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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11년 리스크관리의 결실 'RAPM' 영업점 팀단위 RAPM 도입…"리스크관리 또 하나의 영업"

김현동 기자공개 2010-03-16 11:53:15

이 기사는 2010년 03월 16일 11: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향후 금융시장에서 생존은 누가 고객에게 보다 적정한 금리를 부과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2009 thebell Risk Manager Awards'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업은행 리스크 관리의 역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시작된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은행이 망할 수 있다는 인식에 1998년 4월 리스크관리팀을 신설했다. 이후 11년간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쏟은 땀과 노력의 산물이 바로 '위험조정성과평가(RAPM)' 제도다.

RAPM은 말 그대로 보유 자산의 리스크를 감안해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다. 리스크와 수익성을 동시에 측정하고, 이를 경영에 직접 반영한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의 종착 역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RAPM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도입 단계에서부터 영업점 팀 단위로까지 이를 적용해 성과평가를 실시했다.

일반적으로 은행 임직원의 경영성과평가(KPI)에는 영업성과가 주로 반영된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KPI에 'EVA 목표달성도'를 집어넣어 단순한 영업성과가 아니라 영업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안해 투자의 효율성을 평가했다.

EVA(경제적 부가가치·Economic Value Added)란 일정한 영업이익을 얻기 위해 필요한 위험 자본 비용을 차감한 것을 말한다. 동일한 수신이나 대출영업을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손실가능액이 작아야 수익성은 물론이고 자산의 건전성이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한 개념이다.

기업은행 RAPM의 강점은 상품가격 결정이나 조직별 성과측정, 고객별 기여도에 이를 반영했다는데 있다.

대출금리 결정시에 차주의 신용도와 담보회수율을 감안해 금리를 산출하도록 했고, 사업본부·영업점 조직평가에 EVA 목표 달성도를 반영했다. 고객평가에서도 고객별 EVA 및 이익기여도에 따라 금리 감면이나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해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유상정 리스크관리본부장(부행장·사진)은 "처음 영업점 직원들에게 리스크를 감안해 성과평가를 한다고 했을 때 반발이 많았다"면서 "앞으로 금융시장에서 생존은 누가 고객에게 보다 적정한 금리를 부과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말로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RAPM 도입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에는 벤치마킹할 만한 우수사례가 없어 해외 선진은행의 사례를 참조해야 했다. 또 자본비용률 산정 시 미국 시장데이터에 의존했으나 국내 금융시장에 부합하는 자본비용률 산정이 가능하도록 개선방안을 찾아야 했다. 2000년 금리체계 개선 작업 시작 이후, 본격적으로 대출금리에 RAPM을 반영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노력의 결실은 값졌다. 2007년 시중은행들이 신생 조선사와 건설사에 앞다퉈 여신을 제공할 때, 기업은행은 조선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선제적으로 여신을 제한했다. 작년말 현재 기업은행의 총여신에서 건설부문 여신비중은 5.8%에 불과하고, 조선사 여신은 1%도 안된다.

유 부행장은 "2007년 조선사 RG 발급을 제한한 것은 사전에 발생가능한 리스크를 예측해 은행 손실을 방지하고자 하는 차원이었다"면서 "리스크 관리가 직접적으로 이익을 발생시키지는 않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또 하나의 영업이자 돈을 버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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