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7월 16일 08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6월, 벤처캐피탈 펀드레이징 시장에 새로운 유한책임투자자(LP)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 정책금융공사 벤처펀드 운용사 중 2곳을 선정, 총 50억원의 자금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VC업계는 환영했다. LP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때다. 모태펀드·정책금융공사 등 시장의 고래들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50~70%의 자금을 출자하고 나면 위탁운용사들은 나머지 돈을 매칭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녀야 했다.
이 시기에 엔씨소프트가 엔젤투자자로 나선 것이다.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게 출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펀드를 게임업체 인수도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엔씨소프트의 첫 번째 벤처펀딩 과정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게 '운용사 심사기간'이다. 일반적으로 LP가 최소 한 달에 걸쳐 펀드운용사 선정을 진행하는 반면 엔씨소프트는 모든 일정을 일주일 내로 마쳤다.
졸속 선정이라는 말이 나올만 했다. 운용사 내정설(說)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하지만 시장의 잡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자금에 목마른 벤처캐피탈사들에게 엔씨소프트는 어디까지나 '가뭄의 단비'였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또 다시 매칭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KIF조합과 모태2차조합이 그 대상이다. 두 조합에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신청마감까지 상당수의 위탁운용사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엔씨소프트가 추가 펀딩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업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가 벤처캐피탈 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NHN인베스트먼트를 출범시킨 NHN을 모델로 삼고 회사설립에 돌입했다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왔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벤처캐피탈사들은 '황당하고 괘씸하다'는 반응이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전 경험을 쌓기 위해 소규모 투자를 시작한 것은 납득할 만한 일이지만 엔씨소프트는 '도'를 넘어선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투자심사보고서'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매칭펀드 출자를 신청한 운용사들에게 투자심사보고서 샘플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LP는 벤처캐피탈사의 트랙레코드 및 펀드수익률 등을 평가한 뒤 운용사를 선정한다. 투자심사와 관련된 자료를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다.
투자심사보고서는 투자전략 및 심사노하우의 압축판으로 볼 수 있다. 벤처캐피탈사의 핵심 경쟁력인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를 수집한 VC입장에서는 경쟁사들의 투자노하우를 손쉽게 습득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에 출자신청을 했다는 A 캐피탈사 관계자는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앞으로 벤처캐피탈사를 설립할 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실제로 VC를 만들 계획이라면 업계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기업을 육성하고 투자수익 이외에는 다른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 게 엔젤투자자"라면서 "이런 관점에서 이 타이틀은 더 이상 엔씨소프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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