매치가 안 되는 상황에서 경기까지 뒷받침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롯데그룹은 현금성 자산이 많은 데다 시장에서 차입 활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금조달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진투자증권과 하이마트를 동시에 인수하는 시나리오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그룹 전체가 자금 조달에 나선다 할지라도 한두 개 계열사가 M&A 과정에서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 증권업 진출은 관계사 지분이 총자산의 34%를 차지하는 실질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가 맡고 유통과 관련된 부분은 롯데쇼핑이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비맥주 M&A, 공기업 민영화 참여설도 대두
한편 유진그룹의 매각 자산 인수 외에 또 다른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제2롯데월드 건립 자금과 재매각설이 급부상한 오비맥주, 민영화대상 공기업 인수 자금 가능성도 크다는 것.
또 보수적인 롯데그룹의 경영 방식상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많을지라도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투자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증권사 또 다른 관계자는 “M&A 자금과의 개연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는 그룹 측의 설명을 섣부르게 간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 조달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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