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투자풀 전쟁…"수탁액 15조원을 잡아라" 삼성·미래·KB·한국·우리자산운용 도전장
이 기사는 2009년 11월 04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기금투자풀을 잡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수탁액을 한꺼번에 15조원이나 늘릴 수 있어 중위권 운용사들로서는 단숨에 업계 상위로 치고 올라갈 절호의 기회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에 도전장을 내기로 한 곳은 수성을 노리는 삼성투자신탁운용을 비롯,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우리자산운용 등 모두 5개사다. 이들 운용사들은 자사만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해 연기금 투자풀 수탁액을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연기금투자풀은 조성 이후 8년동안 줄곧 삼성투자신탁운용이 주간 운용사를 맡아 왔다. 그동안 삼성투신의 외형과 위상을 높이는데 톡톡히 기여했다.
새로 선정된 주간운용사는 2010년 1월부터 4년간 지위를 유지하며 매년 말 성과평가를 통해 지위 지속 여부를 평가받는다. 펀드오브펀드 형태로 머니마켓펀드(MMF) 6개, 채권형펀드 15개, 액티브주식형 펀드 9개, 인덱스주식형 펀드 3개 등 하위펀드를 맡아 관리하게 된다.
삼성투신은 낙점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가장 초조한 입장이기도 하다. 탈락하면 업계 1위인 미래에셋을 따라잡기는 커녕 더 벌어지게 된다. 경쟁사들을 물리치기 위해 삼성투신은 8년간 경험과 노하우를 장점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투신 관계자는 "8년 가까이 연기금투자풀을 운영해 오면서 업그레이드 한 시스템을 잘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현실화하기 어려운 부분을 포장해서 설명하기보다는 실제 운용 경험을 살려 그동안 투자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운용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포커스가 맞춰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들은 삼성투신의 경험과 노하우에 맞설 전략을 찾는 데 부심하고 있다. 획기적인 내용을 제안서에 담아내지 못하면 경험과 시스템으로 무장한 삼성투신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어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중상위 자산운용사들의 수탁액 순위에 지각변동이 생긴다. 우선 수탁액 증가로 운용규모 상위 운용사로 진입이 가능하다. 연기금투자풀 수탁액은 공개 금액(11월2일 현재 4조5418억원)과 외국환평형기금 등 비공개 금액을 합쳐 약 15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운용사들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제안서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운용사 중 펀드 설정액이 가장 큰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자산배분능력과 다양한 인력풀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산배분 능력에서 다른 운용사에 비해 강점을 갖고 있고 운용사 중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즉시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리서치와 백업구조가 튼튼하고 체계적 운용과 관리가 가능한 운용사"라며 "주식과 채권 통틀어 운용성과도 괜찮았고 시스템과 인력 지원이 강하다는 점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KB금융지주를 위시한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이나 미래와 달리 계열내에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있다는 게 큰 강점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KB그룹 전체의 자원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안정된 재무구조와 이를 바탕으로한 인적, 물적 투자 가능성도 부각시킬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신은 전통적인 채권 강자로의 면모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나름대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제안서에 모두 담을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의지를 피력했다.
우리자산운용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와의 제휴를 통한 개별 연기금 컨설팅 강화를 구성중이다. 다소 보수적으로 운용되던 연기금운용풀에 조금 공격적인 운용을 가미,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은 더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또 주간운용사로 선정될 경우 그룹 전체의 가치가 높아져 정부투입 공적자금 회수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간운용사 선정으로 우리자산운용이 업계 3위권 운용사로 도약하게 되면 우리금융지주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고 이는 정부지분의 매각조건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의 경우 아직 입찰 참가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 이 회사 관계자는 "준비는 하고 있지만 여러 고려사항 때문에 입찰 참가여부를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며 "만약 입찰에 참가하게 된다면 채권형 운용사로서 큰 규모를 갖고 있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제안서 마감은 오는 6일 오후5시다. 1차 평가는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2차 평가는 16일부터 20일 사이에 이뤄진다.
1차평가는 재무안정성(10%)·인적자원(40%)·운용자산(20%)·운용성과(30%)의 항목으로 이뤄진다. 2차평가는 운용보수율(15%)·투자풀펀드관리능력(60%)·투자풀펀드상품수요파악 및 기금지원(25%)의 항목으로 평가된다. 1차와 2차 평가점수를 각각 30%와 70%로 반영해 합산, 최종 선정 운용사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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