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09월 22일 09: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원건설은 지난달 13일 3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일반 공모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해 공사비 결제와 차입금 상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성원건설은 일반투자자 모집을 위해 키움증권을 모집주선인으로 선정했다. 모집금액의 1.9%를 수수료로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인수가 아닌 단순 모집주선에서 수수료가 '모집액의 일정 비율'인 딜은 찾아보기 힘들다. 360억원이 전액 모집됐을 때 키움증권이 받을 수 있는 총 수수료는 6억8000만원. 자금이 급한 성원건설이 건설사의 일반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파격적인 수수료 조건을 내건 것이다.
지난 14~15일 실시한 청약에서 성원건설은 359억9600만원을 모집했다. 400만원 미달로 사실상 발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성원건설이 키움증권에 지급한 수수료는 계약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3억원에 불과했다. '성원건설 자체적으로 모집한 투자자가 많아 모집금액 전체에 대해 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금 납입 후 발행사가 주선사의 '기여도'를 평가해 수수료를 조정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 쉽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발행사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키움증권도 이런 맥락에서 수수료 조정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모집 결과에 따라 수수료를 조정해 계약서와 다른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비일비재하다. 특히 모집주선의 경우 청약 이후 발행사들이 '주선사가 뭘 했느냐'며 따지고 드는 경우가 많다. 발행에 실패한 일부 한계기업은 아예 대놓고 수수료를 체납하기도 한다.
IB업계 실무자들은 하나같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감독당국이 '수수료 문제는 발행사와 증권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을'의 입장인 증권사가 "계약서대로 수수료를 달라"고 큰 소리 치긴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특성화만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별 특징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좁은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벌이다보니 수수료 조정 처럼 IB에 불리한 시장 문화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증권사가 한계기업 딜에 목을 매는 광경도 심심찮게 보인다. 최근 한 소형 증권사 IB 담당자는 금융감독원이 한계기업 자금 조달에 부정적인 제스쳐를 취하자 "4분기엔 무슨 딜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렇게 발행사에 끌려다니는 상황에서 딜이 끝난 후 수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리 없다.
결국 증권사는 발행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스닥 상장사 주식연계증권(ELB) 모집주선 전문 증권사' 등 틈새시장의 전문영역을 개척한다면 발행사와 좀 더 대등한 입장에서 딜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설명이다.
한 IB업계 임원급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수백개의 IB가 있지만 그 나름의 전문영역과 특성이 있어 출혈경쟁을 하지 않고서도 생존할 수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라면 대형 증권사의 포지션을 따르기에 급급하기보단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골라 집중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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