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가 돌아왔다 "금융은 마라톤..내실에 주력"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이 기사는 2008년 11월 04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안정되던 지난달 30일 여의도 한진해운 빌딩으로 향했다. 이 건물 3층에 신설증권사인 LIG투자증권의 둥지가 있다. 첫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좁았다.
유흥수 사장은 "사무실이 비좁아 더 넓은 건너편 빌딩으로 이사를 하려다가 포기했다"며 "신설회사가 자리를 바꾸는 데 부담이 있고 지금은 내공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판단했다"고 운을 뗐다.
LIG그룹은 여느 신설증권사처럼 어려운 때 금융회사를 만들었다. 지난 5월 증권업 예비인가를 취득하고 7월30일 영업을 시작했다.
“금융산업은 마라톤..내실에 힘쓰겠다”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경영이라면 LIG투자증권의 대응은 ‘내공 다지기’이다. 유 사장은 “초기 창업비용, 전산, 인력 스카우트, 임차 문제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초년도부터 흑자를 낸다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 사장은 “어차피 금융 산업이라 함은 여름 한철 반짝 장사가 아닌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며 "체중보다 체질이 중요해 외형에 신경쓰지 않고 내실에 힘쓰겠다"고 했다.
유 사장은 2004년 4월까지 약 28년의 금융감독원 생활을 끝으로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후 2년을 ‘백수’로 지냈다. 백수 생활을 해본 사람은 ‘돈’과 ‘친구’에 대한 성찰이 있다.
백수 생활의 성찰, LIG그룹의 용병술
“백수생활 기간 많은 것을 느꼈다. 자본주의 하에서 돈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친구란? 금감원 있을 때 찾아왔던 ‘을’의 사람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을’은 자리를 보고 온 사람이다. 성직자도 아니고 인격이 고매하지도 않지만 나름대로 성찰을 했다. 완전 퇴물을 LIG그룹에서 여러 가지 배려를 해주셨다.”
LIG그룹은 ‘백수’생활을 하던 유 사장을 LIG손해보험으로 불렀고, 증권사를 세우면서 CEO로 앉혔다. 용병술이 적중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를 초대 공보실장으로 발탁했던 초대 금감원장 이헌재 전 부총리는 “금감원 출신으로서 후배들에게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 한다”고 출범식에 참석, 격려했다고 전했다.
인터뷰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어느덧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의 언변은 소탈하지만 화려했고, 높은 톤이지만 깊이가 있어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사실 유 사장을 찾아오기 전 동료 기자와 걱정을 좀 했다.
비슷한 류의 인터뷰 기사에 독자들이 식상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기자들의 생리를 너무도 잘 아는 그의 ‘포스’도 걱정거리였다. 실제 그가 보여준 ‘기록물’은 혀를 내두를 정도.
기록물의 사나이
금감원 시절부터 그가 만났던 모든 기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노트에 관리되어 있는데, 그 숫자는 600명을 넘어 있었다. CEO로 부임하면서 4년 동안 집 책장에 꽂혀 있던 노트를 사장 집무실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기록의 사나이’란 증거는 또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통신표, 상장, 표창장, 청소반장 임명장, 일기, 그림일기 등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도지사상도 언뜻 눈에 띄였고 용산고 재학 때의 수험표, 고려대학교 입학 때의 수험표, 군대, 금감원에서의 직급별 임용장, 미국에서 유학중 사용하던 명함, 운전면허증 등이 빽빽이 정리돼 있었다.
대표가 이 정도라면 LIG투자증권의 상황은 안 물어도 될 듯했다. 리스크 관리는 물론이고 인력 및 시스템 셋업 작업도 꼼꼼히 체크되고 있을 터였다.
그래도 인터뷰는 인터뷰. 회사 상황이 어떤지 물었다. 그는 “이제 막 ‘병아리’가 된 것인데 구체적인 수치를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아마 리서치 보고서가 나온 것은 신설사로서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LIG투자증권은 광화문지점, 본점영업부, 강남역지점 등 3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고 경력사원 선발 등 인력 셋팅이 마무리되는 과정이다.
주례의 달인?, 여유 있을 때 베풀어야
인간 ‘유흥수’를 아는 사람들은 “장고가 돌아왔다”고 한다. ‘정의감에 불탔던 총잡이’는 요즘 ‘주례’를 종종 서고 한다. 인터뷰 중간에도 누군가로부터 ‘운동(골프)’하자는 전화가 왔지만 주례를 서는 날이어서 거절하고 있었다.
“주례를 못 구해서 애를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 사람이 살면서 열심히 살라 강조한다. 주변을 살피면서 여유가 있을 때 베풀어야 한다. 물질보다 정신이다. 크게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추울 때 연탄 한 장 주는 것이다, 서로 따뜻할 수 있으면 된다”.
주례의 특별한 기준은 없다. 중요한 약속이 없으면 누가 부탁해도 들어준다. 음식점 종업원의 주례 부탁을 수락한 적도 있다. 이런 철학이 경영에도 반영되는 듯하다.
경쟁률만 110 대 1을 기록한 지난 8월 경력직 채용 때 유 사장은 블라인드 면접을 보았다.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면접자의 학벌, 지역을 모두 가렸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오직 열정. 목소리가 튼튼하고 자신있고 눈이 ‘똘망똘망’한 지를 보고 뽑았다고 했다.
“시장 우상향 자신, 우량주식 장기간 보유”
마지막으로 시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우상향 곡선을 자신하고 있었다. 오히려 인터뷰를 하고 있던 기자에게도 펀드 가입을 권유했다.
유 사장 본인은 2003년도에 가입한 펀드를 LIG투자증권 설립과 함께 최근 옮겼다. 한동안 정점에 갔을 때 수익률은 300%를 넘었으나 옮기고 나니 200% 정도로 떨어졌다고 했다.
“지금 주가가 떨어져 패닉 상황이라고 하지만 장기간 보유하고 있으니 수익이 난 거 아니냐. 시장은 30년을 봐서 올라왔다. 고점을 연결한 선은 여전히 우상향이다. 다른 증권사 사장들에게도 이야기 한다. 딱 한가지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망하지 않을 우량 주식 사서 장기간 보유하면 틀림없이 수익이 난다.”
그의 희망섞인 전망이 적중할 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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