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시중은행, 국채 사재기 열풍 예고 바젤III, 은행 자산포트폴리오 대변화 예고

임정수 기자공개 2010-06-10 10:31:05

이 기사는 2010년 06월 10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젤III'의 유동성 규제안(LCR)이 초안대로 도입되면 국내 은행권이 국채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젤위원회(BCBS)는 LCR에서 수익성을 가진 자산 중 국채에 한해서만 보유액 전체를 유동성이 좋은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회사채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라 보유액의 일부만 고유동성자산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규제 때문에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인 은행들은 예금 등을 통해 들어온 수신 자금을 국채 보유 비중을 늘리는데 사용해야 한다.

은행들은 바젤III를 초안 그대로 도입하는 데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LCR 100%를 맞추려면 은행 수익성을 떨어트리면서 무리하게 국채를 매수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 LCR, 고유동성자산 어디까지

바젤3 초안에 따르면, LCR 기준으로 보유액 100%가 고유동성자산으로 인정되는 은행 자산 항목은 현금, 중앙은행 예치금, 국가 및 중앙은행이 발행한 시장성 증권 정도다.

img2.gif

금융채는 고유동성자산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비유동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채는 신용등급 AA 이상의 경우 보유액의 80%, A-이상 AA- 이하 등급 회사채는 보유액의 60%만 고유동성자산에 속한다.

고유동성자산군을 정하는 기준에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시장이 불안해져도 안정적인 유동성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사시에도 매매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매매 호가가 항상 존재해야 하고, 거래가 활발한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고려하면 회사채는 고유동성자산으로 보기 어려워진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회사채를 자유롭게 거래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국내 회사채 시장을 유동성이 좋은 시장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채권 중에서는 통안채, 국채 정도만 고유동성자산군에 포함될 공산이 크다. 이 중에서도 담보나 신용보강수단, 헤지용으로 사용되지 않은 자산만 고유동성자산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바젤위원회가 채권 중에서는 당초 국채만 고유동성자산군에 포함시키려고 했다"면서 "국채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일부 국가의 상황을 고려해 회사채도 일단 유동성자산에 포함시켜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자산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가별 상황에 맞춰 규제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은행권 "LCR 100% 맞추기 힘들어"

바젤III 초안을 접한 은행권은 현재 기준대로 LCR 100%를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설사 현금 및 국채 보유량을 늘려 LCR을 맞춘다 하더라도 은행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국내 은행의 경우 예금을 받아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거나 대출의 상당 부분을 유동화시켜 장부에서 떨어내지 않으면 LCR 100%를 넘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설문을 통해 국내 은행권의 LCR이 60~65% 수준이라고 집계한 바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은 순현금노출액의 35~40%에 해당하는 고유동성자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동성 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미국 은행권의 LCR이 75% 수준"이라며 "사실상 상당 수의 국가가 바젤 초안대로 LCR 100%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LCR에서 예금을 포함한 은행 수신 기반의 상당 부분이 현금(유동성) 유출액으로 잡히는 반면, 대출에 대해서는 회수 예정액만 현금 유입액으로 인정된다는 점도 은행에는 부담이다. LCR에서 분모가 커지기 때문에 은행이 영업활동에서 확보해야 할 고유동성자산이 많아지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LCR을 높이려면 국공채를 사야 하지만 국채는 수익성이 떨어져 은행의 전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LCR을 높이려면 은행들은 대출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채와 회사채 보유량을 동시에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시중銀 국채 비중 5%선..외환.SC제일銀 국채 비중 '미미'

더벨(The Bell)이 2009년 회계연도 기준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7개 시중은행의 국채 보유액은 전체 자산 대비 5%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img13.gif

img14.gif

은행별로는 한국씨티은행이 26%로 가장 많았고,하나은행이 6%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외환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각 1%와 2%로 국채 보유액이 시중 은행들 중 가장 적은 편에 속했다.

이조차도 대부분 은행들이 담보나 헤지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채인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은행들이 유동성 비율을 끌어올리려면 대규모의 국채를 매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부장은 "아직 자산별로 유동성에 대한 가중치가 확정되지 않아서 은행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규제가 정해지면 큰 방향성에서 은행들이 수익성 저하를 무릅쓰고라도 상당액의 국채를 자산 포트폴리오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국채 매수를 늘리는 동시에 질 좋은 회사채를 확보하려는 경쟁도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