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보사, RBC도입시 지급여력비율 폭락 외국계에 비해 국공채 등 채권 비중 낮아…RBC비율 외국계가 훨씬 높아
이 기사는 2010년 04월 22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국공채 등 안전자산을 늘려 보험금 지급력을 높이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위험기준자기자본(RBC) 제도의 시행으로 국내 생보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조정삼 연구원은 22일 '금융위기를 통해서 본 국내 생명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12월말 기준 22개 생보사의 유럽연합(EU) 방식 지급여력비율은 평균 245.7%다. 이를 RBC 기준으로 바꾸면 지급여력비율은 215.6%로 떨어진다.
그룹별로 외국계의 경우 RBC비율이 기존 지급여력비율보다 높은 반면 국내사는 반대다. RBC비율이 EU식보다 낮은 것이다.
실제로 외국계사의 지급여력비율은 RBC 기준으로 전환한 2009년 6월말 시점에 껑충 뛰었다. 2009년 3월말에 210.5%였던 게 2009년 6월말에는 361.9%로 무려 1.7배나 올랐다.
이 기간 동안 특별한 자본 확충이나 재평가 차익 발생 등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RBC 전환으로 인한 지급여력비율 증가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라이나생명을 제외한 외국계 생보사들이 모두 RBC 기준으로 전환한 상태다. RBC는 지난해 4월부터 도입됐지만 2년간은 EU식과 병행 사용된다.
반면 국내사의 경우 대부분 RBC로 전환하면 지급여력비율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현재 신한·동부·우리아비바·하나HSBC생명을 제외한 국내사들은 모두 EU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EU식을 쓰고 있는 10개사의 지난해 12월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평균 263.6%다. 이를 RBC 기준으로 바꾸면 203.6%로 무려 60.0%포인트나 줄어든다.
국내사의 RBC비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외국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자산비율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위험가중자산비율은 국내 중소형사가 39.4%로 가장 높다.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대형 3사도 37.1%로 높은 편이고, 외국계는 17.9%로 국내사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RBC 기준의 요구자본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용위험액은 거래 상대방의 신용도 하락과 채무 불이행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예상액을 계량화한 것이다.
보유자산의 종류에 따라 차등화된 위험계수를 반영해 산출된다. 예를 들어 제1금융권 정기예금은 10%, 국채는 0%, 공채는 10%, A등급 이상 무보증회사채는 50%, 주식은 100%, 보험약관대출금은 0%, 신용대출금은 50~100% 등의 가중치가 부가된다.
즉, 국내사들의 국공채 등 안전자산 비중이 외국계에 비해 낮아 위험가중자산비율이 높은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운용자산 중 회사채를 제외한 채권 비중은 외국계사가 74.3%로 제일 높게 나타났다. 대형 3사와 중소형사는 각각 39.1%, 36.0%에 머물렀다.
운용자산 중 현금·예치금·국공채·특수채·금융채·보험약관대출 등 안전자산 비중도 외국계사가 87.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형 3사는 54.5%였고, 중소형사는 51.9% 수준이었다.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이후 중소형사들도 국공채·특수채·금융채 등 채권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긴 하지만 여전히 외국계사에 비해 자산운용 리스크가 높은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생보사들이 외국계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하는 이유는 평균 예정이율이 높기 때문이다. 즉,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가 외국계사보다 많아 그만큼 수익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평균 예정이율은 대형 3사가 6.5% 대로 가장 높다. 중소형사는 5.8%고, 외국계사는 5.5%로 가장 낮다.
대형사의 평균 예정이율이 높은 이유는 예전에 고금리 시절에 확정금리로 팔았던 상품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4월부터는 RBC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을 확충하거나 RBC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려면 부담이 적잖은 만큼 자산 조정으로 대비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조정삼 연구원은 "투자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위험자산 보유 비중을 늘릴 경우 경기 및 금리 등의 경제변수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확대돼 보험금 지급능력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자산운용에 따른 신용리스크의 정교한 측정과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들은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가용자본을 확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신용위험액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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