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파격수수료로 '잰걸음' ②수익증권 편입 비중 40%…판매수수료·운용보수로 영업적자 메워
이 기사는 2009년 06월 19일 09: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9일 증권사 주총이 일제히 열렸다. 주총장에서 증권사들은 하나 같이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업무영역이 확대된 만큼 수익원과 기회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수 증권사들이 신사업으로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퇴직연금. 아직은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향후 1~2년간 연금사업을 전사적으로 추진해 수익원을 넓히고 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후발주자 한계..타업권 수수료 30% 수준
은행과 보험으로 양분된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들은 후발주자다. 후발주자인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면서 내세운 전략은 파격적인 수수료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초반 전략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5%대에서 현재 12.9%로 배 이상 점유율이 상승했다.
실제 증권사중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등은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수수료가 0.2%대로 은행과 보험사의 수수료에 비해 30%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수료가 낮은 만큼 점유율을 확대하더라도 아직까지 수익면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증권사들이 저렴한 수수료로 기업들을 공략하는 이유는 이미 선점한 보험사와 은행에 비해서 재무적인 안정성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나 대형 생명보험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도 낮다. 따라서 직장인의 '최후의 보루'인 퇴직금을 운용하기에 증권사는 왠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회사는 물론 노조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사업자가 증권사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 증권업계의 경우 타업권에 비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한 사업자 숫자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 은행은 지방은행을 포함해 13개사, 생명보험 13개사 손해보험 9개사에 그치고 있지만 증권사는 17개사로 가장 많다. 증권업계 전체 적립금 9600억원을 17개사가 나눠먹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수수료가 낮은 것은 물론 대기업계열의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사업에 진출하면서 영업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며 "시장 규모가 커질 때 까지 당분간 적자장사를 면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익증권 판매로 만회?
당분간 적자를 면키 어려운데도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뭘까. 향후 2~3년안에 시장 자체가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 외에 퇴직연금 상품을 통해 파생되는 다른 영업의 수익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편입 자산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원금보장형 상품 편입비율이 전체 적립금의 절반을 약간 넘어서고 있어 상품 판매수수료로 퇴직연금 영업 적자분을 상쇄 할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권의 경우에는 퇴직연금에서 예금자산이 86.8%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험사들도 금리확정형 보험과 금리연동형보험을 85% 가량 편입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예금자산 22.1%, 보험상품 1.2%를 편입한데 불과하다. 반면 채권형펀드 등 펀드를 40%나 편입했으며, ELS도 26% 가량 편입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를 일반인에 비해 60~70%를 적용하고 있지만 예금이나 원금보장형 상품을 취급하는 타 업권에 비해서는 판매수수료 수익이 높다.
2조원의 적립금이 쌓일 경우 1조원이 수익증권에 편입돼 퇴직연금 수수료 외에 상품 판매 수수료만 100억원 이상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일부 증권사의 경우에는 자회사 상품을 대다수 편입해 운용보수도 추가로 얻게 된다.
이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다른 상품을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이 대부분 자사 상품으로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며 "대부분 60~90% 가량 자사 상품을 편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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