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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죄는 것은 결국 유동성 "한국 국가신용 문제는 은행 안정성에 대한 부담"

장영규 우리투자증권 리스크&크레딧 센터장 공개 2008-10-19 11:50:34

[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8년 10월 19일 11: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쓰나미 같은 큰 흐름 속에서 작은 파도는 의미가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압박감은 개별적인 신용이슈를 쳐다볼 여지를 별로 주지 않는 것 같다.

그 동안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 되었던 부동산이나 건설업과 관련된 문제는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개별적인 산업의 이슈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신용위기라는 그림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De-leveraging의 쓰나미

문제의 원천이 되는 미국 혹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불안은 이제 소위 ‘plan B’라는 금융기관의 국유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어디서 많이 봤던 그림이다. 우리도 겪어봤으니까.

선진국의 정부 조치는 파국에 대한 우려를 많이 가라앉힌 것 같다. 그래도 오락가락하는 시장이 보여주듯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현재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그 동안 과성장했던 선진국 시장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동안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IIF(국제금융연합회) 연차총회의 주변에서 주워들은 현지의 분위기는 현재 상황의 전망을 한 단어로 요약하고 있다. 바로 신용축소(de-leveraging)다.

그간 자기자본의 30배의 영업규모를 꾸려오던 선진 IB들의 자산이 상업은행 수준으로 낮춰질 때까지 일어날 신용축소의 과정은 경제 전체적인 유동성의 축소를 의미한다. 결국 시장은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고 외부자금에 크게 의존했던 경제주체들의 버티기에 따른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단순히 이렇게 본다면 제도적으로 부채의 확대가 제한됐던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문제는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외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시각은 달라 보인다.

국내 실물경제의 경쟁력과 성장여력에 대한 불안감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외국의 평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으로는 우리나라의 신용도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가 은행권의 안정성에 대한 부담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은행이 여신을 넘는 시장자금조달을 통해 과성장을 해왔고 조달된 자금이 투입된 성장의 원천이 된 건설부동산, 중소기업여신에 대해 외국기관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로는 유동성의 문제

이러한 외부의 시각을 그 나름의 관점이라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잡한 금융시장구조는 그런 시각을 부담스럽게 한다. 금융기관의 목을 조르는 것은 사실 시장가격의 변동이 아니라 유동성이다. 문제의 원천이 어디였건 결국 부도라는 무덤으로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이끌고 가는 것은 유동성의 문제다.

지금 국내외 시장의 어려움이 국내 금융기관의 목을 조르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차입금을 조달하거나 재조달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부채조달이 어렵게 되면서 필요한 만큼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ABCP의 경우처럼 회임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자산을 단기자금으로 조달해 충당한 경우다. 이런 구조가 일반화된 경우 전체적인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든가 수익성이 좋다던가 하는 설명은 그다지 위안이 되지 못한다.

또 다른 유동성부담의 경로는 세계적으로 복잡해진 금융기관간 거래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파생상품시장의 확대는 금융기관간 복잡한 해지거래 관계의 확대를 가져왔다.

문제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글로벌IB들에 비해 약한 입장이었고 주로 파생계약을 사오는 식의 거래에 집중해 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에 대해 거래상대방인 글로벌IB에게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담보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 따라서 환율의 악화나 주가 등 시장의 악화는 추가적인 담보의 제공이 필요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물론 담보가 자산의 이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부상 재무구조가 이 때문에 악화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담보로 제공된 자산은 유동성이 없이 묶여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 때에 필요한 만큼의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부도상황이 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담보요구는 유동성의 압박으로 돌아오는 것도 사실이다.

‘禍不單行(화부단행)’ 이라고들 한다. 갈 길도 바쁘고 내 장부 들여다 보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돈 구하기도 어렵다. 현재의 어려움을 ‘신뢰’의 문제라고 간명하게 철학적 정의를 내리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그런 장기적인 철학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결국 나에게 돈 꿔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과 맞물린다. 추가적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면 결국 그 동안 구조적인 이슈들-조달의 장기화, 자산 부채간 기간별 미스매치의 조화, 유동성 요구가능성의 통제 등-을 얼마나 잘 관리해왔느냐 하는데 대한 성적표가 현실적인 압박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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